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목소리 묵살하는 행위는

상호협력 아닌 책임회피 불과

지금이라도 도두리 주민과 만나야

미군에 대한 시민 불신 해소 가능

[평택시민신문]

임윤경 평택평화센터 사무국장

농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성스레 마련한 씨앗이 한순간에 말라 죽을 수 있기 때문에 농부들은 부정타는 일을 삼가고, 볍씨를 고르고, 논둑을 다지고, 못자리를 만듭니다. 그렇게 묵묵히 농작물을 돌보는 농부의 삶은 그런 간절함에서 만들어 집니다.

씨앗 하나에도 온정성을 들이는 농부들의 삶의 현장이, 평택 미군기지로 인해 흔들리고 있습니다. 평택 도두리 일대는 미군기지 확장으로 넓은 들녘에 미군기지가 들어섰는데 그 미군기지 경계선을 따라 빼곡하게 가로등이 서 있습니다. 그 불빛이 얼마나 강하게 비추는지 한밤에도 60m 거리에서 신문을 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도두리 농민들은 그 불빛으로 볍씨들이 여물지 않아 몇 년동안 마음을 쓸어내렸습니다. 들녘을 강하게 비추는 미군기지 가로등 빛들을 막아보려고 밤마다 들에 나왔으며, 가로등 빛공해로 여물지 못하는 벼를 보며 가슴이 무너져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습니다. 밝은 가로등으로 여름에는 해충들이 모여들어 애를 먹었고 빛공해를 해결해보려고 여러 기관을 쫓아다니느라 정신적 고통도 상당했습니다. 평생을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농민들은 미군기지 가로등으로 인해 모든 일상이 무너졌습니다.

도두리 농민들은 더 이상 참고만 있을 수 없어 2016년말부터 미군에게 계속적인 민원을 넣었습니다. 농민들의 민원에 미군은 긴 공문을 보냅니다. ‘최초 2m정도에는 피해가 있으나 그 이외의 곳은 피해가 경미하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는 더 이상 우리(미군)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답변만 보냅니다. 피해는 피해의 크고 작음의 문제가 아니라 피해가 생겼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미군의 답변은 피해를 인정하나 경미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내용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답변을 받은 농민들은 매년 농사를 지어야하니 그렇다면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라도 함께 찾아보자며 미군에게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가로등 방향을 미군기지 방향으로 돌리는 방법, 벼가 여무는 7월과 10월까지 4개월간 가로등을 야간시간대에 켜지 않는 방법, 가로등에 일자형 빛 가리개 사용 방법, 시간대별 가로등 점멸 방법 등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미군은 그 어떠한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해 농민들이 정부와 미군에게 지속적인 민원과 대책마련을 요구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함께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노력이었습니다. 주민들에게 미군의 입장을 설명하고 피해 현황과 피해를 줄이는 방법들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군은 미군의 방식과 절차만을 강요하며 단지 공문을 보낸 것으로 소통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정서, 지역 공동체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외면하고 자기만의 방식만을 강요하는 것은 소통의 의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미군에 대한 반감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피해 농민들도 처음에는 미군에게 무척 호의적이었으나 지금은 불신이 높아져 반감까지 사고 있습니다.

올 2월 에이브람스 주한미군사령관은 평택시장과 면담에서 미군과 평택시민간의 상호교류를 통한 동맹강화, 상호협력을 이야기했습니다. 에이브람스 사령관이 이야기한 상호협력은 무슨 뜻이었을까요? 주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의견을 묵살하는 것이 에이브람스 사령관이 이야기한 상호협력이었을까요? 지금 현재 주한미군이 보이는 모습은 상호협력이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고 자기주장만 내세우고 있는 꼴입니다.

진정한 상호협력은 서로 소통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마련되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미군은 도두리 피해 농민들과 만나 소통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것이 미군에 대한 평택시민의 불신을 줄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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