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난민>을 읽고

김영아
한책 하나되는 평택 추진위원

[평택시민신문] 2019년 평택시민과 함께 읽고 나눌 한 책으로 장르가 다른 세권의 책이 선정되었고, 한 책과 더불어 읽을 열권도 함께 선정되었다. 그 중에 손에 선뜻 잡힌 책이 <어느 날 난민>이었다.

난민… 전쟁이나 종교, 정치적, 사상적 차이로 인한 박해를 피해 외국이나 다른 지방으로 탈출하는 사람들이다.

1970년대 베트남전쟁 직후 선박으로 탈출을 시도하여 1980년대까지 100만명에 이른 보트피플이 먼저 떠올랐다. 지금도 유럽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가 난민의 인권과 수용문제로 고민하고 있으며,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일 순 없다.

저자는 난민의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앞서 난민의 의미를 우리와 외모, 언어, 종교가 다른 외국인뿐 아니라 ‘그 어느 곳에서도 뿌리 내리지 못한 사람들’까지 그 범위를 넓게 끌어들여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다.

이 지구별 위에서 인간은 이래저래 난민일 수밖에 없어. (p. 278)

난민 유전자를 나눈 사람들의 미세한 연대로 이루어진 게 인류 아닐까요? (p. 279)

<어느 날 난민>의 시작은 미혼모 해나와 출생신고조차 하지 못한 7살 아들이 미지의 신대륙을 향해 떠난 콜럼버스인양 공항 근처에 만들어진 인공도시에 표류하게 된다. 노동의 대가도 보장 받지 못하고, 모자의 안정적인 삶도 보호받지 못하는 세계로의 탈출이다. 그들의 호기로운 여행은 난민보호센터에 안착되어 여러 국적의 난민들과 불안한 한시적 동거가 시작된다.

공항 입국관리소를 거쳐 난민보호센터에 머무는 난민들은 인간답게 살기 위해 생사를 넘나들며 원하는 나라의 국경을 통과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난민인정이라는 또 한 번의 높은 벽 앞에 불안하고 초조한 기다림의 시간이 주어진다. 그들이 공유하는 시공간에서 서로의 상처를 확인하면서 서로의 벽이 없어지고 끈끈한 유대감이 생기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어떠한 삶의 경로로 여기에 이르렀든, 난민을 바라보는 자국민의 불편한 시선은 ‘난민은 잠재적 테러리스트! 세금 갉아먹는 불청객’이다. 난민으로 인정받으면 정부로부터 생활보조금을 지원받으며, 사회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난민보호법이 만들어지고 난민의 수가 증가하면서 사회적 갈등도 예상되니 말이다.

표명희 작가는 이러한 난민들의 불안한 기다림과 자국민들의 불편한 입장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난민보호센터를 떠나는 사람들은 이 사회의 편견과 이질감을 견디며 살아내야 한다. 또한 난민인정을 받지 못해 본국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벼랑 끝에 선 사람들도 불안한 내일을 향해 무거운 첫발을 내딛는다.

독자로서 이들 모두에게 같은 인간으로서 편견을 잠시 유보하고 따뜻한 위로와 관심으로 현실적인 대안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길 바래본다.

>> ‘한 책 하나되는 평택’은 한해에 책 한 권을 선정해 평택시민들이 책을 매개로 소통하면서 지역사회 전방에 토론과 경청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2008년 평택시립도서관, <평택시민신문>이 함께 시작한 독서문화운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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