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 채우기에도 든든한 빵

담백함 속에 숨은 화려한 맛

[평택시민신문] 1874년 단팥빵이 탄생한 기념비적인 사건 이래 한국에 ‘빵’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대부분은 촉촉함, 부드러움, 달콤함, 즉 이른바 ‘간식빵’의 그것이다. 그동안 한국에서 빵은 주로 식사보단 간식으로 소비돼온 셈. 하지만 이제는 잼과 크림치즈를 바른 호밀빵과 커피로 아침을 해결하는 풍경들이 점점 낯설지 않아지고 있다. 아침 혹은 점심, 일상적으로 먹을 수 있는 식사빵을 찾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가게가 있다. 안중에 위치한 ‘보넬베이커리’가 그곳이다.

동경제과 출신 사장님의 빵집
불어로 행복을 의미하는 ‘보넬’이라 적힌 가게에 들어서면 고소한 빵의 향기가 식욕을 자극한다. 올해로 문을 연지 4년째를 맞이한 보넬베이커리의 박은아(34) 사장은 빵을 드시는 손님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가게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가게를 찾는 손님들 대부분 사장님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며 행복한 표정으로 가게를 나선다.

가게 한 구석에는 일본 동경제과학교 졸업증서가 걸려있다. 박은아 사장은 동경제과학교에서 제과를 전공했지만 일상에서 주식으로 먹는 유럽식 빵에 대한 관심으로 제빵 공부를 시작해 지금의 가게를 차리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진열대에는 다양한 빵들이 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팥빵, 소시지빵, 고로케부터 식사용으로 먹을 수 있는 바게트, 치아바타 그리고 티타임에 쓰면 좋을법한 마카롱, 마들렌, 스콘, 케이크까지. 벌써부터 사장님의 실력과 맛이 예상된다.

천연발효종 효모, 유기농 밀가루 그리고 직접 재배한 재료들
보넬베이커리의 모토는 ‘건강한 빵’. 죽어가는 반죽을 살린다고 해 속칭 ‘마법의 묘약’으로 통하는 유화제도 당연히 이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보넬베이커리에서는 천연 발효종을 사용하며 들어가는 재료들도 유기농 밀가루 그리고 국산 밤, 팥 등 대부분 건강한 재료들이다.

사실 부드럽고 하얀 빵이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투박하고 퍽퍽해 보이는 빵들이 크게 와 닿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천연 발효종의 매력은 씹을수록 배어 나오는 고소함에 있다. 박은아 사장의 손에서 탄생한 빵들 역시 그 고소함이 일품이다. 다양한 미생물이 살아있는 천연 발효종 덕분에 보넬의 식사용 빵들은 소화가 잘되고 맛과 영양이 잘 살아있고 화학첨가물이 없어 찾는 이들이 많다. 멀리 천안과 아산에서도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을 정도. 또한 이들 빵에는 쇼트닝이 쓰이지 않아 채식주의자들 중에서도 유제품과 계란까지는 섭취하는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과 종교적 이유로 돼지고기 등을 먹지 않는 무슬림 등 종교인들도 보넬베이커리를 찾는 고객들이다.

정직하고 건강한 보넬의 빵들 중 주력은 밤식빵, 치아바타, 치즈바게트와 앙버터.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점심이 갓 지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치아바타는 이미 진열대에서 사라져있었고, 밤식빵과 앙버터는 만들어지고 있던 참이었다. 갓 만들어진 앙버터를 주문했다. 빵 특유의 고소하면서도 묵직한 매력을 팥과 버터가 부드럽게 넘겨주는 매력이 나머지 조각으로 다시 손을 뻗게 만든다. 사실 보넬의 팥에는 특별함이 하나 숨어 있다. 바로 외삼촌이 농사지은 팥을 박은아 사장이 직접 끓여서 사용하는 것. 여름한정으로는 판매한다는 우유얼음에 이 통팥을 얹은 팥빙수를 판매한다고. 올해 여름이 기대된다.

티타임에 어울리는 과자들
박은아 사장이 제과를 전공했던 만큼 보넬에는 피스타치오, 녹차, 딸기, 초코, 커피, 무화과, 레몬, 인절미 등 다양한 종류의 색과 맛을 자랑하는 마카롱과 티그레(구움과자), 마들렌, 스콘 등 다양한 과자류도 판매한다. 이곳을 찾는 학생들은 마카롱을 선호하고 학부형들은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마들렌을 찾는 편이라 한다.

그중 진열대에서 가장 눈에 띠는 마들렌과 티그레를 주문해 따뜻한 커피와 함께 테이블에 앉아 음미해 보았다. 마들렌을 한입 배어 무는 순간 달콤함과 함께 상큼함이 입안 가득 퍼져나간다. 보넬의 마들렌 레몬즙과 레몬필이 들어간 매력적인 레몬 마들렌이다. 다음으로 티그레를 입에 넣는다. 아몬드가루가 주는 묵직함이 기분좋게 입에 와 닿는다. 어느새 커피도 그릇도 바닥을 드러냈다.

빵만큼이나 건강한 사장님의 마음
박은아 사장이 추구하는 건강함이 드러나는 것은 빵뿐이 아니다. 박 사장은 매주 화요일은 의왕시 장애인복지센터에, 수요일과 금요일은 푸드뱅크에, 그리고 목요일과 토요일은 지역 교회에서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에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빵의 유통기한이 길지 않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기부한다고 농담처럼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사람을 생각하는 박은아 사장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이번주는 박은아 사장의 마음을 닮은 빵집, 보넬베이커리를 찾아 그 건강함을 맛보는 것은 어떨까.

■메뉴: 앙버터 4500원, 치즈바게트 3800원, 밤식빵 3600원, 무화과 깜빠뉴 3200원, 티그레 2000원, 마카롱 1500원, 레몬 마들렌 1300원
■주소: 경기 평택시 안중읍 안중로18번길 2-1
■전화: 031-682-3378
■영업시간: 9시~22시 (매주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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