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민신문] 그림책을 읽는 어른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림책 심리지도사, 그림책 활동가, 그림책 테라피 등 다양한 이름으로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하고 그 과정에서 치유를 이뤄내기도 합니다. 4090세대를 위한 그림책을 펴내는 전문출판사도 곧 등장한다고 합니다. 이제는 누구도 그림책을 아이들이나 보는 책이라 가벼이 말할 수 없을 듯 합니다. 바야흐로 그림책 전성시대입니다.

그림책은 아이들 책, 어른들 책 딱히 구분하지 않고 누구나 읽고 저마다의 감상을 나누는 책이지만 오늘 소개하는 잃어버린 영혼은 어른들에게 읽기를 권합니다. 제목이 말하듯 영혼을 잃어버리는 건 아무래도 어른들 일 일테니 말입니다.

책을 펼치면 눈이 쌓인 공원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발자국을 남기고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누군가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본다면, 세상은 땀 흘리고 지치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로, 그리고 그들이 놓친 영혼들로 가득 차 보일 거예요...

시작이 의미심장합니다. 남자는 출장길의 호텔방에서 한 밤중에 깨어나 여기가 어디인지 자신이 누구인지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합니다. 남자는 의사를 찾아갑니다. 남자는 영혼을 어디선가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자기만의 어떤 장소를 찾아 편안히 앉아서 영혼을 기다려야 한다는 처방을 받습니다. 이제 남자는 매일매일 의자에 앉아서 영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머리가 길게 자라고 수염은 허리에 닿게 되었을 때, “드디어!” 지치고, 더럽고, 할퀴어진 영혼이 그의 앞에 서 있었습니다.

잃어버린 영혼  
올가 토카르축 글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이지원 옮김 
사계절출판사 
2018

잃어버린 영혼은 글로 표현하기보다는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그림에 드러난 정보도 알쏭달쏭합니다. 종이가 아닌 모조지로 된 페이지도 있습니다. 앞에서부터 쭉 그림을 읽어보다 다시 앞으로 되돌아가야 할 만큼 그림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작가가 숨겨둔 이야기가 무엇일지 자꾸 되새겨보게 하는 책입니다.

줄곧 흑백으로 표현된 그림이 조금씩 색을 띄고 마침내 푸른 잎사귀가 만발할 때쯤이면 아, 이제 기다리던 영혼이 가까이 오고 있구나 싶어집니다. 남자가 기다리며 앉아있던 조그만 오두막을 둘러싼 들과 숲이 온통 초록으로 가득차면 이제 영혼과 함께 있겠구나 싶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다는 말에 안도하게 됩니다. 이제 남자는 그의 영혼이 따라올 수 없는 속도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구덩이를 파고 시계와 트렁크 따위를 전부 묻어버립니다.

얇은 그림책을 읽고 또 읽으며 생각해봅니다. 나는 내 영혼과 함께 잎을 키우고 숲을 가꾸고 있을까? 어쩌면 나도 책 속의 남자처럼 어디선가 잃어버린 영혼을 두고 나 혼자 빠르게 걸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내 속도를 지키기 위해 내가 파묻어야 하는 건 무얼까? 한 권의 그림책이 던지는 질문이 여러 개입니다. 함께 읽으며 이야기해보고 싶은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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