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_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고문

지역사회의 정체성은 지역민의 자긍심

독립운동 전통과 정신 올곧게 되살려야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고문

[평택시민신문] 지역사회의 정체성은 역사적 사실과 문화적 배경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평택이라고 하면 가장먼저 떠올리는 것이 미군기지와 그에 따른 퇴폐와 향락의 도시로 그래서 어떤 정치인은 불철주야 영업이 허용되는 국제관광지구를 만드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그것이 지금까지의 평택의 부끄러운 정체성이었다. 이것은 시쳇말로 ‘먹고사니즘’이 만들어낸 왜곡된 모습일 뿐이다. 그간 여러 곳에서 평택의 진정한 정체성 확립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온 것으로 안다. 그러나 고민한 만큼의 결과를 내놓은 것이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3.1 만세운동 100주년을 맞아 평택민의 자부심을 키워나갈 평택의 정체성을 새로이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일 것이다.

우리에게는 조국을 찾기 위해 투쟁하다 가신 민세 안재홍 선생이나 원심창 선생같은 분들이 있다. 그분들 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일제와 싸웠음을 확인하고 있다. 빼앗긴 조국의 해방을 위해 몸 바친 이들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신분귀천을 가릴 것 없이 이곳저곳에서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런 전통과 저항문화를 왜곡시켜 평택을 저질문화와 상업주의가 판을 치는 곳으로 만들어버렸다. 일제수탈의 치열한 현장이 미군들의 뒤치다꺼리로 삶을 꾸리는 도시가 되어버렸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은 관치에 의해 비롯된 것이지만 지방자치시대를 맞이해서도 변한 게 없다. 이는 평택시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자치에 따른 실천력의 부재에 있다. 특히 자리를 차지하고 개인의 영달만을 추구하는 지도자층의 안이한 자세가 문제를 확산시킨 측면이 있음을 부정하진 못할 것이다.

새롭게 발굴한 평택의 독립 운동가들이라는 어느 지방신문의 기획특집을 본 적이 있다. 지난3.1절에는 웃다리문화촌에서 평택의 독립 운동가들이란 제하의 전시회도 열렸다. 반가웠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많은 분들이 나라의 해방과 독립을 위해 싸우다 일제에 의해 피검되어 구속되고 모진 고문으로 유명을 달리하기도 한분들이 아직 서훈은커녕 독립운동가로 주목받지 못하다가 이제야 지면과 전시를 통해 소개된다는 것이 반가우면서도 부끄러웠다. 일제에 의해 피검되어 기록으로 남아있는 분들은 마땅히 그 공을 평가하고 서훈을 추서하도록 지역사회가 노력해야 할 일이다.

또한 피검기록이 없는 우국 독립지사 또한 많이 있다. 이런 분들은 지역과 마을에서 기억하고 있다. 이제 기억이 가물거리는 연로한 분들이 기억하는 많은 사례들을 철저히 모으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들의 행동이 결국 조국의 해방과 독립을 당길 수 있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워도 그들의 항일정신과 해방독립을 위한 끈질긴 투쟁은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는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각 지역 각 마을마다 묻혀 지고 있는 항일 독립운동의 실태를 파악하고 중심적 인물들을 발굴하는 것은 3.1만세운동 100주년과 함께 지역사회의 정체성을 세우는데 매우 중요한 일들이라 하겠다.

 

사회주의계열과 여성 독립운동가도

이젠 지역사회가 기려야 할 때다

 

문제는 아직도 언급을 꺼려하는 사회주의 성향의 해방·독립투사들이다. 이들의 노력과 투쟁이 과소평가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연구를 스스로 검열해야 만하는 시대라는 것이 부끄럽다. 이제 선을 넘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원하는 역사를 제대로 복원해낼 수 있을 것이다. 서정리 조선일보지국장 남상환 선생 같은 이들이 그대로 역사 아래로 가라앉게 버려두는 것은 우리가 비겁한 것이다. 사실을 사실대로 연구하여 그들에게도 똑같은 서훈이 주어지도록 해야 하고 똑같이 지역사회가 기려야 할 것이다.

역사의 중요한 시점에 몸을 불살랐던 사람들이 이념 때문에 무시되고 배척 되는 것은 배제와 단절의 역사를 만들어 낼 뿐이다. 이젠 마땅히 그런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 독립군을 무참하게 토벌했던 박정희나 백선엽등은 우리사회의 추앙받는 인물이 되었지만 북을 지지하거나 지지한 것으로 보이는 우국지사들은 서훈조차도 받지 못하는 처지로 몰렸다. 민세선생도 한 때 납북으로 인해 서훈을 받지 못하다가 어렵게 서훈을 받은 경험이 있다.

우리 평택이 더 크고 원대한 문화주의 도시로 변모하는 것은 우리가 가진 자산을 아끼고 키워냄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특히 3.1만세운동 100주년이 되는 2019년부터는 우리 평택의 묻혀있는 항일정신과 문화를 세세하게 밝혀내자. 이념이 다르다고 배제하고 여성이라는 이름 때문에 배제당하지 않아야 한다. 일제에 항거한 정신과 실천은 누구도 범접 하지 못할 목숨을 건 행위이기에 마땅히 기려야할 사실일 뿐이다.

지역의 정체성은 지역민의 자긍심이다. 자긍심을 위하여 지자체가 벌이는 사업들이 보여주기 식 사업으로 변질되는 것도 경계해야한다. 많은 지자체에서 보여주기식 사업으로 비난받고 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정확한 사실들이 정리되고 그 사실들이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큰 힘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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