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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터즈, 새해 산성길(?)을 걷다섶길과 나의 만남(29)
평택시민신문 | 승인 2019.01.23 16:51
박경순 한국사진작가협회 평택시지부장

[평택시민신문] 기미년 황금 돼지해가 밝았다. 여느 해처럼 해돋이를 보려는 인파들이 곳곳에 모여 새해의 다짐들을 다지는 장면들이 낯설지 않다.

우리 집에도 새해맞이 시스터들이 모였다. 나는 2남 4녀 중 둘째 딸이다. 위로 언니 하나 아래로는 남동생 둘 여동생 둘이니, 다복한 자매들을 두고 있다. 오랜만에 네 자매가 우리집에 모였다.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음모를 하여 모이게 된 것이다. 일정을 잡은 날부터 괜스레 마음이 들뜨고 새해맞이보다 더 설렜다.

부모가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면 형제자매는 부모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는 말이 있다. 누가 한 말인지 놀랍다. 딸이 없는 나는 노후가 적적하지 않으리라는 이 예감은 마치 든든한 보험을 든 기분이다. 아니, 딸이 없어 외롭겠다고 남들이 염려하듯 하는 말을 귓등으로 흘리며 내심 자매들을 떠올려보기도 한다.

가장 멀리 창원에 사는 언니가 제일 먼저 도착하고 동생들이 차례로 왔다. 접시가 몇 장 정도는 깨질 태세로 언성들이 높아졌다. 우리는 모의를 하기 시작했다. 우선 평택 맛집 투어를 하며 일체 집밥은 해 먹지 않는 것으로 계획을 짜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집 안에서 뒹굴거리며 맘껏 게으름을 피우기로 했다. 무계획으로 보내겠다는 계획에 약간의 활동성 있는 바깥 생활을 곁들이겠다는 생각으로 섶길 코스를 제안했다. 나는 넷이 걷기 좋은 코스로 명상길을 꼽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장 위원장이 산성길 코스를 개발 중인데 함께 하겠느냐는 제의를 해 왔다.

나는 언니와 동생들에게 이런 제안을 했더니, 기꺼이 좋다고 했다. 평택에 섶길이 있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어떤 길인지 궁금해 했다. 아침을 대충 챙겨 먹고 청북 읍사무소로 향했다. 세 분의 섶길 위원들이 도착해 있었다.

산성길은 섶길 코스 중 새롭게 개발하고 있는 길이다. 평택에 산성이 많다는 걸 처음 알았다. 용성, 강길성, 비파산성, 자미산성, 무성산성등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산성길은 가칭이며 산성들의 특성상 관방산성이라서 관방산성길로 하자는 의견도 있다.

읍사무소 뒷산을 오르는 것으로 산성길 걷기가 시작되었다. 새롭게 만들어 가는 길이다 보니, 처음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아뿔싸, 언니가 무릎 관절이 아프다는 사실을 깜빡했다. 출발부터 순탄하지 않다는 것을 예감하며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으나 언니답게 그대로 진행하자고 했다. 평탄한 길이 아닌 산성길을 걸으려니, 바싹 마른 낙엽들이 미끄럽고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발에 걸리기도 했다. 또한 두 동생들은 복장 불량으로 걷기엔 악조건이었다. 두 동생은 운동화가 아닌 부츠를 신고 있었고 막내 동생은 새로 사 입은 무스탕을 입고 강행군을 해야 했다. 애초에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시작한 걷기일 뿐만 아니라 그것도 이제 막 개발하는 코스라니...

셋째 동생은 말띠 여자답게 씩씩하다. 올해 섶길 걷기 행사에 인원들을 동원시키겠다는 약속을 서슴없이 할 정도로 추진력도 있고 친화력도 좋다. 언니는 묵언 수행이라도 하듯 묵묵히 걸었고 막내는 강남 스타일의 외모답게 겨울 햇살도 외면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걸었다. 나는 하필이면 처음 걷는 섶길에 자매들을 동행했는지 자책 아닌 자책이 들어 발길이 무거웠지만 겨울 날씨 답지 않게 포근한 것이 고마웠고 서로서로 챙겨 주는 자매들의 마음이 훈훈했다. 중간에 작은 산등성이를 오르는 코스에서 우리 자매들은 평탄한 길로 걸어 내려 와 편의점에서 나머지 세 분의 일행들을 기다렸다. 마침 그 편의점이 자동추첨 일등 로또점이라고 쓰여있어서 복권을 몇 장 샀다. 셋째 동생은 새해 첫 날 꿈에 조상에게서 금괴를 받는 꿈을 꾸었다며 일등에 당첨되면 막내 동생과 큰 언니에게 월세가 나오는 상가를 하나씩 사 주겠다고 했다. 나는 전원주택을 사 달라고 하니까 가지고 싶은 걸 하나 사 준다고 해서 살짝 삐졌다. 우리는 이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기뻐서 얼마나 웃고 행복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노닥거리는 사이 일행 분들이 도착하여 인근 소고기 국밥집에서 아주 따끈하고 맛있는 점심을 먹고 일행들과 헤어졌다. 오랜 만에 타 보는 시내버스도 마치 여행을 하는 듯 낯설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우리 자매들은 이 섶길을 걸었던 그 날의 일들을 오래오래 좋은 추억으로 가슴에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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