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알찬 도서관,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채우고 파

왼쪽부터 성미현 관장, 정현주 관장, 서경희 관장

소함·라온·무지개 쌤 만나러 오세요~

[평택시민신문] 학부모라면 방학 동안 아이와 함께 가장 머무르고 싶은 공간이 도서관이 아닐까. 평택시 점촌로 27번길에는 누구나 언제든 부담 없이 찾아갈 수 있는 열린 도서관이 있다.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는 소망을 실현하기 위해 순수 자비를 들여 ‘하람작은도서관’을 연 성미현, 정현주, 서경희 세 관장을 소개한다.

 

동갑내기 3인방, 도서관 열다

8평 남짓의 아담한 공간, 커다란 창문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하람작은도서관에는 그 햇살보다 더 밝은 얼굴로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세 명의 관장이 있다. 72년생 동갑내기이자 하람작은도서관의 공동 관장을 맡고 있는 성미현 정현주, 서경희 관장이 그 주인공이다.

정현주(이하 정) 관장은 “요즘 아이들이 맘 편히 놀 수 있고 쉴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잖아요. 그렇다보니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마침 같은 생각을 가진 성미현 관장, 서경희 관장과 마음을 모아 작은도서관을 열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세 명의 동갑내기 관장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특별한 상황에서 사소한 마찰이나 의견충돌은 없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러나 세 관장은 동시에 입을 모아 ‘NO'를 외친다.

서경희 관장(이하 서)은 “다행히 서로 마음이 잘 맞아서 불편한 일이 생기진 않았어요. 저희는 역할이 분명하거든요. 주로 성미현 관장이 ‘이런 걸 만들어보면 어떨까?’하고 아이디어를 내면 정 관장이 그 아이디어에 살을 붙여 구체화하고, 제가 실현하는 걸 담당하고 있죠”라며 이야기했다.

서 관장은 특히 태어나면서 쭉 평택을 떠나지 않은 토박이로서 지역의 특성이나 중요한 정보를 잘 알고 있는 데다 꼼꼼한 성격 덕분에 성, 정 두 관장의 아이디어를 가능하게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열정 넘치는 시작, 홍보에는 초짜

하람작은도서관이 정식으로 문을 연 것은 지난해 10월 10일. 이제 4개월 남짓 운영을 이어가는 햇병아리 도서관이다. 넘치는 열정과 의욕으로 책장의 나사 하나, 벽지 하나, 인테리어 소품 하나까지 꼼꼼하게 챙겨 손님 맞을 준비를 했건만, 막상 연말·연초의 들뜬 분위기와 맞물려 제대로 된 ‘오픈빨’은 아직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정현주(이하 정) 관장은 “우리 셋의 지분도 있긴 하지만 주변에서 좋은 일에 함께 참여하고 싶다며 기증받은 책도 1301권이나 비치해 놓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했는데 막상 기대만큼은 찾아주지 않아 슬슬 조급한 마음이 드는 중”이라며 “오죽하면 골목을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잡아먹지 않으니 도서관에 한 번 들러 달라’며 길거리 영업을 할 정도”라고 웃으며 말했다.

운영비 역시 외부의 지원 없이 순수하게 자신들의 사비를 털어 도서관과 방문객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아이들의 교육과 미래를 위해 이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뛰어들었지만 찾아주는 발걸음이 없다 보니 이따금 힘에 부치기도 한다고.

성 관장은 “알음알음 찾아주시는 방문객 한 분 한 분이 정말 소중해요. 작은 공간이지만 많은 분과 함께 하며 하람작은도서관을 웃음소리 가득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희망했다.

 

오랜 교육자원봉사 덕 알찬 프로그램 풍성

도서관을 운영하는 것은 초보일지 몰라도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교육의 질만큼은 세 관장 모두 베테랑급이라고 할 수 있다. 정 관장의 14년 경력을 포함해 셋의 교육 관련 자원봉사 경험을 모두 합하면 20년에 달하기 때문.

덕분에 하람작은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큰 규모 도서관의 그것 못지않게 알차고 다양하다.

특히 이 곳 도서관에서만 특별히 경험할 수 있는 ‘싱잉볼’을 활용한 명상놀이는 평택시민신문의 강추 프로그램. 마음 깊은 곳에 울림을 줘서 긍정의 에너지를 끌어낸다는 싱잉볼의 소리를 들어보면 머릿속 복잡했던 생각들이 차분하게 정리될 것만 같다.

이 밖에도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손바느질 강좌, 까막눈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한글을 뗄 수 있는 미취학 아동 대상 한글여행, 종이접기와 만들기 등 다양한 미술놀이를 중심으로 한 알콩달콩 만들기, 독서를 통해 생각을 나누는 하람 이야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되어 있다.

프로그램 참여 대상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직접 별명까지 작명했다는 세 관장. 성 관장은 요가에서 호흡의 소리를 뜻하는 용어 ‘소함’이라는 이름으로 명상놀이를 진행하며 일곱 빛깔 색처럼 알록달록 색종이로 재미있는 놀이를 해주실 서경희 관장은 무지개 쌤, 참가자들이 즐겁게 즐기다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 관장은 ‘라온’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소함, 무지개, 라온 쌤이 기다리고 있는 하람작은도서관, 아직 남아있는 방학동안 세 관장을 만나러 가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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