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농민단체, ‘통일 트랙터 품앗이 운동’을 펼치며

이한용

한국쌀전업농 평택시연합회 회장

평택농민회 부회장

[평택시민신문] 지난 2월말 기대하던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었지만 합의문 서명에는 이르지 못했다. 2018년 겨울 평창에서 불어온 평화의 바람이 3번의 남북 정상회담과 2번의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져 그야말로 통일의 봄이 다가오는 듯 했지만 모두의 기대를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미군기지 이전으로 냉전시대의 상징이 되어버린 평택의 시민 입장에서는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와 통일은 피할 수 없는 민족의 숙명이다. 수십조에 달하는 무기수입과 분단 유지를 위한 비용을 국민을 위해 쓰는 것만으로도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 때문이다. 대북제제 해제와 종전선언이 평화협정으로 이어져 남북의 항구적인 평화와 민족의 통일을 기대하는 지금 농민단체에서는 ‘통일트랙터 품앗이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남북 민간 교류의 철조망을 걷어내는 제2의 소떼 방북이 되길 바라는 농민단체의 운동에 관심과 동참을 호소한다.

한때 ‘내가 보낸 쌀 한 톨 총알 되어 날아온다’ 는 냉전적 구호가 농촌 곳곳에 펄럭이는 시절이 있었다. 전쟁을 겪으신 어르신이 많은 농촌에서는 특히 그 구호가 호응이 높았다. 남쪽에 쌀 풍년이 들고, 수입쌀이 의무적으로 들어와 가격이 폭락해도 대다수 농민들은 북에 보내는 쌀은 핵무기 개발에 들어간다고 반대했다. 냉전을 이용해 권력을 유지하려는 정치권과 기득권의 술수가 아니더라도 어려서부터 레드 콤플렉스에 익숙한 기성세대에게는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허물어지지 않을 것이라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오래고 핵전쟁 운운하던 북미정상이 악수와 포옹을 했다. 남북 정상은 휴전선을 오가며 냉전의 벽을 허물었다. 이미 평화의 시대는 돌이킬 수 없는 우리의 미래가 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분단을 이용해 권력을 강화하고 냉전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시대가 와서는 안 된다.

‘총을 내리고, 쌀을 나누면 평화가 온다’ 이 구호는 보수정권이 들어서 남북관계가 경색이 되었을 때 농민단체에서 주장한 것이다. 분단의 철조망을 녹여 농기구를 만들고 남쪽의 쌀을 북에 보내고 북의 지하자원을 받는 교류를 통해 평화의 시대를 열자는 내용이다. 무기를 만들고 전쟁연습을 하는데 쓰이던 국민의 세금을 국민복지와 민생을 위해 쓰자는 것이고 남북이 교류를 통해 상생하자는 것이다. 총을 내리고 민족공동의 번영을 이루자는 것이다. 구호로만 그칠 것 같던 평화의 시대, 꿈만 같던 남북농민 교류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이미 전국적인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대북제재 해제와 남북 민간교류 활성화를 위해 '통일농기계품앗이운동본부'가 결성되었다. 평택에서도 농민회와 민주노총을 비롯한 약 20여개의 농민·노동·시민 단체들이 참여했다. 전국적으로 100대의 트랙터를 모금을 통해 마련하여 분단의 철조망을 걷어내고 북쪽의 농민들에게 전달하자는 것이 목표다. 벌써 지역별로 트랙터를 마련한 곳도 여럿 있다. 각 도별로 운동본부가 결성되었고 늦었지만 경기도 운동본부도 지난 2월 결성되었다. 평택지역은 출발이 늦었지만 농민회를 중심으로 시민단체와 함께 사천만원 가량 하는 트랙터 1대를 마련하기 위해 쌀 판매사업과 모금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남북교류의 물꼬를 열었던 1998년 정주영회장의 소떼방북을 재현하는 통일트랙터 사업은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와 번영, 통일의 정신을 이어가는 사업이고, 대북제제를 무력화시키고 민간교류를 통해 통일에 한걸음 다가가는 선구적인 사업이 될 것이다. 분단의 벽을 허물고 철조망을 걷어내는 통일트랙터 보내기 운동에 시민의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다.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업의 현실 속에서 남북의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선두에서 열겠다는 평택농민들의 활동에 지역 시민들이 힘을 주기를 바란다. 대부분 다른지역은 지역의 국회의원과 자자체가 농민단체와 함께 운동본부를 구성해 추진하고 있다. 우리 평택도 지자체와 의회, 농협의 참여를 기대한다. 이념과 종교를 비롯해 모든 것을 넘어 북한과의 민간교류, 특히 농업부문의 교류를 통해 평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통일트랙터 품앗이 운동본부’에 다시 한 번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우리 민족은 5천년을 함께 살았다.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반목한 세월은 70년에 불과하다. 다가오는 봄에는 과거 냉전의 시대를 녹여버리고 쌀을 나누고 평화를 맞이하는 희망의 씨앗을 뿌리자. 평택시민의 트랙터가 평화와 통일의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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