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 부장
한국방정환재단 경기지부

[평택시민신문] 21세기는 ‘어린이와 여성의 시대’라고 한다. 그러나 그 이전 시대에는 ‘어린이와 여성’이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받지 못하고 억압받아 왔다. 특히 어린이들은 더 그래왔다. 그렇다면 어린이 인권과 해방의 메시지는 언제, 어디에서 처음 시작되었을까? 그 시작은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소파 방정환 선생이다.

방정환 선생은 일본과 어른에게 억압받는 힘없는 어린이들의 편에 서서 어린이의 자유와 해방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1922년 5월 1일, 방정환 선생과 김기전 선생이 중심이 된 천도교소년회는 창립 1주년을 기념하며 ‘어린이의 날’을 선포했다. 그리고 그 이듬해 천도교소년회를 비롯해 소년단체 들로 조직된 ‘소년운동협회’는 1923년 어린이날을 기념하여 ‘어린이날의 취지’와 함께 ‘소년운동의 기초조건’,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 ‘어린 동무들에게’를 발표했다. 이것이 훗날 아동 권리의 근간을 이루게 된다. 방정환 선생의 선언문은 세이브 더 칠드런의 창시자 에글렌타인 젭 여사의 아동 권리선언(1923) 보다 1년 앞선 ‘세계 최초의 어린이 인권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방정환 선생은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어린이의 존엄성을 인식하기 전부터 아동권리의 선구자로 아동의 조화로운 전인발달을 위한 기초적인 조건을 마련했다.

방정환 선생은 “10년 후의 나라와 민족을 위해 어린이에게 투자하라”는 유훈을 남겼다. 어린이가 자유롭고 행복한 나라가 되길 소망하며 남기신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사회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지 않고 있으며 성인의 시각에서 보호와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과거보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인권이 신장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폭력과 학대로부터 고통당하고 있는 어린들이 있다. 평택에는 몇 년 전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아동 학대 사건이 있었다. 잊을 수 없는 이름 원영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안타깝고 미안하고 사회복지사로서 얼굴을 들 수가 없는 사건이었다. 너무나 가까운 곳에서 한 생명이 어른들의 학대로 죽어간 그 사건은 평택의 환경을 조금씩 변화시켜갔다. 원영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필요성이 대두되었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평택에 생겼다. 그리고 아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건전하고 건강하게 성장발달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가자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평택시에서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방정환 선생님 탄생 120주년이 되는 해이다. 또한 세계 아동권리선언 60주년, 유엔 아동청소년 권리협약 30주년 해이기도 하다. 이런 뜻 깊은 해에 평택시도 어린이들의 권리(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를 옹호하고 어린이가 행복한 아동친화도시를 만들어 가고 있다.

나는 평택시가 만들고자 하는 아동친화도시가 이름뿐인 아동친화도시가 아니라 어린이의,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를 위한, 아동 친화도시가 되길 바란다. 또한 더 이상 학대와 폭력으로부터 피해를 당하는 어린이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사회의 촘촘한 관심 그물망을 만들어가고 피해가 발생되었을 때 체계적이고 빠른 대처를 위한 서비스가 제공되길 바란다.

우리나라 최초 아동친화도시로 알려진 서울 성북구는 아동・청소년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른 대처를 위해 원스톱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평택시는 아동친화도시를 위한 첫걸음을 떼고 있다. 아직 시작이지만 그래서 더 기대가 된다. 다른 도시들의 장점을 벤치마킹하고 우리 시만의 특징을 살린다면 지금까지의 어떤 도시보다 더 나은 아동친화도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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