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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부역자 단죄 없는 ‘3.1만세운동 100주년’ 문제 있다.
평택시민신문 | 승인 2019.01.30 09:37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고문

[평택시민신문] 근간으로 유관순 역사가 조작 됐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여러 가지 합당한 논리들이 전개 되어 설득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너무 오랫동안 의심의 여지없이 받아들인 터라 뜨악하기도 하지만 이런 사실을 거짓으로 가르쳤을까 싶은 마음도 있어 믿어지지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문제 제기를 한 사람을 관련기관이나 문중에서마저 대응을 하지 않는 것에선 일말의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유관순 역사를 조작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모윤숙 등 친일부역자들인 것이 더욱 황당하게 하는 일이다. 해방이후 이들은 자신들의 살길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가공의 유관순을 만들어 기념하며 유관순의 품으로 숨어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10년 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친일인명사전을 펴냈다. 여기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장면 전 국무총리, 무용가 최승희, 음악가 안익태· 홍난파, 언론인 장지연, 소설가 김동인 등 유력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독립유공자로 지정됐던 인물들도 들어 있어 파장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친일인명사전은 식민지배에 협력한 인사 4,389명의 친일 행각과 광복 전후 행적을 담았다.

친일파를 규정하기는 쉬운 것 같아도 상당히 까다로운 문제다. 개인의 친일행각까지를 친일로 본다면 친일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항변하는 사람들의 논리에 함몰될 뿐이다. 그래서 친일은 권력을 가지고 공적업무에서 친일한 사람들로 규정했다. 여기에 권력의 크기도 규정했다. 면서기나 하급 경찰, 하급 군인 등은 포함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들의 친일행각이 용서되지는 않는다. 다만 친일 인명사전이 그리 정했다는 말이다.

친일 인명사전이 나오자 예의 빨갱이 색깔론으로 이를 희석하려는 무리들이 준동했다. 친일부역자들의 처단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친일부역으로 거둔 부와 권력으로 호의호식하며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세력들이 우리 눈앞에서 뻔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 현실이 이러하니 친일부역자를 낱낱이 밝히는 것을 달가워할 리 만무한 일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수많은 엉터리 지사들이 일제에 부역했다는 사실은 연구할 것도 없이 드러난 사실 이다. 이들을 인명사전에 올려 후세의 귀감이 되도록 하겠다는데 무슨 명분으로 막아선단 말인가. 결국 그들은 친북인사 1백명 명단을 작성 발표함으로써 친일인명사전이 이른바 빨갱이들의 준동에 의한 것으로 몰아 부치는 것이다.

이들의 이런 행태는 자신들 또는 자신들의 부모나 조상들의 떳떳하지 못한 과거를 반성하거나 공개사죄 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데서 비롯된다. 자신들의 권력이나 경제력이 친일부역의 결과물인 것을 부정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한상룡은 조선 제일의 친일파다. 이완용의 생질로 일찍이 일본에 유학하고 조선은행의 총재로서 부와 권력을 친일부역에 다한 사람이다. 한상룡은 처가가 평택이다. 이런 연고로 평택에 수많은 토지를 소유하고 소작을 부렸을 것이다. 한상룡으로 인한 평택의 친일부역관련자들도 있을 것이다. 한상룡은 이미 친일부역혐의로 반민특위에 기소된바가 있다. 그러함에도 이번 친일인명사전에 거론됨으로 그 후손이 직접 민족문제연구소에 편지를 보내 선대의 친일 부역에 대해 사죄했다고 한다. 그 사죄로 면피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최소한 이 정도는 거치고 그 역사를 올바로 기록하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가까운 아산 둔포면 신항리에는 윤보선 전 대통령 생가가 있다. 아흔아홉 간 집이라고 근동의 소풍 장소이기도 한 이 동네는 윤보선의 증조할아버지로부터 이어진 해평 윤씨 일가들의 마을이다. 해평 윤씨 가는 독립무용론으로 잘 알려진 윤치호를 비롯한 친일파들을 배출했다. 사실 윤보선 전 대통령이 일찍이 영국으로 유학갈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친일부역의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윤치호의 불망비 2기가 진안에 있어 전북민족문제연구소에서 불망비를 뽑아버렸다. 허나 해평 윤씨 집안에서 비석 옆에 비석의 연유를 밝히는 안내문을 세우는 것으로 합의하고 다시 세웠다고 한다. 이는 적어도 어느 선에서 진실을 밝히고 용서와 화해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평택에서의 3.1만세운동은 격렬했다고 한다. 피검자와 사망자 수가 많기도 하거니와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각지에서 만세소리가 울렸고 그 과정도 격했다고 한다. 돌아오는 3.1절엔 평택 3.1만세운동 100주년 기념식이 치뤄질 것이다. 또 3.1만세운동 기념공원과 기념비도 세워질 것이다. 좋은 일이다. 그렇게 해서 3.1만세운동의 의미를 되새기고 선열들이 뿌린 피를 기려야 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부단히 3.1만세운동의 의미를 확인하고 그것을 실천하도록 해나가야 한다. 단순히 기념식에 얼굴 비추고 기념탑에 이름을 올리는 것으로 3.1만세운동 정신을 실천했다고 한다면 이는 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낫다. 공연히 친일부역을 감추려고 3.1만세운동이라는 너울 속으로 숨어드는 자들의 보금자리만 만들어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이번 3.1만세운동 100주년은 그동안 우리가 해내지 못한 사회,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등 온갖 부문의 친일행적을 밝히고 단죄할 것은 단죄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는 것으로 과거사를 정리해야 한다. 또한 우리에게 남아있는 모든 일제 잔재를 청소하는데 전력으로 나서야 한다. 특히 일제부역자들의 죄상에 대해 엄정하게 단죄해야 한다. 프랑스작가 알베르트 카뮈는 나치부역자에게 정의의 심판을 내려야 하는 이유를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게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은 어리석은 짓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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