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금융의 천국, ‘RISQ(퀘벡사회투자네트워크)’와 ‘Fiducie(피두시신탁기금)’

다양한 종류의 사회적 금융 발달

기금·기업 연결하는 기관도 활발히 작동

 

RISQ 로고
Fiducie(피두시) 로고

[평택시민신문] 최근 한국사회는 퀘벡의 사회적경제 섹터 영역중에서 ‘사회적금융’ 파트와 교류를 강화하고 한국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캐나다 사회적경제의 전반적 특징은 금융 부문이 강세이기 때문이다. 평택에서도 사회적금융 전략을 세워야 하는 시점에서 퀘벡의 사회적금융 모델이 어떻게 우리에게 긍정적 영감을 줄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보고 싶다.

사회적경제 조직이 기업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자금을 조달하는 문제가 핵심적이다. 퀘벡은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기업을 운영하는데 자본조달의 어려움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회적금융이 발달되어 있다. ‘사회적금융의 천국’처럼 퀘벡은 협동조합기금, 노동자연대기금, 지역사회공동체기금, 정부기금, 혼성기금, 민간기금 등 다양한 종류의 사회적금융이 발달해 있었고, 이 기금들을 기업들과 잘 연결해 주는 기관들도 활발히 작동되고 있었다. 사회적금융 시장이 발달하면 사회적경제 분야에 대한 다양한 투자가 가능해지고, 투자기준을 통해 사회적경제의 사업성을 높여 나갈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사회적경제 생태계 구축이 가능해진 것이 퀘벡의 중요한 성장 요인일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971년 금융협동조합인 데잘댕에 의해 Caisse d’conomie solidaire(연대경제금고)가 만들어지면서, 이 기금을 통해 비로소 사회적경제 기업들에게 대출이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필립 가랑(Philippe Garant) RISQ 대표와 (오른쪽) 선임 금융 애널리스트인 피에르 샤렛

그리고 1980년대, 1990년대 경제위기 상황에서 FTQ(노동조합총연맹)와 CSN(제2 노동조합총연맹)은 캐나다 최초의 노동자기금을 조성하고, 노동자들의 질높은 일자리를 보호하고 기업에 투자 또는 인수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개척자 역할을 했다. 퀘벡 특유의 노동자연대기금은 퀘벡 지역의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경제를 떠받치는 든든한 금융 방파제 구실을 하였고, 이 기금 덕분에 노동운동은 퀘벡이 경제발전에 개입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퀘벡은 다양한 연대기금이 있는데 민간투자펀드, 정부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 또는 지원을 받아 연대협동조합, 비영리조직, 마이크로크레딧, 사회적 경제부문의 기업 등에 대출, 채무보증, 비회원 지분투자 등의 형태로 투자하고 있다. 특히 상티에(Chantier)는 사회적경제를 성장 시키기 위해서 사회적금융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1997년 ‘RISQ(퀘벡사회연대기금)’, 2006년 ‘Fiducie(피두시신탁기금)’을 만들었다.

‘RISQ(퀘벡사회연대기금)’의 필립 가랑(Philippe Garant) 대표는 한국에 사회적금융을 전파하기 위해 자주 오는 인사중에 한명이다. 그는 한국사회의 사회적경제 발전에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연수단을 따뜻하게 맞아 주셨다.

RISQ에서 설명을 듣는 중

그는 ‘RISQ’가 ‘사회적경제 기업의 모든 성장단계에서 자금 부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설립 되었고, 사회활동과 지역사회 경제개발을 촉진하는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사회적경제기업에 상황에 맞는 자금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즉 예비창업, 초기창업, 합병, 확장 등 기업의 성장단계별 자금을 지원하여 성장을 돕는 것을 주요 골자로 금융상품을 설계하고 있었다. 또한 설립초기인 1997년 주정부가 1000만 달러의 기금을 지원 받아, 이 기금에 매칭펀드 방식으로 민간기금이 결합하여 기금 규모를 확대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경제 기업에게 5만달러까지 무보증 신용 대출을 시작했고, 기금이 원활하게 사회적경제 기업으로 흘러가도록 기업심사 및 평가 방법, 리스크 기준도 마련하였다. 무이자 대출이고 실패시 기업은 상환의무가 없다. 주 정부가 투자손실액을 보전해준다. 최근 투자손실액이 증가하면서 최근 주정부가 RISQ에 추가로 500만 달러를 지원하였다. 즉, 손실이 커지더라도 RISQ가 사회적경제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주정부가 손실분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RISQ에서 기념사진

Fiducie(피두시)는 RISQ만으로 부족하다는 판단하에 더 큰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샹띠에(Chantier)가 설립하였다. 일반금융권 고금리(10~15%)와 단기간 상환으로 인한 사회적경제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장기대출(15년)을 목표로 설립되었다. 설립 재원은 노동자연대투자기금의 3000만 달러 대출, 퀘백주정부의 1000만 달러 대출, 캐나다연방정부의 2000만 달러 지원로 충당했다. 피두시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마케팅, 장비구입, 인테리어 등 비용 등의 운영자금이나, 토지, 건물, 창고 등의 구입과 신축, 리모델링, 확장 등 부동산 자금 비용을 대출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후 사회적 경제 조직의 규모와 자금 수요가 꾸준히 커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운영자금 조달 수단이 필요해졌다. 즉, 조달한 자금을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함으로써 사회적경제 기업의 안정적인 기업 활동을 돕기 위해 단기성 부채 차입 형태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자본조달 수단으로써 ‘인내자본’(patient capital)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인내자본은 일반 금융기관의 단기 대출 관행과 달리 장기 대출 방식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피두시(Fiducie)를 통해 자금을 빌린 사회적경제 기업은 15년 동안 원금상환 유예 혜택을 받고, 이 기간 동안 고정 이자만 내면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키워 갈 수 있는 환경은 퀘벡의 사회적경제가 활성화 될 수 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RISQ와 피두시는 CAP Finanace(연대기금-개발자본이해관계자협의회)에 소속되어 사회적경제 기업에서 필요한 자금을 직접 제공하고 있다.

사회적금융(Social Finance) 또는 임팩트금융(Impact Finance)은 사회투자(Social Investment)와 같은 맥락으로 "사회적 목적을 지닌 지속 가능하고 광범위한 자원 투입"을 말한다. 즉, 사회투자는 사회적 목적을 지닌다는 점에서 투자수익만 쫓는 일반적인 투자와 차이가 있다. 취약계층을 위한 고용 창출, 환경 문제 해결, 돌봄과 육아 등 사회서비스 등 사회적 가치 창출 목적의 사회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는데 민간 기업들도 이제는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사회투자 참여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글: 오경아
평택협동사회네트워크 사회적협동조합 상임이사

본지전문기자

2018년 2월 문재인정부에서는 사회적경제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회적금융 활성화 방안’이 발표되었다. 이 방안에서는 정부 및 공공부문의 역할이 강조되어 있는데, 이는 오랜 기간 동안 민간 중심으로 사회적경제가 조성된 캐나다 보다는 정부 및 공공재원 지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영국과 미국 사례에 가까운 방식이다. ‘현재 태동기 수준인 우리나라의 사회적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공공부문의 역할 강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사회적경제 조직의 자율성 및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는 캐나다 퀘벡과 같은 민간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지적을 하고 있다.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 이후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에 대한 효과적인 자금조달 체계 및 금융지원 방안의 수립이 필요하다. 특히 신협 등 협동조합 금융기관들과의 제휴 및 연대를 통해 ‘사회적경제 기업’에 대한 안정적인 자금 조달체계를 만드는 것은 평택에서 건전한 사회적경제 기업 모델로 정착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과제일 것이다. 이런 상황인식에 기초하여 서울시 등 지자체 차원에서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금융(Social Finance) 지원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한 공론화 과정이 평택에서도 시작되어야 할 때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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