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국내기술, 어디까지 왔나...현 수소 공급 방식으론 수소경제 확대 한계…액화수소 전환 필요

수소생산비 보다 물류비 높아, 충전소 사업자 지원 고려해야

[평택시민신문] 올해 1월 17일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수소경제 추진에 나섰다.

로드맵은 크게 △수소차‧연료전지 산업생태계 구축 △수소 생산‧공급 시스템 조성 △법‧제도적 장치 마련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소생산량을 526만톤으로 늘리고 2040년까지 수소차 누적 생산량을 62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충전소도 1200개소로 증설할 계획이다. 또 올해까지 수소차 4000대 이상을 신규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로드맵이 제시하는 청사진에 비해 아직 한국은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현실적인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기준으로 등록된 수소차는 2955대이며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수소충전소는 총 24곳이다. 이중 충전소 6곳과 수소차 1099대가 울산에 집중된 점을 고려하면 아직 전국적으로 인프라가 부족해 수소차 확대 보급이 쉽지 않다.

2019년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상황에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 2일 곽대훈(자유한국당, 달서구갑) 의원실이 내놓은 국감 질의자료에 따르면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을 제외한 산자부 산하 기관조차 충전소 부족을 이유로 수소차를 관용차로 보유한 곳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일에는 국회 김규환(자유한국당, 비례) 의원이 질의자료에서 한국은 원천기술 국산화 추진과 기술개발 부분에서 일본에 한참이나 뒤쳐지고 있다며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했다.

이미 수소열차를 개통‧운영하는 독일이나 수소연료전지 선박 개발에 착수한 영국 등을 생각하면 한국은 수소경제 분야에서 이제 막 걸음을 뗀 상황이다. 이에 현재 국내 수소경제의 위치를 확인하고자 린데코리아와 안성휴게소(부산방향) 내 수소충전소를 찾았다.

튜브 트레일러 수소공급은 한계

수소를 고압으로 충전한 튜브트레일러. 트레일러 한 대에 10개의 튜브를 운반할 수 있으나 운반량이 300kg을 넘지 못해 수소원가 중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린데는 세계 최초로 기체 액화에 성공한 카를 폰 린데 박사가 1879년 창립한 기업으로 산업가스와 수소 분야에서 선도하고 있으며 특히 액화수소 관련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액화수소를 생산하지 않지만 액화수소를 상용화한 미국, 일본, 독일 등지에서는 린데의 기술로 도심지역 한 가운데에 수소충전소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 린데에스지코리아는 용인에 시간당 수소 300Nm3(노멀 입방미터)를 생산하는 개질기 6대를 운영하고 있으며 배관망으로 이를 삼성에 공급하고 있다. 국내에서 산업용으로 공급하는 수소 대부분은 이처럼 현장에서 생산해 배관망으로 공급된다.

배관망이 연결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수소를 고압으로 충전한 튜브트레일러로 공급받고 있다. 그러나 수소튜브트레일러는 1회 운송량이 300kg 미만으로 울산에서 서울, 경기로 운송할 경우 운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5~40%에 이르는 등 공급방식이 비효율적이다.

린데에스지코리아는 내년 하반기 용인 공장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해 생산과 공급이 동시 이뤄지는 생산기지형 수소충전소를 운영할 예정이다. 장거리 운송에 따른 수소 공급 원가를 절감하고 수소차 증대에 따른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충전소 운영, 지원금 보조 필요해

경부고속도로 서울방향 안성휴게소에 위치한 수소충전소

평택시에서 제일 가까운 수소충전소는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 서울방향과 부산방향 두 곳이다. 서울방향은 대보유통이, 부산방향은 한국도로공사가 운영 중이다. 그중 대보유통이 위탁 운영하는 서울방향 수소충전소는 총 356㎡ 면적으로 시간당 수소차를 5대 이상 충전할 수 있는 25㎏/h의 충전용량을 갖고 있다.

대보유통은 시범 사업개념으로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수소경제 초기인 현재 운영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대보유통은 에스피지케미칼 당진공장에서 수소를 고압 충전한 튜브를 받아 사용하고 있다. 트레일러 한 대에는 수소 약 300㎏, 튜브로는 10개가 실린다. 수소차 한 대당 4~5㎏을 충전하는 것을 감안하면 튜브 하나에 2.5대, 트레일러 한 대로는 25대밖에 충전하지 못한다.

대보유통 안성충전소 이상민 소장이 수소충전기를 설명하고 있다. 안성휴게소는 시간당 5대 이상의 수소차를 충전할 수 있다.

서울방향 안성수소충전소를 담당하는 이상민 주유소장은 “현재로서는 수소 생산비용보다 물류비가 더 많이 잡힌다”며 “평택시, 안성시 등 지자체에서도 충전소 사업에 관심있는 분들이 찾아오지만 운영비 지원 등 이후까지 생각하질 못한다. 개인적으로 우려되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하루 10~15대가 충전소를 이용한다. 수소 원가는 얼마 되지 않지만 충전소에서 판매하는 공급가에는 물류비가 많이 포함돼 있다”며 “품질검사 하나만으로도 100만원씩 연간 400만원이 소요되고 밸브류 등 검사에도 1500만원이 소요돼 운영비 지원이 없는 경우 개인사업자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튜브트레일러로 한 대로는 25대를 충전하지만 수소를 액화할 경우 250대를 충전할 수 있어 물류비와 공급가를 줄일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배관망을 설치해 공급방식을 바꾸거나 액화수소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안성휴게소 서울방향 수소충전소에 설치된 수소충전기

평택에서 액화플랜트 운영 가능한가

정부 로드맵에 따르면 2022년에는 수소차가 6만7000대, 2040년에는 290만대가 보급된다. 이에 따라 필요한 수소는 2022년에는 1만8000톤, 2030년에는 8만톤, 2040년에는 약 76만톤으로 예상된다.

수소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2022년 이후에는 더 이상 부생수소(석유화학 공정에서 부수적으로 얻어지는 수소)에 의존할 수 없고 별도의 생산기지를 통해 수소를 생산‧공급해야 한다. 아울러 생산 원가를 낮추고 도심지역에 안전하게 공급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수소 생산 원가를 낮추고 도심지역에 대량의 수소를 안전하게 공급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액화수소다. 튜브트레일러는 200bar의 고압으로 충전하지만 액화 수소는 2bar의 낮은 압력으로 수소를 대량으로 운송할 수 있다. 또 액화수소는 기체수소보다 부피가 800배 적어 충전소 설치에 필요한 체수소보다 부피가 800배 적어 낮은 충전소 설치에 필요한 부지 면적도 약 20배 적게 소요된다.

린데에스지코리아 기흥공장에 설치된 개질기. 개질기는 메탄과 수증기를 반응시켜 수소를 생산하는 장치다.

평택시는 액화수소 생산에 대단한 지리적, 경제적 강점을 가지고 있다. 중부권역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LNG인수기지가 평택시에 기부 채납한 3만평의 유휴부지에 수소액화플랜트 건설이 즉시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수소 액화에 필요한 냉열(영하 253℃)의 상당부분을 LNG인수기지에서 얻을 수 있어 경제적이다. 액화 천연가스 LNG를 도시가스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화 과정이 필수인데 이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생산되는 냉열(영하 162℃)이 현재는 바다에 버려지고 있어 이를 활용할 경우 생산비 저감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린데에스지코리아 전용옥 부장은 “국내에는 아직 액화수소를 생산하는 곳이 없어 액화수소 충전소가 보급되지 않고 있으나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액화수소 생산‧보급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며 “평택에 액화수소 생산 단지가 조성된다면 액화수소를 응용할 수 있는 연구소를 포함한 산업체 유치에도 유리한 위치를 가져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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