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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지막 날엔 ‘아침의 피아노’를 읽고
평택시민신문 | 승인 2019.07.10 15:41
이정수
한책하나되는평택 추진위원

[평택시민신문] 겨울이 끝날 무렵, 봄을 기다리는 설렘과 함께 시작하는 ‘평택 한 책’ 선정 과정은 어느새 ‘소확행’이 되었습니다. 다양한 갈래의 작품들이 뿜어내는 향기에 푹 빠져들 수 있어 입으론 연신 “바쁘다.”를 외면서도 한껏 기다려지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200여 권의 작품 가운데 10권을 선정하는 인고의 작업이 끝나면 우리 곁에는 주옥같은 ‘한 책’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올해 한 책 열한 권에 선정된 작품은 정성들인 과정을 거쳐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00여 권의 다른 책과 추천 목록에 올라온 고 김진영 님의 ‘아침의 피아노’를 읽을 땐 주변이 진공 속으로 빨려 들어간 듯 일순간 정지하는 경험에 잠깐 놀라기도 했습니다.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죽음의 순리를 이처럼 맑고 담담하게 그려낸 글을 읽은 기억이 너무 오래이기 때문일까요? 이미 글의 뒷부분을 알고 있지만 가슴이 두근두근 어딘가에서 툭 하고 튀어나올 것 같은 반전을 기다리는 나를 발견하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습니다.

‘아침의 피아노’엔 죽음에 대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 않게 평소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병마와 싸우는 사람의 일기가 아니라 하루를 정리하는 글처럼 철학과 음악과 사람에 대한 연민까지 짧은 문장이지만 강한 울림을 가지고 있습니다. 살짝 불안을 표현해 읽는 동안 가슴이 먹먹했지만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사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삶이어야 하는지 당신의 하루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 나의 신체는 지나간 옛 신체들의 앨범이다.’란 문장엔 어떤 원망도 없이 스스로에게 그 죽음의 원인을 돌리고 있네요. 보통 사람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데는 다섯 단계가 있다고 합니다. 부정과 변명과 자괴의 일반화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지나간 시간을 성찰하며 남겨질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을 통해 작가의 삶의 의미를 충분히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병원 벤치에 앉아, 요양원에서 맞은 아침에도, 그의 말에는 어둠이 묻어나지 않습니다. 너무나 덤덤하고 너무나 객관적입니다. 그래서 뒷장으로 갈수록 마음이 쓰이고 눈물이 맺힙니다.

‘내 마음은 평안하다.’ 이 한 줄을 남기기 위해 그 시간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생각해보면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이란 결정된 시간에 하루씩 다가가고 있는 것인데 거기에 가까워질수록 참 많은 악다구니를 부리면서 회피하려고 하지요. 죽음이 모든 것과 영원한 이별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라서 그런 걸까요?

그즈음 사고현장에서 삶의 마지막을 놓았다는 사촌의 비보를 전해 들었습니다. 뒷정리로 남은 가족 간의 어수선한 소식은 계속 들리고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마음만 쓰였던 아픈 시간을 보냈습니다. 김진영 님의 글을 읽으면서 아무 준비 없이 세상과 단절하는 것도 괜찮은 마지막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는데, 남겨지는 가족에겐 두 배의 고통을 주는 가혹함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죽음이란 우리가 예견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 순간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하루라는 삶을 사는 우리의 자세가 어떠해야하는지 충분히 자각하게 합니다. 삶과 죽음은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상관관계를 갖고 있으니까요. ‘아침의 피아노’는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가치를 지닌 책입니다. 산다는 귀한 행위를 통해 죽음이란 멋진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나의 시간에도 의미를 더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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