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민신문] 바쁜 일상 속 차 한 잔 마실 여유를 갖길 바라며 아동문학가 청암문학회 회장인 박미자 시인의 자작시 2편을 소개한다.

 

어깨, 흔들리다

 

어느 날인가 부터 바람막이가 되더니

찌릿찌릿 굳어버리는 회전근개

노동자는 무기력에 어깨가 젖는다

꽃들의 눈시울도 충혈되고

하르르 지는 봄처럼

지난 밤 독한 결심들은 이미 싱겁게 날아간다

갈갈한 상대의 면전에서 너덜너덜해진 충돌증후군

대책 없이 저녁노을만 바라보게 되고,

 

한때 단단하고 힘 꽤나 주었던 어깨는

자꾸만 한쪽으로 기울고

의구심만 석회처럼 굳고 딱딱해진다

쏠림 없던 지난날들이 지나치게 견고했는지

쓸쓸함 하나 아픔 하나 관절통과 맞바꾸곤

탄력 잃은 바람들과 염증만 키우고 있다

바깥에서 원하는 쪽으로 기웃거려야 했을까

그랬다면 통증이 덜했을까

그럴 순 없었다

 

약물로 대체하는 감정노동자

녹작지근 간간이 찾아오는 인연들에게

더 이상 사랑과 의리가 탈구되지 않도록

냉습함을 견뎌내는 근력 재생의 시간

투덕해진 불신은 얼마나 더 지나야 풀어질까

저 아래 온통 붓고 시큰했던 꽃들의 속울음도

한쪽 작은 어깨마저 벗어놓으면 삭혀지려나

잡념들을 주무르고 토닥이다 보면

흐멀흐멀 물러진 시간들을 회복하고

이 계절에 퇴원할 수 있을까

 

 

 

어깨 공사로 득함

 

어깨 위 또 다른 무게

누가 날개를 달아달라고 했나

오른쪽이 불편하기 전에는

가장 쉬운 게 그릇 씻기였는데

얇은 접시 하나가 천근만근이다

냄비 하나 들어 올리는데도

프라이팬 하나 닦는데도

이처럼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지도 몰랐고

이토록 많은 힘이 들어가는지도 몰랐다

제 몸 아껴 부풀리기에만 급급했던 날들이

장마처럼 무너져 내려앉고

수북하게 쌓였던 나태한 것들이 씻겨 나가길 기도한다

뜻밖의 오른쪽 어깨수술로 인하여

손가락 하나 온전한 것들에 감사하며

오랜만에 즐거운 그릇 씻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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