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 
평택버스킹연합회 회장

[평택시민신문] 베트남으로 버스킹 투어를 다녀왔다. 음악적으로 베트남보다는 한국이 선진국인데 굳이 베트남까지 버스킹 투어를 갈 필요가 있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꼭 음악적으로 선진화돼 있다고 버스킹 문화가 선진화된 것은 아니다. 거리의 음악은 음악의 선진성의 문제가 아닌 음악을 하는 이의 열정에 좌우된다.

2016년 버스킹 투어를 처음 시작해 올해로 2회를 맞이했다. 첫 회에는 대만을 다녀와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울 수 있었다. 투어를 다녀온 이듬해 평택버스킹연합회가 창립됐으니 정신적 초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베트남으로 떠난 이번 버스킹 투어에서도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올 수 있었다.

다낭에서 본 베트남식 버스킹은 한국이나 대만의 그것과는 많이 달랐다. 분명 길에서 하는 버스킹인데 그다지 관객이 없었고 또한 공연자도 관객의 수를 개의치 않고 공연을 이어나갔다. 한국과 같은 경우 한 곡이 끝나고 다음 곡을 하기 전 관객이 무료하지 않게 멘트를 넣거나 곧바로 다음 노래 혹은 춤을 추는 식으로 공연 사이에 틈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베트남은 중간중간 십 여분 넘게 틈을 주더라도 관객들이 기다려준다는 점이 한국과 많이 달랐음을 느꼈다. 이러한 장면은 베트남 다낭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또한 버스킹을 하는 공연자만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도 같이 노래를 하는 장면도 많이 목격했다. 개중에는 기타를 들고 와 관객석에서 같이 연주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은 공연 내내 누군가가 나를 평가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중압감을 늘 갖고 연주를 한다. 때론 ‘내가 왜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주자의 중압감은 크다. 베트남에서 그런 중압감은 눈을 씻고 찾아 볼 수 없었다.

베트남 버스킹 투어에서 또 놀란 부분이 있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서 진행된 버스킹 공연에서였다. 다리 폭이 약 7~8미터 정도인데 사람이 다닐 수 있는 1미터 정도만 남기고 나머지를 무대로 활용해 버스킹이 진행됐다.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 베트남측 버스킹 대표에게 괜찮은지 물어보니 당연하다는 듯 괜찮다는 답변을 했다. 다리뿐만이 아니라 시내 중심의 카페에서 심야시간에 이뤄진 버스킹에서도 주변 상가에서 별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모두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다. 이 두 모습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이 베트남의 문화와 예술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한국의 문화예술은 대도시 중심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방의 문화적 성장은 거의 드물다. 그나마 서울과 물리적으로 거리가 먼 영‧호남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문화‧예술이 독자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오히려 서울과 거리가 가까운 평택, 오산 등 경기도 지역들은 문화적 성장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과 지방도시의 문화성장에 있어 치명적인 문제다. 문화예술을 꿈꾸는 아이들이 큰 무대를 갖기 전 버스킹과 같은 작은 소소한 축제 및 공연을 통해 경험과 노하우를 다져야 하는데 공공기관과 시민들의 인식 차이로 성장이 어려워지고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은 혼자 이뤄진 것들이 없다.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을 만들어 낸다. 무분별한 허락과 관용은 좋지 않다. 그렇다고 버려서도 안 되는 것이다. 이번 버스킹 투어로 지금 평택은 큰 것만 생각하고 작은 것은 버리고 있는 것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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