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희
평택평화센터 운영위원

[평택시민신문] 평택에서 40년을 넘게 사는 동안 평택이 자랑스럽고 살기 좋은 곳이라고 느낀 적이 별로 없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평택에 대한 생각들은 경부선이 지나는 작은 도시 중 하나, 평택역 주변의 퇴폐적인 문화.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도시가 아닌 소비도시. 또 하나는 미군부대였다. 미군부대가 있는 평택은 기지 자체로의 기능이나 역할보다 부대주변의 향락적인 소비문화를 떠올리게 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평택이 달라지기도 했고 학부모가 되어서는 아이들과 함께 평택의 이곳저곳을 찾아다니고 평택의 역사에 대해 알아가면서 조금은 그런 마음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주한미군기지 사령부가 평택으로 내려와 미군들이 많아지고 기지가 확장되었다. 평택이 군사도시로의 이미지가 더욱 강해져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평택이 자랑스럽고 반갑지는 않다. 아이들을 키우기 좋은 도시, 안전하고 깨끗한 도시, 시민들이 행복한 도시가 자랑스러운 도시이지 전쟁을 준비하는 큰 미군기지는 결코 도시의 자랑거리가 될 수 없다.

그런데 한술 더 떠서 평택에 있는 기지 내에서 미군이 세균무기실험실을 운영 중이라고 한다. 국제법을 어기면서까지 치명적인 독소를 가진 균을 반입해 실험중이라니 미군의 그 오만함이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자기네 나라에서는 아무도 살지 않는 사막 한가운데에나 만들어 놓을 위험한 실험실을 바로 인근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 상가와 주택가가 밀집되어 있는 곳에 만들어놓고 운영 중이었다니 도저히 믿을 수도 없고 용납할 수도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너무 불안하고 무섭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세균무기도 필요한 것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하기도 한다. 불이 필요하다고 아이들을 불 옆에 가까이 방치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총이나 칼이 필요하다고 아이들 옆에 무방비로 그것들을 두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불특정다수를 해칠 수 있는 세균무기가 필요하지도 않다고 생각하지만 백번 양보해서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왜 우리 땅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 만들어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의 생명권이 위협받고 있는 이 상황에 평택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궁금하다. 일본 내 미군부대의 대부분이 위치한 오키나와에는 현청에서 만든 기지전망대가 있다. 아이들이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그곳을 방문하여 기지를 보게 하고 언젠가는 되찾아야 할 너희들의 땅, 우리의 땅이라고 가르친다.

평택시가 평택 내에 있는 미군기지가 언젠가는 되찾게 될 우리의 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기지와 그 주변의 땅이 오염되고 기지 내에 위험한 세균을 들여와 실험하는 것을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평택시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나서야 한다. 평택을 떠나고 싶지 않다. 평택이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길 바란다. 우리 아이들이 평택에서 나고 자란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평화의 시대, 통일의 시대를 살아가야 할 아이들에게 무기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

그러기 위해 미군기지내 세균무기 실험실은 즉각 폐쇄되어야 한다. 세균무기 실험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평택시와 평택시민 모두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살기 좋은 평택을 물려주기 위해 평택의 주인으로 당당히 외치고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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