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중간 유통망 확대·소비자 접근성 높여

시흥, 화폐발행위 운영 등 민·관 협치 강점

강화군, 실효성 부족·부작용 발생으로 폐지

 

[평택시민신문] >> 일본의 사회학자 오사와 마사치는 ‘사람이 화폐를 수용하는 것, 즉 자신의 소유물을 파는 것은 그 화폐를 수용할 타자가 존재하고 있다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며 ‘화폐를 화폐이게 하는 것은 타자의 욕망’이라고 설명한다. 모든 사람이 갖고 싶어 하기 때문에 화폐의 가치를 신뢰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화폐에 대한 이러한 성질대로라면 지난 2일부터 유통이 시작된 ‘경기평택사랑상품권’은 아직 화폐의 지위를 획득했다고 보기 어렵다. 아직까지 욕망하기는커녕 경기평택사랑상품권의 존재조차 모르는 평택시민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역화폐가 자본주의 시대 속에서 무너져가는 지역 공동체를 살리고, 서울 중심적 한국 경제구조 속에서 쇠퇴해가는 지역 기업들에 생기를 불러일으키는 등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지만, 지금처럼 지역화폐에 대해 시민들이 인지하지 못할 경우 그 장점은 이상향으로만 머무르게 될 것이다. 이에 평택시민신문, 평택시사신문, 평택자치신문 등으로 구성된 평택지역신문협의회는 ‘경기평택사랑상품권 = 평택의 화폐’라는 우리 지역의 새로운 약속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총 7회의 지역화폐 특집 기사를 공동으로 연재한다. 이들 특집기사를 통해 지역화폐가 활성화되고, 나아가 지역화폐의 장점이 현실화되길 기대한다.

 

지역화폐의 성공사례 ‘포항사랑상품권’과 ‘시흥시 지역화폐 시루’, 지난해 폐지된 ‘강화사랑상품권’

지난 2017년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경제분야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로 ‘지방분권 강화 및 균형 발전’을 내걸고 지난해 10월 ‘지방자치법’ 정부개정안을 발표하는 등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 ‘지방자치법’ 개정안과 중앙정부의 사무를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지방이양일괄법’을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한 전국 17개 광역 시·도 단체장으로 이뤄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지난 1월 18일 제주도에서 열린 제41차 총회에서 공동의견서를 발표하며 정부와 국회에 자치조직권 보장과 재정 분권 강화 등을 촉구했다.

이처럼 지방자치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지역경제를 살리려는 방안으로 지역화폐 제도가 떠오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중앙·지방 재정비율 조정과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로, 지역화폐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농협·수협·신협·새마을금고·저축은행 등 모든 금융기관이 참여한 ‘포항사랑상품권 판매 대행점 협약식’

■ 발행액 1000억 ‘포항사랑상품권’

전국에서 대표적인 지역화폐 성공사례로 꼽히는 지방자치단체는 포항시다. 인구 51만 명으로 평택시와 비슷한 규모인 포항시의 지난해 지역화폐 발행액은 모두 1000억 원에 달한다.

‘포항사랑상품권’이 2017년 도입 후 2년 만에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시민이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지역의 모든 금융기관을 판매기관으로 등록한 것이 주효했다. 중간 유통망을 확대함으로써 더욱 많은 시민이 쉽게 ‘포항사랑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포항시는 첫해 1300억 원과 지난해 1000억 원 등 모두 2300억 원 규모의 ‘포항사랑상품권’을 발행해 전량에 가까운 2288억 원을 판매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포항사랑상품권’ 유통에 따른 지역경제 파급 효과는 발행액의 3.8배에 달하는 8989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역화폐가 원활하게 유통될 경우 지역경제에 끼치는 파급력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경기평택사랑상품권’의 판매기관을 지역 NH농협은행, 농·축협·과수농협 등 52개소로 한정한 평택시의 경우 시민에 따라 주거래 금융기관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포항시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역화폐 제도 도입 단계부터 민·관 협치로 탄생한 ‘시흥화폐발행위원회 발대식’

■ ‘시루’, 지역공동체 강화에 모범

경기도에서는 최근 시흥시 지역화폐 ‘시루’가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시흥시는 명칭과 지류화폐 디자인을 시민 공모를 통해 결정하는 등 지역화폐 제도 도입 단계부터 민·관 협치를 이뤄왔다는 점에서 그 성과를 높이 볼 필요가 있다.

발행 이후에는 시장과 시의원, 시민으로 구성된 ‘시흥화폐발행위원회’를 발족하고 ‘시루’의 운영 방향을 함께 결정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를 넘어 지역공동체 강화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흥시는 공무원 5명과 청년인턴 2명 등 모두 7명을 지역화폐 전담팀으로 구성했다. 또한 민간 전문가를 전담인력으로 선발하는 등 전담팀 구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평택시도 전담팀 구성에 시흥시의 사례를 자세히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 ‘강화사랑상품권’의 반면교사

반면 실효성 부족과 부작용 발생 등의 이유로 폐지된 지역화폐도 있다. 2014년 12월 발행을 시작한 ‘강화사랑상품권’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7월 강화군은 3년 6개월 만에 ‘강화사랑상품권’ 발행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미비하다는 효율성 검토 결과에 따라 공무원과 주민 1679명을 대상으로 상품권 폐지 여부를 설문했고, 절반 이상인 55.5%가 폐지를 찬성해 이와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

특히 ‘강화사랑상품권’은 일명 ‘상품권 깡’으로 불리는 부작용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고 알려졌다. 일부 가맹점이 은행이자보다 높은 지역화폐 할인율을 이용해 구매 후 환전하는 등의 꼼수를 부리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역화폐 홍보와 함께 교육이 꼭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지역화폐 제도의 목적과 순기능을 충분히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평택시도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글 싣는 순서

① 지역화폐란? ② 지역화폐 해외사례 ③ 지역화폐 국내사례 ④ 평택지역 추진 현황과 목표

⑤ 지역화폐 부정사용 및 해결방안 ⑥ 평택시 당면과제Ⅰ ⑦ 평택시 당면과제Ⅱ

 

평택지역신문협의회 공동기사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