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하고 영양 가득한 보통사람의 보통음식

평택에서 맛보는 북한 서민의 음식

새터민들, 음식으로 애환 달래기도

꾸밈없이 소박한 음식들

[평택시민신문] 호월일가(胡越一家)라는 묵직한 가게 이름 속에 뭔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나만 일까? 굳이 풀이를 하자면 ‘천하가 한 집안 같음’이란다. 새터민으로 정착해 북한음식 전문점을 내고 성업 중인 ‘호월일가’에는 분명 무언가가 있었다. 이곳에서 새터민들은 고향음식으로 애환을 달래기도 하고 아닌 사람들은 북한음식을 접하면서 새로운 미각과 음식문화를 경험하며 모두가 한 뿌리임을 깨닫기도 한다.

호월일가 소사벌 2호점 최현(35)대표는 인천에서 호월일가 1호점을 경영하는 누님의 도움을 받으며 이곳에 북한음식전문점을 냈다고 한다. 평택에 둥지를 틀고 열심히 살아가는 최대표의 음식사랑은 바로 고향 사랑일 것이다. 대표음식으로는 콩고기밥, 두부밥, 순대, 냉면(냉‧온), 송편, 언감자떡, 쉰떡, 명태식혜, 옥수수국수(냉‧온) 등으로 보통사람들의 보통음식이다. 소박한 메뉴들을 보며 순수하고 꾸밈없는 음식에 호감이 가는 것을 어쩌겠는가.

 

북한의 서민음식, 콩고기밥과 두부밥

콩고기밥은 얼마나 독보적인가? 콩이 영양면에서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고 하듯 두부콩에서 기름기를 빼내고 유부를 닮은 대두박피를 만들어 그 속에 밥을 집어넣고 양념장을 발라 돌돌 말아 먹는다. 밥이 든 대두박피를 돌돌 말아 한 입 먹어보는데 하나도 낯설지가 않다. 졸깃한 식감에 맵지 않은 양념장의 깊은 맛이 잘 어우러진다. 입맛도 밥맛도 다 잃어버렸을 때 먹으면 달아난 입맛이 저절로 돌아올 것 같다. 전혀 자극적이지 않은 곰삭은 양념장 맛이 그저 그만이다.

두부밥은 또 어떤가? 두부를 기름에 튀겨서 대각선으로 반을 자르고 또 그 속을 쪼개 참깨무침 밥을 넣어 양념장을 발라가며 먹는다. 아주 고소하고 담백하다. 서너 가지 밑반찬이 따라오지만 밑반찬에 젓가락 댈 일이 없는 종합적인 영양식이다. 양념장만으로 충분하다. “양념장이 정말 맛있고 독특하네요. 어떻게 만든 거예요?” “그거 가르쳐주면 안 됩니다. 그게 장사밑천인데요.”하며 최 대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흔히 먹는 쌈장을 연상하지만 완전히 차원이 다른 깊은 맛이 그 양념장에 다 들어있다. 그냥 찍어먹어도 혀끝에 감도는 오묘한 맛의 비법을 헤아리기에는 역부족이다.

 

북한음식에 배인 영양보급의 알뜰함

이번에는 명태회냉면을 맛보았다. 큼직한 냉면그릇에 그득하게 채워진 냉면, 오이채를 두르고 명태회 한주먹이 불쑥 솟아있다. 냉면사리를 자르고 살살 풀어서 명태회를 휘감아 먹는데 특별하게 깔끔한 맛이다.

깨끗하고 담백한 육수의 비법을 묻자 최 대표는 명태회와 육수는 1호점에서 공급받는다고 한다. 명태회도 곰삭혀서 비벼 얹었는데 그 곰삭히는 비결이 몹시 궁금했지만 밀쳐두고 냉면 먹는 일에 집중했다. 아주 가느다랗고 하얀 세면은 백두산 아래에 있는 양강도(량강도)식으로 하고 있다. 순수100% 감자전분으로 뽑는데, 반죽하고 뽑는 일이 아주 힘들고 까다롭다고 한다. 감자전분의 특성인 끈기 때문에 기계로는 뽑지 못하고 손으로 반죽해 뽑는다고 일러준다. 그래서인지 면은 쫄깃쫄깃하기 그지없고 명태회는 깊은 구수함이 있어 한여름 영양보충과 더위를 물리치기에 딱 좋은 음식이다. 순대는 1호점 누님과 같이 만든다고 하는데 쌀, 야채, 돼지 피 등을 넣어 그 양념장에 찍어먹으니 한 끼의 식사로 손색이 없다.

최현 대표는 원래 스포츠맨이다. 태권도 4단의 유단자로 남한에 와서 대학에서 레저스포츠를 전공했다. 음식점을 경영하면서 모든 음식을 다 만들어내고 아침에는 조기축구회 회원으로 운동에 전념하기도 한다. 북한의 보통 음식들을 맛보면서 느낀 점은 음식이 담백하게 맛있고 보통사람들의 영양보급이 엄청 알뜰하게 배어있다는 것이다. 새터민들과 함께 잘 어우러져 사는 것이 우리 보통사람들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의 서민음식을 먹으면서 그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키워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주소: 평택시 비전8길 6 소사벌타워 106호 (비전동 1073번지)
■메뉴: 콩고기밥 10000원. 두부밥 10000원, 순대 15000원, 냉면 6000원, 명태회냉면 7000원 옥수수국수 6000원

배두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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