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마중

 

바람에게 손 잡혀 나갔더니

철없는 낙엽이 떼굴떼굴 구르는 것을 봄

비닐봉지 하나가

덩실덩실 춤추며 떠다니는 것을 봄

꼬마의 강중강중한 발걸음에서

삐약삐약 하는 것을 봄

 

고것들이 신기해서

고개 쏘옥 내밀고

요리조리 눈동자 굴리며

벌름벌름 낼롬낼롬

키득키득 간지럼 타며

엉덩이 들썩거리는 새싹들을 봄

 

 

봄까치꽃

 

기쁜 소식 봄 마중에

일찍 나와 오들거리는

하늘빛 맑은 얼굴

차가운 흙길에 앙증스레 앉아

얇은 볼 비비며 햇볕 쬐는 너는,

 

봄 빛깔로 갈아입기 전

더디게 오는 풀꽃들 속에서

파아란 물결로 훈풍을 부르곤

살랑살랑 수줍은 미소만 짓네

하루살이 작은 꿈들을 속삭여주느라

가야 할 시간마저 놓치고 있구나

투명한 눈망울 기억하며

개명한 너의 이름 불러줄게

봄 까치 꽃님아

 

 

봄비 오는 밤

 

연둣빛 봄길 위로

주춤주춤 기척이 절뚝여요

시간은 여우비였다가 부슬비였다가

오락가락 몇 번씩 예민해지고

 

가만가만 뒤란에 멈춘 그대 발자국

창살에 걸린 그리움 하나

어둠에 묻힌 병명 빗물에 풀어

먼저 고백이라도 할까요

 

망설임으로 흠뻑 젖어버린 새벽

호도독 난간에 기댄 축축한 꽃향 맡으며

더부룩해진 보고픔 움켜쥐고

한줄 호흡으로 가만한 바람만 말려요

 

박미자 시인
아동문학가
놀이상담전문가
청암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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