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한 책 하나되는 평택 연중 릴레이 기고 30 _ 허예서 평택기계공고 2학년

1. 『소년, 소녀 선택받다』에서 작가의 의도는 무엇인가

[평택시민신문]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소년, 소녀 선택받다』이다. 가장 찝찝해서 기억에 남기도 했다. 난 당연히 초콜릿을 나눠준 더 인간성이 있는 소녀가 선택받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벽 안’의 사람들은 쓰레기를 바닥에 버린 소녀 대신 더 ‘인간적인’ 소년을 선택한다. 이를 보고 나는 대한항공의 조현아가 생각이 났다. 조현아는 땅콩회항과 갑질로 유명한 인물이다. 땅콩 때문에 기분이 상해 많은 이들이 타고 있는 비행기를 돌린 횡포를 저질러 집행유예를 받았지만 그녀는 집행유예 기간에 사장으로 복귀했다. 반면 조현아에게 갑질을 당하던 승무원을 도와주려 했던 박창진 사무장은 현재 강등되었고 머리에 종양이 난 채로 사내 왕따를 당한다. 이것이 사회제도와 기준의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그 점을 너무나도 잘 꼬집은 것 같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쓰게 되었을까 의문이 생겨 작가와의 만남에서 김동식 작가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김동식 작가는 아들이 전혀 찾아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호적상에 아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에서 아주 가난한 할머니에게 돈을 지급하지 않는 뉴스를 보고 쓰게 되었다고 했다. 누구나 그런 뉴스를 보고 분노를 느끼지만 이렇게 소설로 써서 우리에게 스스로 의문을 던지게 하는 작가의 힘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작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에게는 엄격하고 더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는 관대한 면이 많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윤리적 판단 앞에 서게 된다. 그런데 여러 가지 윤리들이 부딪힐 때 더 높은 윤리의 잣대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2. 회색인간은 누구를 가리킬까

회색인간은 우리 사회를 적나라하게 표현해 보기 불편한 작품이었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아무리 별로인 사람이고 자신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아도 그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넌 참 별로이게 살고 있어”라고 말하면 불편한 법이다. 회색인간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비판한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만 해도 재벌이나 부자가 아니면 많은 이들이 회색인간인 채로 허덕이며 살아간다. 박정희 정부 이후 우리나라는 빠른 경제발전을 이루었지만 너무나도 빠른 나머지 사람들의 행복도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GDP는 지난 해 기준으로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행복지수는 156개국 기준으로 57위를 했다. 절대적 가난에 시달리던 예전과 달리 삼시세끼를 먹을 수 있고 모두가 학교에 의무적으로 다닐 수 있지만 많은 사람은 불행에 시달린다. 왜인지 생각해보면 희망과 꿈은 고사하고 목적조차 상실한 채 매일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많은 업무를 해내다 보니 정체성을 잃어가고 그저 업무를 위한 업무를 하며 점점 기계같이 변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쟁을 위해서 살고 있는지 꿈을 가지고 예술과 문화를 향유하며 살고 있는지 성찰하지 못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경쟁인지 누가 만들어낸 경쟁인지 이제는 성찰해야 하고 우리가 경쟁에 갇힌 세계의 틀을 깨야 한다.

 

3.『영원히 늙지 않는 인간들』에서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영원히 늙지 않는 인간들』에서 외계인이 내린 저주는 영원히 멈춰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정부는 스위치가 있다 속이며 시간을 가게 할지 아니면 멈추게 할지 투표에 맡긴다. 그렇게 사회가 거짓 속에서 돌아가는 내용이다. 나는 작가가 원래 삶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통인데 희망이라는 단어로 고통스러운 삶을 속이고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고등학생이 내가 보기엔 “개천에서 용났다”라는 말이 없어진, 계층 간에 이동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사회이다. 아무리 공부하고 노력해도 원래부터 풍요로운 배경을 타고난 사람들을 따라잡긴 어렵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우리들을 끊임없이 경쟁에 붙이고 있다. 이미 구조가 잘못되어 있는데 노력하면 무엇이든 될 것이라는 희망고문을 하며 경쟁 속으로 몰아넣는다. 하지만 이것은 구조적 모순이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다. 그러나 불쌍한 우리들은 경쟁에 짓눌려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읽지 못하고 끊임없이 다른 사람을 이기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것이 이 시대의 희망고문이다. 과연 우리는 사회 구조적 모순을 바꾸지 않는 이상 우리의 노력으로 우리의 행복을 쟁취할 수 있단 말인가.

 

4. 앞으로 이 사회를 이끌어 갈 젊은이로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야 할까

나는 공부를 하면서도 자주 내가 이렇게 노력해서 꿈을 이룬다 해도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우리 반 친구들이 서로에게 장난이랍시고 비난 섞인 말을 하고 조롱하는 것이 문화로 자리 잡혀있음을 싫어하다가도 또 같은 처지에 있는 나의 친구들이 경쟁사회에서 버티기가 너무 힘들어 그러는 것 같아 안타까워졌다. 김동식 작가의 작품은 그가 주물공장에서 일하는 ‘기술자’였다는 것만으로도 내게 큰 용기를 주었다. 나 또한 공업 고등학교의 학생이고 기술계로 나아갈 것이지만 나는 사회가 보는 기술직들의 틀에 갇혀 스스로 패배감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작가는 어쩌면 회색인간과 같은 일상들이 반복될 수도 있었을 테지만 계속해서 상상하고 뉴스를 찾아보고 사회에 관심을 가지며 앞으로 나아갔다. 김동식 작가의 작품은 단순히 SF소설에 불과하지 않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내게 앞으로 이 사회를 이끌어 갈 젊은이로써 사회를 비판할 수 있는 정신을 가지고 계속해서 구조적 모순을 찾아내야하고 우리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예술성과 문학성을 가지고 인간성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을 말해주고 있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정체성을 잃어가며 회색인간이 되어갔지만 이젠 나의 색을 찾아 나만의 멋진 삶을 살아내는 기술자가 되겠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