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4차 공기질 검사에서 TVOC 기준치 초과 검출

재검사까지 수업 대안 못 찾아 방학 일주일 연장돼

학부모 “공기질 개선 위해 조기방학…나아진 거 없다”

9일 저녁 용이중학교에서 학부모, 교사, 교육청 관계자가 4차 실내공기질 측정결과를 두고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

[평택시민신문] 실내 공기질 부적합을 이유로 지난 7월 8일 조기방학에 돌입한 용이중학교가 개학을 이틀 앞둔 지난 10일 실내공기질 악화를 이유로 방학을 일주일 더 연장해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관련기사 본지 969호 2면>

지난 9일 평택교육청이 용이중 학부모들에게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용이중은 지난 6월 26일 1차 측정부터 8월 9일 4차 측정에 이르기까지 실내공기질 측정검사에서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s)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의 ‘교사(校舍)내 환경위생 및 식품위생 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TVOC의 유지‧관리기준은 400㎍㎥(세제곱미터당 마이크로그램)이다. 그러나 이날 검사결과에 따르면 컴퓨터실에서는 기준치의 7배가 넘는 2882㎍㎥이 검출됐으며 시청각실에서는 1629.4㎍㎥, 1학년 1반 교실에서는 467.6㎍㎥이 검출됐다.

1~4차 측정에서 총휘발성유기화합물 기준치를 모두 초과한 컴퓨터실에서 환기와 베이크아웃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26일 실시한 1차 측정에서는 TVOC가 622.7㎍㎥(1학년 1반), 1334.6㎍㎥(컴퓨터실)이 검출된 바 있다. 이어 7월 2일 실시한 2차 측정에서는 639.9㎍㎥이 검출됐으며 3차 측정에서는 컴퓨터실에서 TVOC가 1420.1㎍㎥으로 측정돼 지난 1‧2‧3차 측정 당시 결과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차 검사에서 자일렌(기준치 700㎍㎥)이 784.7㎍㎥으로 측정된 컴퓨터실은 이번 검사에서 1155.9㎍㎥으로 확인됐으며 포름알데히드는 기준치 80㎍㎥의 6배가 넘는 504.9㎍㎥이 검출됐다.

TVOC는 끓는 점이 낮아 대기중으로 쉽게 증발하는 액체 또는 기체상 유기화합물의 총칭으로 ▲톨루엔 ▲벤젠 ▲에틸벤젠 ▲자일렌 ▲스티렌 등이 여기에 속한다. 또 TVOC는 호흡‧피부로 인체에 흡수되며 급성중독일 경우 호흡곤란, 무기력, 두통, 구토 등 을 초래하고 만성중독일 경우 혈액장애, 빈혈 등을 일으킬 수 있다.

4차 측정결과를 접한 한 학부모는 “발암물질이 가득한 교실에서 아이를 지내게 하고 싶은 부모는 없을 것”이라며 “법정 수업일수를 채워야 한다고 등교하라 하는데 학습권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건강이 최우선이므로 누구도 등교를 강요할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3월 개교···공기질 악화로 아직도 학교에 발 못들여

10일 개교를 이틀 앞둔 용이중에서 아직 인부들이 잔손보기 작업을 하고 있다.

첫발부터 꼬인 용이중

용이중이 겪고 있는 문제는 작년 가을 시공사와 골조담당 하청업체가 갈등을 빚으며 시작됐다. 용이중은 본래 2019년 2월 공사를 끝내고 3월에 개교할 예정이었으나 완공이 지연되자 평택교육지원청은 신규개교한 용죽초의 교실을 빌려 용이중의 개교를 강행했다. 당시 용죽초는 총 42교실(▲2층 10교실 ▲3층 11교실 ▲4층 10교실 ▲5층 11교실)을 갖추고 있어 초등학교 신입생 36학급 1065명을 포함해 용이중 신입생 9학급 287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

앞서 교육청은 기간 내 용이중 완공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지난해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용이중‧용죽초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중학생과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사실에 용죽초 저학년 학부모들이 우려를 표하자 교육청은 용이중 학생들의 등하교 노선, 통행로, 시설 사용을 제한하기로 계획했다.

용이중 학생들은 등하교 시 정문이 아닌 펜스를 잘라 만든 임시 ‘쪽문’을 이용해야했고 점심시간 혹은 늦은 오후에만 운동장을 사용할 수 있었다. 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체육‧전산 등 일부 수업은 정상적인 수업진행에 차질을 빚었다. 특히 체육수업은 운동장을 이용할 수 없어 컵쌓기, 새천년 건강체조 등 실내 프로그램으로 변경‧진행됐다.

교육청 관계자는 “당시 용죽초에 용이중을 임시배치하면서 용죽초 저학년 학부모들이 사춘기 중학생과 초등학생의 충돌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며 “용죽초 학부모들을 설득하고자 설명회를 하면서 초‧중학생 간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계획을 세웠는데 결과적으로 용이중 학생들이 불편을 겪게 됐다”고 말했다.

한 용이중 학생은 “용이중이 새학교라 중학교 생활을 많이 기대하면서 왔는데 초등학교 아이들과 더부살이를 해 마음이 좋지 않았다”며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 시설을 사용하려하면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왜 공부 안하고 여기 나오냐고 혼내기도 하고 쪽문으로만 다녀야해 전학가고 싶은 생각도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6월 용죽초에 학생 100여명 늘었다. 4개 학급이 증설되었고 용이중은 빌려쓰던 교실을 돌려줘야 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운동장 등 일부 시설의 공사가 진행 중이고 실내공기질 측정 결과가 학교보건법 상 기준치를 초과한 건물에서 수업할 수 없어 용이중은 7월 1일부터 5일까지 학교장 재량 휴업을 거쳐 조기 방학에 들어갔다. 조기방학 당시 교육청 관계자는 베이크아웃‧환기를 실시하면 8월 12일 개학 이후 수업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겨울방학 줄여 법정 수업일수 맞추기로 합의 도출

10일 용이중학교에서 유해물질을 저감·차단하기 위해 관련 업체 직원들이 피톤치드 작업을 준비 중이다.

대안 없어 결국 방학 연장 선택

개학을 3일여 앞둔 8월 9일 공개된 4차 검사결과는 이전 결과를 상회하는 유해물질 수치를 보였다. 특히 이전 검사에서 검출되지 않았던 포름알데히드까지 검출되자 학부모와 학교‧교육청 관계자들이 학교에 모여 대책을 협의했다. 그러나 이날 협의에서는 유해물질 분해‧차단을 위한 피톤치드 작업을 한다는 것 외에 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교육청은 10일부터 11일까지 건물 내벽에 용액 분사해 유해물질을 흡착‧분해하고 추가 용액을 도포로 유해물질 배출을 차폐하는 피톤치드 작업을 실시했다.

또한 10일 진행한 협의에서 교육청과 학교는 법정 수업일수 190일을 유지하기 위해 용죽초에서 일주일 간 수업하는 내용으로 대안을 제시했다. 용죽초는 이달 22일 개학 예정이라 빈 공간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교육청과 학교의 임시방편적 대안에 크게 반발하며 안정된 창의체험활동과 체험학습 등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 공식 문서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용이중 관계자는 “주말이라 다른 기관과 협의할 수 없어 용죽초를 대안으로 선택했”다며 “체험학습을 위한 장소 섭외와 학생들에게 체험학습 신청서 받을 시간을 고려하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해를 구했다.

협의는 겨울방학을 줄여 법정 수업일수 190일을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 여름방학을 15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19일 이후 창의체험활동‧체험학습 진행 ▲산림욕기 배치 ▲베이크아웃‧환기 담당자 지정과 일지작성 ▲매월 실내공기측정‧결과공개 등 협의안이 결정됐다.

교육청 관계자는 “18일 실내공기질 재측정과 학교에 배치할 삼림욕기 등을 마련하고 있다”고 준비상황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은 교육청과의 이번 협의를 크게 신뢰하지 못하는 입장으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용이중 개교 문제에서 교육청이 제시하거나 약속한 내용들이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협의가 끝난 후 한 학부모는 “협의 후 방학 안내문이 문자로 나갔지만 상황이 현재에 이른 것에 대한 사과가 한마디도 없어 학부모들이 노여워하고 있으며 아이들을 위해 일한다는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고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 학부모들도 용이중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니터링을 하겠지만 문제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보면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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