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민신문] 

 

박미자 시인
아동문학가
청암문학회 회장

아버지의 밥 노래

 

밥 먹어라

밥 먹었냐

밥부터 먹어야지

밥 굶지 말구

밥 먹고 가라

밥 먹자

밥 먹어야 할 텐데

밥도 못 먹은 거 아녀

밥이 보약이여

 

밥 안 먹었지

밥은 꼭꼭 챙겨먹구 댕겨야지

밥은 핸 겨

밥 때는 거르지 말어

밥심이 있어야 혀

집밥이 좋은 겨

밥 먹으러 가자

밥 더 먹어

밥이 최고여

 

지긋지긋한

밥밥밥 밥 타령 밥 예찬

내가 밥보인가 밥충인가 밥순인가

 

오십 후반,

문득 숟가락에 재생된 말씀들을 들여다본다

아버지의 헛기침에 놀라

종종걸음으로 급급하던 날들도 많았지만

신기하게 든든하고 따뜻했던 고봉밥 말씀은

아버지의 유일한 응원이었음과

지금도 여전히 누룻누룻한 아버지의 밥 인사는

지칠 때 마다 배부르게 하는 고슬고슬한 꽃밥임을 안다

 

딸의 밥 노래

 

엄마가 예고도 없이 사라진 후

입맛을 잃었다

꿈인 양 우왕좌왕하다가

울음 한 번 꺼내보지 못한 채 삼배를 하고 있다

엄만 어디 가셨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거리 한 개를 남기셨다면

그것은 아마 아버지의 밥일 것이다

 

아버지가 늘 부르던 밥 노래가

이제는 내 노래가 되어 버렸다

아버지가 밥숟갈을 들 때마다

나는 배가 더부룩 불러온다

 

식사하셨어요

아침은 드셨나요

밥은 있지요

밥 때 거르지 마세요

많이 드셔야죠

꼭 챙겨 드셔야 해요

따뜻하게 드세요

밥 먹으러 가요 

천천히 꼭꼭 잡수시고 짜지 않게 드세요

진지 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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