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평택시문화관광해설사

[평택시민신문] 주말, 평택호로 가는 길은 나에게 작지만 따뜻한 여행이다.

버스를 세 번 갈아타는데도 힘들다 생각지 않는 것은 차창너머로 보이는 시간의 흐름을 따른 풍경들이 정겹게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겨우내 꽁꽁 언 땅이 부지런한 농부의 손길에 보슬보슬한 흙으로, 넉넉한 물을 만나 어느새 푸릇푸릇한 싱싱함으로, 그리고 뜨거운 볕과 세찬 비바람을 이겨내더니 풍요로운 황금물결로 출렁인다. 그동안 수고한 농부의 얼굴에 잠시 미소가 번지고 기어코 까마귀 떼가 한바탕 휩쓸면 비로소 잠시 여유를 가진다. 얼마나 오랫동안 반복된 일일지. 매일 같은 일상이지만 사실 같은 것이 하나도 없는 시간의 흐름에 늘 새로운 모습인 것을 우린 잊고 사는 것 같다.

잠시 차창 밖 풍경에 빼앗긴 시선을 돌리면 어느새 안중 공용터미널이 나온다. 당진가는 시외버스에 몸을 싣고 10여분. 왼편으로 탁 트이며 푸른빛이 가득한 아름다운 호수가 다가온다. 평택호다.

이야기 하나

여느 때처럼 늦지 않은 시각. 평택호관광안내소에 도착하여 관광지도와 각종 정보를 담뿍 담은 가이드북을 정리하고 막 자리에 앉자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중년부부가 멈칫멈칫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2층에 전망대가 있으니 먼저 보고오세요.”

잠시 후

“지금 이곳은 평택호관광단지의 초입인 관광안내소입니다.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호수를 따라 20여분 정도 걸어가면 피라미드 외형의 평택호예술관까지가 평택호관광단지의 관람코스입니다.” 하며 무동놀이가 뛰어나고 연희성이 강한 국가지정무형문화재 11-2호 평택농악과 경기도문화재로 지정된 평택민요(노동요 장례요 어로요)를 살짝 뻥 튀겨 자랑하고, 표정 살펴가며 노랫말이 너무 예쁜 동요 노을, 그리고 해금의 명연주자이며 우리 노래를 오선보에 옮기는 작업을 통해 후학들의 배움을 독려했던 지영희선생과 관련된 그림이 그려진 소리길, 그 소리들을 형상화환 소리의자 등을 소개한다.

“네~ 볼거리가 정말 많네요” 하며 평택에서 1박을 한다는 말씀에 지영희국악관과 평택호예술관, 그리고 평택항 마린센터 원효대사깨달음체험관까지 주변 관광명소를 추천해드린다.

남편의 환갑을 기념하기 위해 나선 여행길

“정말, 오긴 왔어도 막연했는데 좋은 정보 주셔서 감사합니다”하며 만족스런 표정으로 총총히 나서는 두 분.

부디 지금처럼 서로 사랑하며 무탈하고 행복하시길 빌어준다.

이야기 둘

짧은 머리와 조금 큰 얼룩무늬 군복 그리고 안정되지 않은 눈빛과 그를 감싸듯 들어오는 중년부부, 한 눈에 봐도 첫 면회인 듯하다.

“안녕하세요? 아들 면회 오셨나봐요. 우리 아들도 군복무중이예요.” 하면

“정말요, 어디서 복무하는데요? 계급은요?” 하며 반색한다.

집은 마산인데 해군에 지원하여 2함대에 자대배치 받고 군 복무중이며 오늘이 첫 면회라고 한다.

“저도 처음엔 그랬는데 생각보다 금방 제대하던데요.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나의 경험을 들려주고 주변 관광명소를 소개한다.

여기부터 평택호예술관까지 가다보면 우리 국악의 큰 스승인 지영희선생을 기념하는 지영희국악관과 365일 항상 새로운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피라미드형외관으로 유명한 평택호예술관이 있으며 그 주변은 아름다운 조각 작품들로 어우러진 조각공원과 농악 민요 등을 공연하는 모래톱 공원 등 흥겨운 볼거리와 먹음직스러운 먹거리를 소개하고 나면 ‘이제는 됐다’라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진다.

고맙다는 인사와 안녕히 가시라는 인사를 나누며 빠른 걸음으로 서둘러 나가는 모습에 부디 아드님과 그동안 못 다한 마음 속 깊이 쌓아놓은 정겹고 애닯은 이야기 많이 나누고 남은 여정 편안하시길 빌어본다. 물론 아들의 무탈한 군복무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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