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민신문] 지방자치는 지역주민들이 자신들의 일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의 대표를 선출하고 이들을 통해 지역의 일을 처리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단체로 광역자치단체는 시ㆍ도, 기초자치단체는 시ㆍ군ㆍ구를 두고 있다. 각각의 단위에서 주민들이 직접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지방자치제도로는 가장 주민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곳이 기초자치단체인 시ㆍ군ㆍ구이다.
그러나 시ㆍ군ㆍ구 아래에 읍ㆍ면ㆍ동이 행정단위로 실제 기능을 하고 있다. 각종 민원서류 발급 및 복지지원기능 등 우리의 일상적인 생활과 관계된 일들을 처리하려면 방문하여야 하는 곳이다. 주민의 입장에서는 시청은 먼 거리에 있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은 읍ㆍ면ㆍ동사무소이다. 주민의 생활과 직접 관련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곳은 읍ㆍ면ㆍ동사무소인 것이다. 읍ㆍ면ㆍ동사무소는 주민과 가까운 곳에서 주민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지만 지방자치단체는 아니다. 즉 읍ㆍ면ㆍ동사무소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주민의 대표가 아닌 임명직 공무원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대주민서비스의 최일선에 있는 조직이지만 주민의 대표성이 직접 반영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지방자치의 본질이 풀뿌리민주주의이나 풀뿌리조직은 관료적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대중정부는 1998년부터 읍ㆍ면ㆍ동사무소를 주민자치센터로의 전환을 추진하였다. 주민자치센터의 기본 목적은 ‘주민자치기능을 강화하여 지역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많은 지역에서 주민자치센터가 운영되고 있고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을 위해 주민자치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자치센터는 주민자치라는 본래의 기능과는 달리 저렴한 비용으로 문화, 교양, 취미, 오락, 건강 등의 강좌를 운영하는 기능으로 협소화된 측면이 강하다. 주민자치위원회도 주민자치센터의 강좌운영이라는 울타리에 머물러 있고 주민자치의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주민들의 실질적 자치권이 제약되어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었고 자치권을 주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에 따라 주민자치회 논의가 전개되었다. 2010년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어 주민자치회 설치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이 조항은 2013년 이후 현행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후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사업이 진행되었다.
평택시는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를 11월 8일자로 공표하였다. 이 조례는 ‘풀뿌리자치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하여 읍ㆍ면ㆍ동에 두는 주민자치회’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진위면, 오성면, 송북동, 비전2동 등 4개 지역을 시범실시 지역으로 선정하여 운영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주민자치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주민자치회의 본질은 주민자치에 있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아닌 주민자치회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실질적인 주민자치기능의 강화에 있다. 그러나 주민자치회가 과연 실질적인 주민자치기능을 수행하고 있는지, 또 앞으로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민총회, 마을계획수립 등의 내용적 측면에서의 차이점, 위원의 선임권한을 주민자치위원회는 읍ㆍ면ㆍ동장에게 부여하였으나 주민자치회는 시장에게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본질은 주민참여를 통한 실질적 주민참여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이다.
10여 년 전 법적 근거를 확보하였으면서도 전국적 확대보다는 시범사업에 머물러 있고 이번 평택시가 제정한 조례도 시범실시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주민자치회의 실질적 도입과 운영이 그만큼 어렵다는 점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주민자치회라는 형식적 틀만이 아니라 실질적 주민자치권 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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