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한 책 하나되는 평택 연중 릴레이 기고 26 _ 이영찬 한광중학교 3학년

이영찬 한광중학교 3학년

[평택시민신문] 올해의 한 책은 바로 ‘회색인간’이다. ‘회색인간’은 서로 다른 주인공들이 겪는 다양한 이야기를 하나로 묶은 옴니버스 형식의 책으로, 굉장히 절망적이지만 신선한 스토리들로 꽉 채워진 책이다. 이 책은 이야기 하나 하나가 인간 사이에 어떻게 극단적으로 갈등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같다. 이 책에는 24개의 스토리가 있으니 총 24개의 극단적 갈등을 독자에게 보여주는 셈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인간이 이렇게나 인간을 비판하여 묘사하는 게 가능한가? 너무 심한 것 아닌가?’ 라고 할 정도로 책에 나오는 인간들의 판단능력이나 생각하는 능력이 상상 이하였고, 페이지 한 장 한 장 마다 비판적이거나 폭력적인 언어와 말투가 기본으로 들어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후반부의 빠른 전개 및 절망적 결론은 내 머리를 세게 강타한 정도로 충격적이어서, 순간 뇌의 운동이 정지한 느낌이었다.

이 책의 이야기 중 하나인 ‘영원히 늙지 않는 인간들’은 외계인들에게 속아 20년이라는 시간을 늙지 않고 살아온 인간들의 불평에서 비롯된 갈등을 담고 있다. 주인공들은 10대 초반의 몸으로 20년 동안 살아온 것에 불만을 품고 지금까지 인간을 늙지 않게 해준 외계인의 선물, ‘영원의 구’를 작동 중지시키자는 계획을 세우고 지상파방송을 해킹해 사람들을 선동한다. 그러나 결과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51:49로 영원의 구 보존의 승리. 화가 난 세 주인공들은 영원의 구가 있는 곳으로 쳐들어가 관리자를 제압하고 영원의 구를 파괴한다. 그러나 관리자가 모두 거짓이라고 말하고, 모든 진실이 드러난다. 사실, 정부가 외계인의 기술을 얻기 위해 외계인을 가두고, 해부하고, 외계인에게 만행을 저질러 외계인이 인간에게 저주를 내린 것이었다. 또한, 영원의 구도 정부가 진실을 막기 위해 만든 허상의 물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셋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 있다가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이야기는 참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한다. 먼저, 정부의 ‘진실 조작 및 은폐‘이다. 우리나라도 2년 전 이와 같은 사건을 겪었기에 더욱더 공감이 가는 요소이다. 그다음으로, ’불로불사‘이다. 늙지 않고, 자연히 죽지도 않지만 임신된 아이는 자라지 못한다. 이 딜레마적인 요소는 나를 많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대중매체의 파급력‘이다. 아무리 조작이라 해도 그들은 영원의 구 유지에 대해 67%이던 투표 찬성률을 52%까지 낮추었다. 그저 30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꾼 것이다.

이 책은 ‘과연 스토리가 상상에서 나온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되어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러면서 나에게 물어본다. ‘넌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과 다른 점이 뭐니?’ 사실 별 다를 바가 없다. 이기적이고, 기득권을 증오하며 한편으로는 부러워한다. 이 책은 이기적인 인간에 대한 비판과 동시에 이기적인 선택에 의한 안 좋은 결과를 보여주며 이타적으로 살아야한다는 메시지를 심어준다.

이 책은 자신이 이기적이라는 소리를 들었다면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기’(利己)라는 회색 돌가루에 뒤덮여 살던 ‘회색인간’이 돌가루를 탈탈 털고 자신의 색깔을 빛내는 인간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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