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흥락
평택농민회 사무차장
쌀전업농 사무국장

[평택시민신문] 평택의 어느 농협 하나로마트에서는 바나나를 비롯한 수입과일 판매에 대해 찬성과 반대를 묻는 조사를 현장에서 고객 대상으로 했다.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바나나를 찾는 소비자가 많고 다문화가정도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수입과일을 원형 그대로. 특히 바나나 판매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찾는 사람이 많고 하나로마트 경영에 도움이 된다면 축협에서 수입소고기를 팔고, 과수조합에서 수입과일을 팔고, 농협에서 수입쌀을 팔아도 될까? 지속가능한 농업에 기여하고 농민들의 수익에 도움이 되어야하는 농협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거스르는 결정이 농협 이사회의 다수결이라 해서 정당화되는 것인가? 소비자의 편의에 기대어 찬반을 물어 원형 그대로의 수입과일을 농민이 출자해서 만든 농협의 하나로마트에서 판매해도 괜찮은 걸까?

2017년, 농민단체와 농협유통은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농협의 농산물 유통을 책임지는 농협유통은 전국 하나로마트에 수입농산물 판매를 금지하는 지도 문서를 내리고 순회 교육시 판매금지 교육과 현장 지도 점검을 하겠다고 했었다.

농협중앙회가 내려 보낸 지도문서를 보면 원형 수입농산물 일체 판매 금지, 수입농산물로 만든 가공품은 판매할 수 있지만 즉석식품은 제외(즉석반찬, 즉석절임류, 즉석두부),다문화식품 전용코너 취지에 부적합한 원형농산물도 즉시 진열대에서 철수 등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자금지원 중단 등 제재조치를 취한다고 했다.

이러한 조치에 농민단체는 동의했지만 현장의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여전히 바나나를 비롯한 수입농산물의 전시, 판매를 원하고 시도하고 있다.

몇 년 전, 하나로마트에서 외국담배를 취급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자부심이 느껴진 적이 있었다. 외국 담배 점유율이 높아 찾는 사람이 많을 텐데도 담배농가를 위해 외국산 담배를 취급하지 않는 게 당연하지만 고마웠다. 농민으로 살아가는 동안 농협이라는 큰 울타리가 있는 느낌이 들어 조합원이라는 것에 자부심이 생겼었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나지 않는 오렌지, 레몬, 자몽, 바나나등을 판매하는 것이 무슨 문제일까?’ 라는 의문을 제기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렌지가 싸다고 시장에 많이 팔리면 그 만큼 우리 농민이 생산하는 감귤을 비롯한 다른 과일이 소비되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은 모르기 때문이다. 굳이 수입과일을 사고 싶으면 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가 아닌 다른 마트로 가면 된다. 농민조합원도 많이 찾는다 라는 이유를 달지만 그것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농민조합원이 요구하면 무엇이든 할 것인가? 직원 수를 줄이자면 줄이고 직원 연봉을 깎자면 깎을 것인가?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농민이 출자해서 만든 농민조합원의 조직인 농협이 운영하는 마트에서 농협중앙회의 지침마저 비켜가며 존재의 이유를 부정하는 원형 그대로의 수입과일을 판매하는 것은 맞지 않다.

농협 하나로마트에 가면 ‘‘농산물 만큼은 확실하다’ 라는 믿음을 주면 좋겠다. 원형그대로의 수입과일을 판매해서 경영에 도움이 되려고 하지 말고 농협에서 판매하는 채소와 과일 만큼은 신선하고 맛있고 우수하다 라는 인식을 갖게 해서 소비자가 믿고 찾는 하나로마트가 되도록 해야 한다. 전국 각지에서 제철에 생산되는 우수한 우리 농산물이 얼마나 많은가? 겨우 바나나 팔려고 관계자들은 설문조사를 하고 회의를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농협은 농민의 조직이고 농민을 위한 협동조합이다. 많은 국민들이 수입개방으로 인해 힘들어지는 농민을 생각하며 농협을 이용하고 있다. 정부도 농업과 농민의 중요성을 알기에 농협을 통해 많은 사업을 하고 자금지원도 하고 있다. 그런데 현장에서 농민의 이익과 배치되는 사업을 계획한다면 지금이라도 그만 두어야 한다.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 값에 팔아주는 것이 농협의 기본 역할이다. 돈이 된다고 농협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사업하는 것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 것이다. 신토불이를 외치며 쌀개방을 반대하고 우리농산물을 애용하자던 농협은 어디로 갔는가? 농민조합원을 서비스의 대상자로만 생각하지 말고 농협의 존재의 이유에 걸 맞는 사업을 통해 더욱 발전하는 농협과 하나로 마트가 되길 바란다.

※ 외부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