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사성 정승과 젊은이가 나눈 공당문답

[평택시민신문]

배옥희 회장
평택시문화관광해설사회

평택에는 안성천, 진위천, 오산천, 황구지천 등이 흐르고 있다.

이중 진위천은 동국여지승람 산천계에서 장호천이라 하였으며, 용인시 이동면 무네미 고개와 샘골 유역에서 발원되어 오성면 궁리에서 안성천과 합쳐져 평택호로 흘러간다. 하천의 총길이는 18km, 폭은 220~764cm, 유역면적은 737.7㎢. 진위천 시민 유원지는 봄에는 유채, 가을에는 코스모스를 하천가에 심어, 걸으면서 또는 레일바이크를 타면서 꽃길을 볼 수 있다. 또 불빛정원과 오토캠핑장이 있고, 여름에는 야외 수영장, 겨울엔 눈썰매장을 열어 사계절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

주변에는 조선시대 교육기관이었던 경기도 문화재 자료 제40호로 지정된 진위향교 대성전과 국가지정 보물 제567호 만기사 철조여래좌상이 있다. 정월 대보름이면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줄다리기 행사를 하는 오룡동 마을이 있는가 하면, 3.1운동 만세를 불렸던 진위면사무소 터도 남아 있다. 또한 은산리 쪽으로 이동하면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의 삼봉집목판과 향토유적 제2호인 정도전 사당인 문헌사가 있다.

평택방면으로 가면 도일동에 2018년 7월 개관한 원릉군기념관에 국가지정 보물 제1133호 원릉군 원균 선무공신 교서가 있고, 원균장군 묘와 사당도 볼 수 있다.

 

무봉산 백현원에서 하룻밤 묵은 맹사성

평택의 북부지역인 송탄은 산이 귀한 평택에서 가장 높은 무봉산(208m)과 부락산이 위치하고 있어 주변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부락산은 덕암산과 이어져있어 삼봉선생의 유적지인 은산리와 원균장군 유적지까지 연계해 탐방할 수 있다. 이른 새벽 손전등을 켜고 등산하는 70~80대 어르신이 계시기도 하고, 해가 긴 계절엔 퇴근한 직장인이 여유시간을 이용해 산책하기도 한다. 비가 살랑살랑 와도 우산 하나 챙겨들고 걷는 사람이 있고 재활운동을 하시는 분도 있다. 모든 것을 내어주는 산이 고맙고, 스치는 사람과 시간들이 소중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이 길에 조선시대 정승인 맹사성의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아산이 고향인 맹사성이 한양으로 올라가는 길에 비를 만나 장안동과 동막 사이 고갯길인 무봉산 백현원에서 잠시 머무르게 되었단다. 허름한 몰골의 맹 정승이 구석에 자리를 잡자 심심하던 젊은이 하나가 장기 한 판 두자고 말을 걸었다. 맹 정승이 연거푸 몇 판을 이기자 화가 난 젊은이는 공당문답을 제안한다. 젊은이의 제안이 자신을 놀리기 위한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맹 정승은 빙긋이 웃으며 응했다.

“그래 젊은이는 어디를 가는공?”

“한양으로 벼슬하러 간당”

“벼슬자리 내어줄 사람이라도 있는공?”

“없당”

“그럼 내가 한 자리 마련해주면 어떻겠는공?”

그러자 젊은이는 배꼽을 잡고 웃으며 “바라지도 않는당”하고 대답했다. 나이 먹은 늙은이의 실없는 농담으로 여겼던 탓이다. 얼마 후 과거가 끝난 뒤 급제자들이 정승들에게 문안인사를 드리게 되었다. 맹 정승이 윗자리에 앉아 급제자들을 내려다보니 백현원에서 만났던 젊은이가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장난기가 발동한 맹사성은 “그래 과거는 잘 보았는공?”하고 물었다. 깜짝 놀란 젊은이가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정승 자리에 백현원에서 놀렸던 꾀죄죄한 늙은이가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맹 정승이 다시 물었다. “급제한 기분이 어떤공?”. 그러자 젊은이는 땅에 코를 박고 “죽고 싶당”하며 고개를 묻었다고 한다.

※외부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