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우와 함께하는 자전거여행 ④

>> 편집자주_자전거를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널리 보급하는 운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평택에서도 건강과 레저뿐 아니라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타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평택시민신문>은 박환우 환경전문기자와 함께 인근에서 쉽게 접근하며 평택을 느낄 수 있는 자전거 여행길을 안내하고, 자전거 타기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시민들과 함께 펼치고자 하는 취지로 ‘박환우와 함께 하는 자전거 여행’ 코너를 만들었다. 독자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

주요 경로 : 평택시청-군문교-팽성읍 강변 안성천 자전거길-내리문화공원- 미군기지-도두리 습지-국도 43호선 평택대교- 평택시청-국도 43호선 평택대교 왕복 19km, 2시간30분

[평택시민신문]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때문에 아침 시간에 자전거를 타고 시청으로 향하는 길에 스치는 바람이 차갑다. 가을 운동복으로 바꿔 입고 나왔지만, 자전거를 탈 때면 상체를 앞으로 약간 숙이는 자세로 달려야 하니 옷깃 사이로 파고드는 찬바람은 피할 방법이 없다. 청명하고 상쾌한 날씨 덕분에 자전거를 함께 타러 나온 사람들이 20여명이나 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군문교 가까이 가니, 군문동 안성천 하천부지에서는 제7회 원평나루 억새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한결 쌀쌀해진 강바람 따라 하얀 꽃을 휘날리는 억새꽃의 군무가 아름답다.

안성천에 아산만 바닷물이 드나들던 시절에는 군문포 나루가 있었다. 평택역이 군문포와 인접한 위치에 설치된 것도 군문포를 통해 서해안의 물산과 인근 평야에서 나는 곡물이 유입되기에 편리한 물류의 중심지였기 때문이었다. 1905년 평택역이 설치되고, 군문교 다리가 건설되면서 군문포는 나루의 기능을 상실되었다.

안성천 군문교에서 잠시 들판을 바라보니, 이동진 선생님이 가사를 쓴 동요 ‘노을’이 떠오른다.

‘가을바람 머물다 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연기

  색동옷 갈아입은 가을 언덕에 붉게 물들어 타는 저녁놀‘

 

시청분수광장
안성천 억새축제
내리 문화공원 자전거길

군문교를 건너 팽성읍 강변으로 향했다. 안성천 남쪽 팽성읍은 조선시대에는 충청도 평택현 지역이었다. 팽성읍에는 조선시대의 중등교육시설인 평택향교가 남아있다.

안성천 남쪽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길에는 억새와 갈대가 아름답게 꽃을 피우고 있다. 사계절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우리 일행도 잠시 멈추고, 억새 앞에 줄을 서서 사진을 찍었다.

안성천과 진위천이 합류하는 팽성읍 석봉리를 지나, 팽성대교 아래를 통과하니 내리문화공원 소나무 숲이 있는 언덕이 내 하체 근력을 테스트한다. 낑낑대며 힘들게 언덕을 오르니 내리문화공원과 안성천 강물이 한눈에 시원하게 펼쳐진다. 자전거 타기의 가장 큰 쾌감은 내리막길을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이다. 귓가를 스치는 상쾌한 강바람을 느끼며 달려 내려 와 내리문화공원 정자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내리문화공원 정자에서 평택호와 오성면 들판을 배경으로 노을을 감상하면 정말 아름다울 것이다. 혼자만의 고독을 즐기고 싶을 때 내리문화공원에서 산책하며 노을을 감상할 것을 권하고 싶다.

석봉리, 내리에도 강물이 보이는 언덕배기마다 미군 가족들에게 임대할 렌탈하우스가 건축되고 있다. 내리문화공원을 지나 안성천 강물을 따라 내려가니, K-6 미군기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새로운 철조망 울타리 너머로 헬기가 보이고, 군사용 레이더가 정신없이 돌아가고, 총소리가 들려온다. 미군기지에 건물이 많이 들어서고 있어 아무리 둘러봐도 어디가 대추리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제 ‘팽성읍 대추리’라는 지명은 안성천 ‘대추 제2배수통문’에 붙어있는 시설안내판에서나 어렵게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미군기지 강변 자전거길은 도로폭을 넓게 건설하고, 포장을 잘해서 인라인스케이트, 외발자전거를 타는 동호인들이 많이 운동을 즐기고 있다.

지리적으로 아산만은 중국과 가까운 항구가 있어, 청나라와 일본 등 강대국의 각축장이 되었다. 가까운 평택 해군기지에는 해군 제2함대 사령부가 서해바다를 지키고 있다. 2018년 7월 미8군사령부가 캠프 험프리스에 이전 완료하여, 세계 최대 규모의 국외 미군기지가 되었다. 한국전쟁 당시 1951년 한국 정부는 일본해군이 건설한 터를 미군기지(K-6)로 미국에 제공하는 협정을 체결하였다. 태평양전쟁의 승전국인 미국이 일본군기지를 차지한 형국이다.

미군기지 확장사업으로 대추리, 도두리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읽고 떠나는 피해를 당했다. 도두리벌은 한국전쟁 후 난민 정착사업의 추진된 간척사업으로 농지로 만들어 졌다. 지금은 대부분이 미군기지에 편입되고 마을 일부만 남았다. 힘없는 농민들이 보상금 받고 쫒겨난 도두리벌 어딘가에서 미군들은 오늘도 사격 훈련을 하고, 골프와 조깅을 즐기고 있다.

도두리가 고향인 가수 정태춘의 ‘에고 도솔천아’ 노래에도 마을 이름들이 나온다.

‘간다 간다 나는 간다 선말 고개 넘어 간다 자갈길에 비틀대며 간다

도두리벌 뿌리치고 먼데 찾아 나는 간다 정든 고향 다시 또 보랴‘

 

인라인스케이트 동호회 미군기지 강변 자전거길
도두리 습지 평택호 내수면 어업
국도 43호선 평택대교1

평택 시민들의 머리속에서 더 잊혀지기 전에 이 강변에도 도두리, 대추리 지명을 알리는 안내판을 별도로 세워야 한다.

안성천자전거길 팽성읍 구간에는 내리문화공원에 화장실과 쉼터가 있고, 평택대교까지 가는 길에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가 없어 힘들었다. 평택대교 그늘을 활용해서 다리밑에 쉼터를 만들어 주면 편리할 것으로 생각된다.

박환우 2.1 지속가능연구소 이사
본지 환경전문기자

미군기지가 끝나는 국도 43호선 평택대교 옆 도두리에는 큰기러기와 수달의 서식지임을 알리는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야생동물 서식지’ 안내판이 서있다. 겨울철새인 큰기러기가 먹이를 구하기 위해 안성천 습지, 평택평야에 매년 가을이면 날아와 월동을 한다. 갯벌, 습지, 논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 환경부는 큰기러기를 멸종위기야생동식물2급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특히 도두리 습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평택지역의 우수한 생태자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어족자원도 풍부해 평택호 내수면 어민들이 단골로 그물을 설치하는 장소로 이용하고 있다.

더 추워지기 전에 안성천으로 나가 자전거를 타다 문득 하늘을 보면 큰기러기의 V 모양 비행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멸종위기종인 큰기러기들이 안성천 습지로 날아오는 것이 다행 아닌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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