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민신문] 바람에 가을이 묻어나기 시작합니다. 어느 사이 물기를 뺀 바람이 초록이 무성한 잎사귀를 훑고 지나갑니다. 더불어 일렁이는 나뭇잎 파도를 따라 ‘소리’가 이어집니다. “맴, 맴, 맴…” 한 나무에서 시작된 울음이 줄지어 이어선 나무들로 옮겨 붙습니다. 끝없이 밀려오는 소리의 파도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 세상의 끝인 것 마냥 매미는 목청껏 울어댑니다.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았다고 외치는 듯합니다.

매미 소리가 가득한 그림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고스란히 담아낸 《맴/ 장현정/ 반달》입니다. 푸르름 가득한 나뭇잎과 날아가듯 달아나는 글자 하나, 표지부터 마음을 끌어당기는 책입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퍼져나가고 더해지는 매미소리는 맹렬한 생명력을 느끼게 합니다. 

《맴/장현정/반달》

《맴》은 나무 한 그루에서 시작합니다. 한 그루 두 그루 늘려가더니 어느 사이 온통 초록의 여름 숲을 가득 채웁니다. 초록의 싱싱함이 묻어나는 매미소리가 양 면으로 펼친 그림에 가득합니다. 흔들리는 나뭇잎과 바람을 타고 울려 퍼지는 매미소리가 그림으로 잘 표현된 책입니다. 마치 여름 숲 안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매미소리를 듣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매미 소리가 도시의 빌딩숲에서는 어떨까요? 가로수에 달라붙어 맹렬하게 울어대는 매미소리는 반갑지 않은 손님일 때가 있습니다. 뜨겁게 달아오른 아스팔트와 귀에 꽂히듯 달려드는 매미소리는 여름을 더 뜨겁게 느껴지게도 합니다. 사람도, 빌딩도, 태양도, 매미군단의 맹렬한 합창에 모두 벌겋게 달아오를 듯합니다. 매미는 여름을 더 뜨겁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매미는 장마가 끝날 무렵부터 울기 시작해 8월에 절정을 이룬다고 합니다. 매미는 땅속에서 애벌레로 지내는 시간이 깁니다. 종류에 따라 길게는 13년에서 짧게는 7년 정도 라고 합니다. 오랫동안 땅 속에서 머무르며 때를 기다려왔는데 정작 성충으로 세상에 나와 살 수 있는 시간은 겨우 보름 정도입니다.

언젠가 매미의 한살이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나무에 달라붙어 조심스레 탈피하는 과정을 숨을 죽이며 지켜보았습니다. 움직이지 않으면서 움직이던 매미의 몸놀림은 숙연하게 하는 무엇이 있었습니다. 그건 겨우 보름 정도 허락된 생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겨우 보름의 생이라니, 애벌레로 버텨온 시간이 무색합니다. 정말 야속하리만치 짧은 시간입니다.

어쩌면 매미는 생의 끝을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저리 쉬지 않고 목청껏 외치는 거겠지요. 나는 내 모든 힘을 모아 울고 있다고, 지금 이 순간 나는 완벽하게 자유다! 라고.

매미는 제 남은 생이 다할 때까지 그렇게 목청껏 울어재끼다 스러지겠지요. 매미소리가 잦아들면 여치, 귀뚜라미 같은 가을 벌레 울음소리가 커지기 시작합니다. 가을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8월이 가고 여름이 가면 우리는 또 그리워하게 되겠지요. 매미소리가 무성했던 뜨거운 여름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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