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어디 가요? 앵두 따러 간다!》

[평택시민신문] 하얗게 흩어지던 벚꽃잎을 맞으며 걷던 길에 버찌가 떨어진 흔적이 까맣게 남아 있습니다. 발바닥에 남는 검은 자국이 귀찮기도 하지만 발밑에서 톡톡 터지는 느낌이 재미있기도 합니다.

6월은 지난 봄 꽃으로 피어난 것들이 열매를 맺는 때입니다. 매화가 진 자리에 매실이 주렁주렁 달리고 빨간 앵두꽃이 피었던 자리에 알알이 앵두가 익어갑니다. 탱글탱글 빠알갛게 익어가는 앵두를 보고 있자면 손을 뻗어 하나 따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달콤함을 품은 앵두를 입 안에 가득 넣고 오물오물 터트리듯 싱싱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이야기 한 편을 소개합니다. 《할머니, 어디 가요? 앵두 따러 간다!》는 일곱 살 옥이와 옥이 할머니 이야기입니다. 옥이와 옥이할머니는 바닷가 마을에서 삽니다. 산에서 들에서 갯가에서 따고 뜯고 캐어낸 맛난 것들을 이웃과 함께 먹고 함께 놀며 살아갑니다.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고 갯가를 휘저으며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옥이는 마치 뜨거운 햇볕을 고스란히 받고 탱글탱글 잘 여문 앵두를 보는 것 같습니다.

옥이할머니는 앵두를 따고 오디를 따서 담근 술을 들고 마늘 팔러가는 재동이네 경운기를 타고 시장에 갑니다. 옥이는 돗자리를 챙겨 들었습니다. 여름 날 시골 장터의 풍경이 알록달록 예쁜 그림으로 펼쳐집니다. 콩도 팔고 감자도 팔고, 수박도 있고 생선도 있습니다. 파는 사람 사는 사람 모두 즐겁고 활기찬 모습입니다. 쪼글쪼글 주름진 할머니 얼굴이 뜨거운 햇살과 오디 술 한 잔으로 빨개지고 그 사이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갑니다.

오늘 하루 옥이와 할머니는 잘 먹고 잘 놀았습니다. 앵두술과 오디술도 모두 팔아 돈도 벌었습니다. 열심히 뛰어다닌 옥이의 꿈속에서도 앵두는 자랍니다. 꿀꺽 삼킨 앵두씨가 뱃속에서 쑥쑥 자라더니 가지마다 빼곡하게 매달린 앵두를 찌르레기들도 따먹고 있습니다.

옥이할머니에게 산, 들, 바다에 있는 모든 것들은 먹을 수 있는 것입니다. 콩밭에서 캔 비듬나물은 배아픈데 특효가 있습니다. 뻘밭 가장자리에 난 넙문쟁이는 칼슘이랑 비타민 같은 영양분이 많아서 우리 몸을 튼튼하게 해줍니다. 짭쪼롬하면서도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일품이지만 바다 냄새, 바람 냄새, 햇볕 냄새가 느껴지는 자연의 맛을 가득 담고 있어서 더 좋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땅에서, 내가 사는 마을에서 나는 것을 먹고 사는 일은 지금 사람들 삶으로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고기반찬이 최고 인줄 아는 요즘 아이들 입맛에도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아마 환경도 덜 걱정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요? 게다가 옥이와 옥이할머니는 이웃과 어울려 살아갑니다. 산딸기를 따러 나왔다가 마늘을 캐고 있는 재동이네를 도와주고, 재동이 어머니는 고맙다며 뒤꼍에 한가득 열린 앵두와 오디를 따가라고 합니다. 옥이와 옥이할머니는 앵두와 오디를 따서 어두컴컴한 방에 홀로 누워있는 재동이 증조할머니를 찾아 갑니다. 앵두를 나눠 먹고 증조할머니 기저기도 갈아줍니다.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사는 것, 옥이와 옥이할머니는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바쁘게 살아가며 잃어버린 그 시간을 천천히 즐기며 살고 있습니다. 깔깔 웃는 옥이와 옥이할머니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두 사람의 건강한 에너지가 기분 좋은 웃음을 짓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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