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민신문] ‘신선하다’. 교사 독서 모임에서 「회색인간」의 감상평 중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다. 나 역시 기존의 작품들과 결이 다른 이 「회색인간」의 신선한 매력에 푹 빠질 수밖에 없었다. 등단한 작가도 아니고, ‘소설을 쓰는 법’에 관한 강연을 들은 적도 없다는 작가의 이력이 더해지면서 더욱 인상 깊은 작품이 되었다. 24편의 이야기 모두 독특한 설정과 작가의 상상력이 마음껏 발휘된 상황, 그 속에서 주는 뜨거운 울림이 어우러져있어,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기 어려울 정도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은 <디지털 고려장>이었다.

“비 노동 인구인 노인들을, 요양원이나 노인정이 아닌 가상 지구로 이주시키는 정책이었다. 사실, 노인 부양 문제는 사회적으로 커다란 골칫거리였다. 이미 많은 노인이 가족과 떨어져 독거 생활을 하고 있었고, 심지어 가족에게 버림받은 노인들도 많았다. 어차피 자식들과 떨어져 요양원 등에서 혼자 지낼 노인들이라면, 차라리 가상현실에서 가족들과 함께 사는 게 더 낫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었다. 노인이 현실에서의 육체를 버리고, 가상 세계로 이주하게 되면 생물학적 유지비가 사라지게 된다. 또한 건강상의 문제로 몸이 불편하던 노인들도, 가상 세계에서는 건강한 신체를 가질 수 있게 된다.” -<회색인간> 중-

8월 말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725만 7000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14%가 넘었다는 통계가 발표되었다. 그 중에서도 전남은 65세 이상 인구가 21%로 유엔 기준으로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또 KB 경영연구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소 생활비 수준도 준비하지 못한 50대 이후 응답자는 절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노후는 대부분 자녀 혹은 개개인 책임으로 돌리는 우리나라에서 노인 빈곤은 심각한 사회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이 소설 속에서 나온 디지털 고려장은 더 이상 비현실적인 일이 아니다. 그의 작품 속 주인공 김남우의 대처도 우리 주변의 현실과 매우 닮아있다. 아버지를 업데이트 해드리러 가자는 아내의 말에 김남우는 매년 ‘내년에 내년에. 올해는 돈 들어갈 때가 너무 많아.’ 라고 미룬다. 계속 부모님의 일을 미루며, 부담으로 느끼는 김남우의 모습에서 솔직하지만 불편한 감정에 공감하게 된다.

이 단편 외에도 알면서도 모르는척하고 있던 이 감정들을 날카롭게 짚어내는 작품에 많은 감정들이 되살아났다. 이토록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현실이 충분히 녹아든, 현실을 찌르는 작품에 벌써 차기작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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