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시인이 된 공무원

[평택시민신문] “고등학교 시절부터 20년간 쉬지 않고 글을 써왔습니다.”

올해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당선자인 김경태(38) 씨는 평택시청 공무원이다. 20대에 문예지에 등단했던 그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며 신춘문예에 도전했다.

 

여민 옷깃을 풀고 달빛에 기대어 본다

푸른 입맞춤으로 타들어 가는 눈물을

지나는 이 계절 끝에

남겨 둔다,

바람이 차다

- ‘환절기를 걷다’ 중에서

 

‘한 수당 3장 6구 45자, 종장의 첫음절은 3음절’이라는 시조의 정통 형식을 지키며 쓴 작품 ‘환절기를 걷다’에 심사를 맡은 정수자(59) 시조시인은 이렇게 평했다. “자연스러운 시상과 율격의 갈무리가 돋보이는 가편(佳篇)이다. 정형 속의 자유를 구가하듯 음절 수를 넘나드는 음보율로 구(句)도 부드럽게 타넘고 있다.”

 

‘잘 만든 슈트’를 입은 느낌

김경태 씨는 어렸을 때 피아니스트를 꿈꿨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꿈을 접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시조의 운율은 새로운 음악으로 다가왔다. “음악은 포기했지만, 문학은 포기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계속 글을 썼습니다.”

그는 “시조는 정형이라는 틀에 단어들이 아름답고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데 매력이 있다”며 “흡사 ‘잘 만든 슈트’를 입은 느낌”이라고 말한다.

공무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2015년 10월 이후 새벽에 잠드는 생활에 익숙해졌다. 야근도 잦고 주말에 출근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부족한 시간을 쪼개서 새벽에 책을 읽고 글을 썼다. “단어 하나하나, 조사 하나하나를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이렇게 갈고 다듬은 시어가 노래처럼 아름답게 연결되는 순간, 참으로 행복합니다.”

 

시인으로 기억되고 싶어

매일 글을 쓰지만 자기 기준에 못 미치는 작품은 퇴고 과정에서 가차 없이 버려진다. “시집을 내자는 제의도 받았지만 아직 부족합니다. 제 마음을 충족시키는 작품들이 하나씩 쌓이고 쌓였을 때 내고 싶습니다.”

그에게 글쓰기는 자신의 세상을 오롯하게 채워가는 과정이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시어들은 그의 삶을 투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세상에 전하고 싶은 그만의 언어로 형상화된다.

“시조는 시절가조(時節歌調)의 줄임말로 그 시대의 정서와 사상이 담긴 문학이라고 볼 수 있지요. 글을 쓰며 창조한 저만의 세계를 동시대 사람들과 교감하면서 시인으로서 기억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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