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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계에 깊숙이 파고든 ‘메이드 인 재팬’
평택시민신문 | 승인 2019.09.04 10:46

임흥락
평택농민회 부회장

[평택시민신문] 일본 품종이라고 무조건 배척할 수는 없다. 하지만 농업이 주권이듯 우수한 품종을 개발하고 고유의 종자를 유지 발전시켜 종자주권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보복하는 일본 아베정부는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했다. 그로인해 국민들의 반일 감정이 다시 일어나고 자연스럽게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으로 펴져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하며 당분간 일본 아베정부와는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이에 농업계에서도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 농업이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해방 이후 일본의 수탈에 전통적인 우리 농업은 무너져 있었고 어쩔 수 없이 일본에 의존해야 했다. 더구나 한국전쟁을 겪으며 자립할 여유를 갖지 못하며 일본의 잔재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 중 일본 종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고 지금은 농기계중 일본산 제품의 판매가 확산되고 있다. 농업용어에서도 일본의 잔재는 그대로 남아있다. 도복,시비,수도작 같은 농업용어도 일본식 한자어를 표기한 것이다. 일본은 일제 강점기에 우리 고유종자를 멸종시키고 우리 농산물을 수탈하는 항구를 만들고 관개수로를 만들어 수세를 받아서 농민을 수탈했다. 고유의 우리 농업용어마저 일본식으로 바꿔가며 영원한 식민지로 만들려했다. 다양했던 우리 농업은 일본의 입맛에 맞게 변했다. 군량미 확보를 위한 논 중심의 농업구조가 그렇고, 칡소나 흑우 같이 다양했던 한우 품종이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갈색 한우만 남은 것도 모두 일본 마음대로였다. 사실 80kg으로 대변되는 쌀 한 가마니도 일본이 우리쌀을 일본으로 수탈하기 편하도록 한 단위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후지사과, 신고배, 고시히카리쌀과 같은 대표적 일본 품종이 우리 먹거리를 지배하고 있다. 양파와 팽이버섯, 양배추 같은 품목은 막대한 로열티를 일본에 지급하며 국내에서 소비되고 있다. 특히 브로콜리는 거의 100% 일본종자에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과의 종자무역에서 약 100억 원의 무역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자주권을 되찾고 로열티 지급을 최소화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딸기가 좋은 예가 된다. 국산 딸기 품종인 설향은 2005년 논산 딸기 시험장에서 개발된 우리 품종이다. 이전에 국내 딸기 농가들은 거의 90%에 가깝게 일본품종을 재배했다. 하지만 설향이 육종되면서 일본 품종의 점유율은 5.6%까지 떨어졌다.

농기계에 대한 일본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 농기계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30%에 이른다. 나머지 70%는 국내업체에서 점유하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일본산 엔진과 부품의존도가 높다. 한국농기계유통조합에서는 일본산 농기계에 대한 융자조치를 없애라고 한다. 정부보조금도 없애고 산업기능요원 병역특례도 폐지하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유력한 일본브랜드 업체는 지난해 1800억과 1700억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농민단체에서는 이번기회에 핵심부품과 엔진에 대한 기술력을 높여 일본의존도를 낮추고 더불어 일본산 농기계 사용도 줄여나가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본 품종이라고 무조건 배척할 수는 없다. 하지만 농업이 주권이듯 우수한 품종을 개발하고 고유의 종자를 유지 발전시켜 종자주권을 지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동안은 우수한 품종과 농사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대신 일본의 품종이나 기술 베껴오기가 일쑤였다. 이제는 우리 농업도 일본에서 독립해야 한다. 우리나라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 우리 기술, 우리 종자를 개발, 보급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모든 품목과 농기계에서 일본산을 완전히 배제하고 농사를 지을 순 없지만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최대한 실천하는 것이 결국 우리 농업주권을 바로 세우는 길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처럼 다른 나라에서 일방적으로 수출을 규제할 경우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농업을 지키고 종자를 자급하지 못하면 안보적 측면까지 위험해진다. 당장은 익숙하지 않아 불편하더라도 농업에서부터 주권을 지켜야 한다. 평택시가 보조금으로 농협에서 출하되는 일본 품종 쌀(아키바리, 고시히카리 등)에 대해 지원해 오던 것을 이번 기회에 국내 품종으로 바꾸는 논의가 시작되길 바란다.

※ 외부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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