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구조 만들고 조직간 네트워킹 강해져야

[평택시민신문] 지난 4회를 거쳐 대표적인 캐나다 퀘벡의 사회적경제 조직들을 소개했다. 부족한 필력이었지만 글을 연재하면서 개인적으로 퀘벡탐방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신문사에 감사드린다. 이번글은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몇군데 사례를 더 소개하고, 평택에서 사회적경제 활동을 하면서 고민되는 점과 제언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각 국가의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 경제적 토양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퀘벡의 사회적경제 사례를 통해 우리것으로 내재화 한다는 것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하지만 한 사회가 성공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과 현재의 과제를 면밀히 들여다본다는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지금 걸음마를 떼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Coup de Balai(꾸 드 발라이)

Coup de Balai(꾸 드 발라이)의 브루스 카메론(Bruce Cameron) 대표와 간담회

21만2000개 이상의 일자리와 약 7000개의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퀘벡의 사회적경제는 문화, 금융, 교육, 미디어, 기술, 천연 자원, 주택, 서비스, 노동 훈련 등 모든 부문에서 진출해 있다. 특히 국가가 주도하는 공공정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보육돌봄(daycare), 공공주택, 홈케어 영역은 비영리로 활성화되어 있다.

그 중 ‘Coup de Balai(꾸 드 발라이)’는 노인들에게 필요한 가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실업 상태의 성인들에게 의미있는 일을 제공하는 사회적경제 프로젝트로 1999년 시작되었다. 1996년 사회적경제 대표조직인 샹띠에(Chantier)의 등장 등 민관거버넌스가 강화되는 시점에 여성운동그룹들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가사 관련 돌봄의 필요성을 정책화하면서 정부 주도의 노력의 결과로 가사도우미(Clean Sweepers)를 파견하는 홈케어 사회적경제 기업이 창립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가사도우미 영역은 주로 이민자들이 음성적 노동시장으로서의 성격이 강했지만, 사회보장책을 지원하고 양성화 시키면서 노동자들은 노동조건이 향상되었고, 일자리도 더 늘어났으며, 이에 따라 주정부는 세수를 더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브루스 카메론(Bruce Cameron) 대표는 90년대 중반 퀘벡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주정부가 사회적경제 방법론으로 출구정책을 세우면서 ‘Coup de Balai(꾸 드 발라이)’와 같은 홈케어 영역에서 일자리가 확대되었고, 이 과정에서 사회적 신뢰가 형성되면서 사회적경제 영역이 대안으로 부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경제는 주정부에게도 인정을 받는 파트너로서의 위치를 갖게 되었고, 시민들로부터도 사회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기업으로 더 깊이 뿌리 내리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직원 60명과 1000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지만, 20년을 운영하면서 주정부의 지원정책이 조금씩 후퇴하면서 비즈니스 성장을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요구된다고 하였다.

 

Inter-Loge(인터로즈) 커뮤니징 하우스

Inter-Loge(인터로즈) 건물사진 http://interloge.org 자료
Inter-Loge(인터로즈) 사무실앞에서 기념사진

nter-Loge(인터로즈)는 주로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저렴한 주택을 제공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1978년에 설립된 사회적경제 기업이면서 비영리자선단체이다. 40여년전 지역의 사회복지사들이 집값이 점점 오를 것을 대비하여, 409가구를 구매(정부지원을 통해)해서 264개의 주거를 협동조합에 재매각하였고, 나머지는 직접 세입자에게 저렴하게 렌털사업을 하고 있는 지역사회주택개발조직이다.

현재 Inter-Loge(인터로즈)는 730개의 주택과 28개의 비주거용 건물(상업 또는 공동체)의 주택 재고를 보유하고 있고, 주거용 임대료를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캐나다 임대주택 및 주택공사(CMHC)에서 2016년 11월에 발표 한 시장 가격보다 일반 임대료가 평균 30.4% 저렴하다고 한다. Inter-Loge(인터로즈)는 사회주택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사회주택을 확산하고 자금조달을 효과적으로 받기 위해 연대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한다.

 

MCE Conseils 전문컨설팅 조직

MCE Conseils에서 기념사진

MCE Conseils는 1987년 전국노조연맹(CSN)의 주도로 설립된 회사로 경제, 마케팅, 재무, 회계, 경영, 조직 개발, 교육, 프로젝트 계획 및 평가 분야의 전문지식 및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설립 당시 전국노조연맹(CSN)은 노동자들의 고용유지와 기업활동을 건전하게 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던 중 탄생하게 되었다. 이 조직은 한 건물안에 Fliaction(노동자후원기금투자), Fondaction(노동조합행동기금) 등 다양한 사회적금융 조직들과 함께 있으면서 개별 사회적경제 조직의 금융을 연결해주고 경영 컨설팅 및 재무 분석 등을 통해 안정화 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소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지난 30년 동안 공정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컨설팅을 의뢰하는 노조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기업들도 MCE Conseils에 대한 신뢰가 높고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경제 기업으로 창업을 해도 열악한 재무역량이나 경영능력 등이 부족하여 안정화와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MCE Conseils 사례와 같이 전문적 역량을 가지고 있는 전문기관이 후방에서 지원하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우리에게도 시급하다.

MCE Conseils 앞 건물사진

 

사회적경제는 우리에게 왜 필요한 것인가?

지난 300년 동안 인류 역사는 가장 빠른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강력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급변하고 있는 시대에 우리 사회는 기존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하나의 방법론으로 사회적경제가 급부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1800년대 다윈은 지구 역사상 살아남은 종은 가장 힘이 센 종도 아니고 가장 지적인 종도 아닌 변화에 직면했을 때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라고 했다. 새로운 경제발전 모델이 필요한 시기에 사회적경제가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경제의 부상은 현재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뿐 아니라 남미와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사회적 경제 활동은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 사회적경제 논의가 본격화 되면서 다양한 나라 중에서 많이 소개되는 퀘벡은 각 지자체에서 벤치마킹의 모델이 되고 있다.

 

퀘벡의 사회적경제 모델의 특징은 무엇인가?

먼저 퀘벡의 사회적경제는 ‘사업서비스, 사회적금융, 교육과 훈련, 연구’라는 4가지 영역에서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개별 사회적경제 기업이나 주체들은 감당할 수 없지만, 꼭 필요한 4가지 요소들을 공동의 자원을 통해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하향식으로 이것들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샹티에라는 민관거버넌스를 중심으로 하여 민간의 자발적 참여가 주축이 되어 만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금 마련에서는 특히 노동조합과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주축이 되고, 연구는 지역의 대학이 주축이 되는 식이다.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자원과 힘은 당사자조직에 근거한 철처한 민관거버넌스 구조이다. 평택시는 아직 민관거버넌스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도시이다. 민과 관이 협력적 사업을 해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민과 관의 의지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커뮤니티 기반이다. 일반 기업은 장사가 안되면 투자자들이 쉽게 문을 닫고 더 이윤이 되는 쪽으로 옮기기 쉬운데,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기업은 관련된 사람들이 어떻게든 이를 살리려 노력한다. 그만큼 생존률이 높다. 2008년 MDEIE(퀘벡주정부 경제부)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경제 기업의 5년 후 생존률은 62%, 10년 후 생존률은 44%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다른 사기업들이 10년 후 생존률이 20%라는 것에 비해 훨씬 높은 비율임을 알 수 있다. 1990년대 초반보다 최근에 설립된 협동조합들의 생존률이 55%에 달했다는 사실은 더욱 의미 있는 수치로 이를 가능하게 한 퀘벡의 다양한 지원기관과 사회적 금융을 주목해서 배워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적경제를 통한 공동체 지역개발을 진행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기존의 지역개발이 개발의 원천을 외부에서 찾았다면, 사회적경제에 기반한 공동체 지역개발은 개발의 원천을 공동체의 내부에서 찾고, 공동체 구성원들의 역량을 높이며, 공동체가 겪고 있는 실업과 빈곤 등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즉, 지역문제 해결에 사회적경제 방식과 주체를 활용하는 것이다. 퀘벡의 특색에 맞는 사회적경제 지역화 모델이 민과 관의 적극적 거버넌스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 우리의 도시재생 결과와 방법이 누구를 위해서 진행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다. 평택의 경우 서울시나 수원시와는 다른 우리시만의 문제를 어떻게 사회적경제로 해결 할 것인지에 대한 지역화 전략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청년실업의 문제가 심각한 현재에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퀘벡은 청소년을 중심으로 사회적경제 교육 뿐만이 아니라 직접 협동조합으로 창업을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장려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사회진출을 위한 경험들을 풍부히 하게 한다. 평택의 경우 사회적경제 성인들을 위한 교육은 일부 진행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청소년들을 위한 사회적 경제 교육은 아직 미미하다. 몇 년안에 사회에 진출하게 되는 청소년들을 위한 사회적경제 교육과 프로젝트들이 시급히 필요한 상황이다.

캐나다 사회적경제 이론가이며 콩코르디아대학 마가렛 멘델교수와 저녁만찬후 기념사진

평택의 사회적경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현장에서는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 보다 자립적이고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회적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지원금을 바라고 쉽게 창업한다면 내부 갈등도 깊어지고, 지역사회에서도 외면 당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지금보다 안착되기 위해서는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당사자들의 네트워킹이 더욱 강해져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어렵게 유지하기 있는 조건에서 신협, 생협 등 이미 현장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큰 형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큰 형님들이 그들이 가진 기반을 다른 사회적 경제 주체들과 공유하고 모범적으로 이끌어주는 자세와 실천이 필요하다.

한국의 사회적경제가 나아갈 길은 아직 멀다. 퀘벡의 경우 연 17조 이상의 매출과 GDP 대비10% 정도인데 비해 한국사회에서 순수하게 사회적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GDP 대비 0.5% 수준이다. 아직 우리가 가야할 길은 멀지만, 퀘벡의 사회적경인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걸어 온 길이 꽃길만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끊임없이 논쟁하고 타협하고 아이디어를 모으고 실행하고 책임지는 무수한 사람들의 노력들이 모여서 지금의 퀘벡모델은 가능했을 것이다.

 

오경아 평택협동사회네트워크 사회적협동조합 상임이사 / 사회적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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