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화재로 이동 중 버스 1대 전소되기도

신속한 판단과 현장 대처 덕분 전원 무사 귀환

[평택시민신문] 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더해서 주택 478채를 태우고 800여명의 이재민을 남긴 이번 강원도 산불 피해 현장에서 평택의 현화중학교(교장 박대복) 학생들과 교사들이 신속하게 대피해 집으로 안전 귀가한 사실이 알려져 시민들의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지난 4일 저녁 강원도 고성, 속초에 초대형 산불이 일어났다. 매년 이맘때면 감기처럼 발생하는 산불로 여겨졌던 이번 화재는 예상과는 달리 순간 최고 풍속 30m에 달하는 강한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산림과 마을로 번졌다.

이런 상황에서 강원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현화중학교 2학년 199명의 학생들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고성군의 한 리조트 지하 1층 강당에 모여 친구들과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갖고 있었다.

오후 7시 50분께 ‘긴급재난문자’를 통해 산불이 빠른 속도로 고성 일대에 번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현화중 교사들은 신속하게 ‘긴급 대피’ 결정을 내리고, 침착하게 학생들을 버스로 이동시켰다. 거의 200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7대에 버스에 나눠 탑승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3~5분 사이.

각 차량 안에는 버스운전사와 인솔 교사, 그리고 안전지도사가 각각 배치되어 위급한 순간에서도 학생들이 놀라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동 중 차량 1대가 강풍에 날아온 불씨에 맞아 엔진 방향 쪽에서 불길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해당 차량의 운전사가 수동으로 문을 열고 학생들과 교사 모두 다른 버스에 안전하게 이동시켜 인명 피해를 막았다. 덕분에 5일 새벽, 아찔했던 수학여행은 단 한명의 인명 사고 없이 전원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다.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한 위급 상황에서도 학생들이 안전하게 부모님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데에는 지난 3월 20일 현화중학교에서 실시됐던 재난대응훈련이 주효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훈련이 아직 몸에 배어있던 차에 교사들도 당황하지 않고 실제 상황에서도 무리 없이 학생들을 위급 상황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화중학교는 수학여행 출발 3일 전에도 여행사대표와 안전지도 팀장, 인솔교사들이 배석한 가운데 별도로 자세한 학생들의 안전상황을 확인하는 한편, 전일정 24시간 밀착 보호를 요청하는 등 사전 준비도 철저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현화중학교 측은 학생들의 안전 귀가로만 그치지 않고, 8일 199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안정화 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은 경기도교육청의 학생위기지원단, 경기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트라우마 심리지원단이 연계되어 평택교육지원청, 평택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함께 긴급대응 체계를 신속히 가동하여 진행됐다.

김기세 현화중학교 교감은 “최근에 재난대비훈련을 실시하고 수학여행 출발 직전까지 안전을 이중삼중으로 체크했던 점이 학생들과 교사 모두 안전하게 대피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불안하고 긴장된 상황에서도 교사의 말을 잘 따라 질서 있게 대응해준 학생들이 대견하다”라고 공을 돌렸다.

이번 수학여행길에 올랐던 현화중 2학년 2반 노진솔 학생의 아버지 노승민 씨는 “갑작스런 화재 뉴스를 접하고 설상가상 아이와 전화까지 연결되지 않아 부모로서 짧은 순간 애간장이 녹는 심정”이었다며 “학교 측에서 신속하게 대처하고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을 알려주어 기다리는 입장에서도 걱정을 덜 수 있게 해줘 다행이고, 심리치료까지 지원해줘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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