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제‧세교지구 도시개발사업 제동 걸리나

“조합 환지계획, 도시개발법 제28·31조 저촉돼”
비대위 최종승소 시 환지계획 재수립 가능성 커

2018년 5월 28일 지제·세교지구도시개발사업조합원들이 평택시청 앞에서 환지계획 인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환지계획은 이 해 6월 인가됐으나, 이번 수원고법 판결로 환지예정지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평택시민신문 자료사진

 

[평택시민신문] 

평택시 지제역 인근 지제동 613번지 일원 83만9613㎡(25만 4000여 평)에서 진행 중인 지제·세교지구 도시개발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원고등법원이 지난 8일 지제·세교지구 도시개발사업조합(이하 조합)의 조합원 163명이 평택시와 조합을 상대로 낸 ‘지제·세교지구 환지예정지 지정 무효·취소’ 항소심에서 “환지예정지 지정 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소송이 대법원에서도 원고 승리로 최종 확정될 경우, 환지계획을 재수립해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2018년 6월 환지계획 인가를 받고 2018년 9월부터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이 사업에 큰 혼란이 초래될 수 있어 향후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조합이 2018년 7월 8일 원고들에게 한 부동산에 관한 환지예정지 지정처분을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조합의 감환지 대상 기준이 도시개발법 제31조를, ‘청산형 체비지’가 동법 제 28조를 어겼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감환지는 도시개발법에 의한 환지방법의 하나로 권리면적보다 늘여서 환지하는 증환지와 달리 권리면적보다 줄여서 환지하는 것을 말하는데,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조합의 환지계획은) 권리면적의 작고 넓음과는 상관없이 집단환지의 신청 여부에 따라 증환지와 감환지를 하도록 정해져 있다”며 “이는 감환지 대상 기준을 권리면적의 작고 넓음으로 정한 법 제31조에 저촉된다”고 밝혔다. 감환지 대상 기준을 권리면적의 크기에 따르지 않고 조합이 임의적으로 정해 위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청산형 체비지’에 대해서는 “법령에 근거를 두지 않은 것”으로 합리적 환지계획을 규정한 동법 제28조에 저촉된다고 봤다. 청산형 체비지란 개별환지를 신청한 조합원들에게 상당한 비율로 감환지를 하고, 감환지를 한 금액을 청산하고자 설정한 일종의 보류지다. 이를 별도의 사업 주체에 매각한 후 그 대금을 청산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은 ‘사실상 수용방식’이라는 것이다.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청산형 체비지’ 방식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재판부는 “원고들의 환지계획 내용이 위법하다는 주장은 이 사건 환지계획의 하자를 주장하는 것이지 인가처분 자체의 하자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평택시의 인가처분 취소·무효에 대한 소는 기각했다. 

비대위 “지제포스코·지제역환승센터 등 공사 중단해야”
조합 “공동주택 용지 매각 완료…차질 없이 추진할 것

1월 12일 이성택 비대위 조합원이 조합원들에게 수원고등법원 판결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고법의 이번 판결이 지제세교지구 도시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을 놓고 현재 지제·세교지구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와 조합은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다. 
비대위는 지난 12일 지제동에 있는 비대위 사무실에서 주민설명회를 열고 이 사실을 알렸다. 설명회에는 지제세교지구 주민 70여 명이 참석해 이번 판결에 따라 공사 중단을 요구할 수 있는지 등 향후 대책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참석 주민들은 환지예정지 지정이 취소된 만큼 환지계획을 재수립해야 하고, 현재 추진 중인 지제포스코 더샵 센트럴시티 등의 공사는 무효이므로 새로운 환지계획이 수립되면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택 비대위 조합원은 “이번 판결은 지제·세교지구 환지계획에 많은 문제가 있음을 방증한다”며 “지제세교지구 도시개발사업은 정당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조합 측은 환지계획 인가가 취소된 것이 아니고 환지예정지 지정이 취소된 것이니 소송을 낸 주민 의견을 환지계획에 반영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지제포스코 부지는 공동주택 용지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매각되었으므로 개별환지 신청과 관계없이 추진할 수 있다는 견해다. 
박종선 조합장은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오면 이사회·대의원회·총회 등 절차에 따라 이를 사업계획에 반영할 것”이라며 “법정 다툼으로 사업이 지연돼 조합원이 재산상 피해를 보지 않게 2021년 8월 완공을 목표로 신중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평택시는 대법원 최종 판결을 기다려 보자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시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비대위가 최종 승소하면 지제세교지구 환지계획을 재수립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지제세교 개발과 맞물려 추진하는 지제역환승센터에 대해 이 관계자는 “6월 나오는 최종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며 “소송 결과가 센터 건립에도 영향이 아예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시는 15일 오후 3시 시청에서 비대위 측 주민을 만나 청산금 지급, 조합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 및 해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지난 2003년 평택 지제·세교지구 도시개발사업지주조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며 민간개발 방식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그동안 사업추진 방식과 환지 계획 등을 놓고 비대위와 조합 측이 갈등을 겪으며 각종 소송전이 진행되기도 했다. 2018년 6월 4차례의 보완 작업 끝에 환지계획이 평택시로부터 인가를 받았으나, 비대위 측은 환지계획이 특정 지주와 시행사에 유리하고 대다수 조합원에게는 불리하게 만들어졌다며 평택시를 상대로는 ‘인가처분 취소‧무효’소송을, 조합 측을 상대로는 환지예정지 지정 무효·취소 소송을 제기했었다.
대법에서 고법 판결이 확정될 경우 사업의 혼란과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으므로 지금이라도 당사자들의 대화와 협의, 평택시의 중재‧조정 등을 통해 합리적 해결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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