반복되는 미군기지 환경오염은 기록되지 않고 알려지지 않아···

연구회의 기록의 과정은 미군이 평택시민에게, 평택시에, 한국 정부에 함부로 했던
모든 일에 제동을 걸게 될 것이다

임윤경 사무국장
평택평화센터

[평택시민신문] 지난 2월 11일, 평택시의회 본의회에서 연구단체 2개가 최종 승인되었다. ‘평택문화예술정책연구회’와 ‘평택미군기지연구회’가 그것이다. 우리가 준비한 모임은 ‘평택미군기지연구회’인데 공공기록을 위한 연구 모임이라고 보면 되겠다. 평택에 있는 미군기지 두 곳(캠프험프리즈와 오산미공군기지)의 실태 파악과 평택미군기지로 인한 사건사고와 환경오염 사례를 1년 동안 연구 조사하여 보고서를 발간, 기록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다. 공공기록을 위한 첫걸음이라 보면 되겠다.

공공기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공개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점점 더 많은 정보를 정부나 특정 집단이 독점하게 된다. 얼핏 보면 많은 정보가 공개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정보의 쏠림이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미군기지 관련 정보가 그러하다. 공공기록이 필요한 이유이다.

평택은 미군기지와 70여년을 함께 살아왔다. 일반시민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미군기지는 평택지역에 넓은 면적을 차지하며 존재해 왔다. 함께 한 70여년의 역사 속에 미군기지로 인한 작고 큰 수많은 사건사고들이 있었지만 제대로 된 기록들은 없다. 미군기지의 위치나 인원수, 면적 만이 기록되거나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경우만 기록되었다. 2018년과 2019년만 해도 평택 미군기지에서 이름 모를 폐수가 불법으로 방류된 일이나 환경부 환경기초조사로 밝혀진 미군기지 주변 토양과 수질오염에 대해서, 평택시민들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미군기지로 인해 발생한 사건사고를 기록하는 공공기록물이 없기 때문이다. 공공기록물이 없으니 시민들에게 정보공개를 할 수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보공개제도’란 정부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시민들 누구나 자신과 직접 이해관계가 없는 정보라도 적절한 절차를 거쳐, 정보를 알고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정부가 은밀하게 정보를 남용하여 시민들의 생활과 관련된 결정을 마음대로 내릴 수 있고 시민들의 세금인 예산을 멋대로 사용하거나 특정 세력의 이익을 위해 엉터리 사업을 추진할 수도 있다. 정보공개제도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감시제도와 같다. 사회가 성숙할수록 정보공개가 명확하게 이루어진다. 이 제도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정확하게 기록되어야 한다. 그것이 공공기록물이 가지는 힘이다.

미군기지로 인한 사건사고 80% 이상이 환경오염문제이다. 기지 내부에서 폐수가 방류되거나 기름계열 오염물질이 기지 외부로 흘러나와 생기는 오염들이 대부분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군기지 내부 자료가 필수적이다. 오염원이 미군기지 내부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지 내부 정보는 안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공공기록물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평택미군기지연구회’에서는 안보로 꽁꽁 묶여 있던 자료를 미군에게 직접 요청하고 수집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정보공개요청은 싸우려는 게 아니다. 정당하고 정확한 설명 자료를 통해 정보공개를 요청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첫걸음이다.

얼마 전, 초등학교 교실을 갔던 적이 있다. 어릴 적 교실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졌지만 여전히 칠판 한구석에 ‘떠든 아이’라 적혀있는 것이 보였다. 반갑기도 하고 옛 생각이 나 픽 웃었다. 필자는 ‘떠든 아이’로 적히는 쪽이었다. 물론 이름이 적혔다고 선생님에게 혼나거나 매를 맞은 일은 없었다. 하지만 교실 공동체의 평화는 그 떠든 아이 이름 하나 적는 것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잘했든 잘못했든 자신의 행동이 기록에 남는다는 사실만으로 함부로 행동하지 못한다. 기록이 가지는 또 다른 힘이다. ‘평택미군기지연구회’가 미군기지 사건사고와 환경오염을 공공기록물로 남기는 과정 속에서 미군은 많은 요청을 받을 것이다. 늘 반복되는 미군기지 환경오염은 기록되지 않고 알려지지 않았다. 미군이 함부로 행동한 이유이기도 하다. 연구회의 기록의 과정은 미군이 평택시민에게, 평택시에, 한국 정부에 함부로 했던 모든 일에 제동을 걸게 될 것이다.

역사는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는 것만이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기도 하다. 하루하루가 만들어지는 리듬이 곧 역사이며, 그것은 기록으로 이어진다. 이번 연구회의 공공기록은 평택의 미래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첫 발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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