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민신문] 어느 덧 7월 하순에 들어섰습니다. 아직 여름의 절정에 닿기 전이지요. 그래선지 한낮 햇볕은 뜨거워도 저녁이 되면 어디선가 서늘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모두를 괴롭히는 열대야가 오기 전까지 이 바람을 기쁘게 즐겨봅니다.

이맘때쯤이면 대부분의 학교가 여름 방학에 들어갑니다. 4 주 정도의 방학 동안 아이들은 무얼하고 보낼까요? 엄마들은 아이들과 어떻게 지낼까요? 물놀이도 가고 학원도 가고, 아이들은 집에서 뒹굴뒹굴 휴대전화를 만지고 놀기도 하겠지요. 그러면서도 “아, 심심해, 심심해”를 입에 달고, 뭐 할 게 없을까 궁리하며 보내겠지요. 엄마들은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늘어나겠군요. 아침 먹고 돌아섰는데 그세 점심밥 챙길 시간이라는 말, 방학 내내 많이 듣고 많이 해 본 말이기도 합니다. 잘 놀던 아이들은 금세 싸우고 삐치고, 뭐 먹을 게 없냐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하며 정신없게 하기도 합니다. 개학이 도대체 언제인지 달력을 짚어보는 일, 아마 많이들 그렇지 않을까요.

방학이 어서 끝나기를 기다리는 엄마들에게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를 소개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기는 검피 아저씨를 보며 한차례 쉬어가면 어떨까요?

검피 아저씨가 배를 끌고 강으로 나왔습니다. 동네 꼬마들이 따라가고 싶어합니다. 토끼도 고양이도 따라가게 해달라고 합니다. 개, 돼지, 양, 닭, 염소, 송아지까지 모두 함께 배를 타고 갑니다.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 존 버닝햄 그림·글/ 이주령 옮김/ 시공주니어

아저씨는 처음 배를 태워달라는 아이들에게 “둘이 싸우지만 않는다면” 했습니다. 토끼에게는 깡충깡충 뛰면 안된다고 했고, 고양이에게는 토끼를 쫓아다니면 안된다고 했지요. 개도 돼지도 염소도 모두 처음 배에 탈 때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동안은 모두 약속을 잘 지킨 덕분에 신나게 배를 탈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여러 동물들이 모두 함께 탄 배, 그 다음엔 어떻게 되었을까요? 갑자기 염소는 뒷발질하고, 닭들은 파닥거리고, 고양이는 토끼를 쫓아다니고, 꼬마들은 싸움을 하고, 배는 기우뚱…. 모두들 물속으로 풍덩 빠지고 맙니다.

책장을 다 넘기기 전에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싸우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배에 올라 탄 아이들이 금세 그 약속을 까맣게 잊을 거라고. 개는 고양이를 귀찮게 하고 고양이는 토끼를 쫓아다니고 토끼는 깡충깡충 뛰어서 배는 뒤집히고 말거라 짐작합니다. 왜냐하면 그건 당연한 일이니까요. 개가 고양이를 얌전히 바라보기만 할 리가 없고 깡충깡충 뛰지 않는 토끼는 세상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잘 놀던 아이들이 금세 싸우고 또 금세 화해하는 건 늘 일어나는 일이니까요.

한바탕 소동을 치른 다음 아저씨는 모두를 집으로 초대합니다. 함께 오후의 티타임을 즐깁니다. 다음에 또 배 타러 오라며 손을 흔들고 헤어집니다.

엄청난 소동을 겪은 아저씨의 태도가 재미있습니다. 배에 올라탈 때의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는데도, 결국 배가 뒤집혀 모두 물에 빠졌는데도 아저씨는 태연합니다. 너 왜 그랬니? 묻지도 화를 내지도 않습니다. 아저씨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지요. 아이들이 모두 그렇다는 걸, 동물들도 제 생긴 모습대로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겁니다.

검피 아저씨처럼 그래, 아이들은 원래 그런 거지, 방학 계획표는 계획표대로 그냥 있는 거지 해보는 겁니다. 원래 그런 거지 하며 허허 웃으며 보낼 수 있다면 이 여름이 조금 덜 덥지 않을까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모든 시간이 즐거운 순간이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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