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민신문] 

박미자
시인
아동문학가
청암문학회 회장

어머니와 누룽지

지금 난
1번국도 성환 입구에서
어머니가 노릇노릇 챙겨준 누룽지를 오도독거리고 있다
어머니는 늘 앞질러만 가려는 나에게
한때의 속태움을 꼬집기라도 하듯
공복의 두께만큼 누룽지를 챙긴다
나로 인하여 더디 익히며 쌓였을 그을음의 양을
이제야 긁어내듯 기억의 밑바닥을 건네어준다
씹을수록 저려오는 지난날들의 불연소물
어머니는 늘 먼저 서두르고
늘 성급히 나서는 나에게
누런 기억들을 득득 긁어 핀잔 한 줌 되돌려준다
어머니와 누룽지,
성환을 벗어나면 그러나
속 든든하던
누룽지의 맛은 덜하다

 

어머니와 사골국

화장을 한 후 간편식 사골국을 먹을 때마다
눈물이 섞이는지 짜다
꼬박 하루를 끓여 만든 사골국을 식혀 
한 모씩 싸주시던 엄마
슬퍼할 겨를도 없이 시간이 후루룩 넘어간다

잠자고 있는 엄마의 손전화기 속으로는
대출정보나 보험홍보문구가 날아들고
통장에는 잊지 않고 이자도 들어오고
침대의 온기에선 엄마의 숨결이 읽힌다
엄마 친구들의 수다만큼 내어주던 텃밭 식물들은 
발길 끊긴 것을 아는지 제 몸 알아서 썩어 문드러지고 있고
그 안에서 여러 날 뜨끈했던 진국 웃음들도 식어만 간다

딩동, 고객님- 하며 눈치없이 호객하는 소리에
엄마가 손전화기를 받으러 오실 것 같다
두리번거리다 아버지와의 끼니 해결에
단순한 사골국 한 그릇 내어놓고
엄마의 살 냄새나는 뼛국을 보며
울컥울컥 슬픔으로 배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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