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한책하나되는평택 공동추진위원장

전 평택두레생협 이사장

[평택시민신문] 올해 한 책으로 선정된 한승태 작가의 노동에세이<고기로 태어나서>는 거꾸로 써진 제목이 갈고리에 달려있는 표지에 ‘닭, 돼지, 개와 인간의 경계에서 기록하다’라는 부제와 만만찮은 두께까지, 책장을 넘기기도 전에 어렵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었다. 그런 선입견을 갖고 읽기 시작했는데 술술 잘 읽혔고 읽었다는 성취감을 준 책이기도 하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도서선정회 토론에서 읽기 불편해 다 못 읽었다는 위원이 있을 정도이니 읽기 쉬운 책은 분명 아니었다. 그럼에도 선정한 사유는,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축산 농가들의 노동∙사육환경에 직접 뛰어들어 노동하면서 기록한 작가의 진심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청소년뿐 아니라 시민들에게 인권, 환경, 위생, 편견, 관계 등 다양한 토론거리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책이라는 데에 공감했기 때문이었다.

한승태 작가는 친절하다. 책의 서문격인 통계와 클로즈업만 읽어도 내용과 책에 담아내려한 의도를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하니까.

한승태 작가는 표현력이 좋다. 책에 등장하는 산란계농장, 부화장, 육계농장, 종돈장, 자돈농장, 비육농장, 개 농장 중에 내가 직접 가 본 곳은 산란계농장뿐인데도 언급된 모든 농장들을 가본 것처럼 클로즈업 되는 경험을 하게 하니까.

한승태 작가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깊다. 작가가 경험한 농장에서 함께 생활한 노동자들에 대한 묘사가 섬세하게 그려져서 아픈 동료를 챙기거나 서로의 식사를 챙기는 모습, 다양한 계층의 노동자들 사연이 책 곳곳에 실감나게 스며들어 금산, 정읍, 이천, 강경, 횡성 등지 노동자들의 사는 모습과 처지를 알 수 있게 하니까.

하루 한 알의 달걀이 건강에 좋다는 생각으로 달걀을 즐겨먹는 입장에서 자연 상태 암탉이 연간 30여개의 알을 낳는데 비해 산란계농장 암탉은 연간 300여개의 알을 낳느라 칼슘부족으로 뼈가 쉽게 부러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게 불편한건 사실이지만 불편하다고 외면할 수 없으니 먹을거리를 선택할 때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고기로 태어나서’는 보고서나 기사 형식이 아니고 작가가 직접 노동으로 경험한 농장에서 겪은 일들이 소설형식으로 쓰여 있어 읽기 쉽고, 평소 동물의 사육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동물들이 전염병에 얼마나 취약한지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열악하고 참혹한 환경에 처한 동물들에 감정이입이 되어서 불편하기도 했지만 한 번에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선택할 수도 있겠으나 나는 아니다. 고기의 풍부한 육즙을, 적당한 식감을, 고소한 맛을 잘 알고 즐기는데 육식을 포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동물들의 사육환경을 다시 알게 되니 동물복지농장이 더 많아져서 온갖 동물 전염병으로 인해 축산물 이력표시제가 의무화 된 것처럼 동물복지인증표시제가 의무화 될 때까지 먹을거리의 안전성에 대한 노력을 더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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