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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교육, 기본이 서면 길이 보인다교육칼럼 _ 손현규 수석교사(안성여고)
평택시민신문 | 승인 2018.10.10 10:34|(931호)
손현규 수석교사(안성여고)

[평택시민신문] 교육은 내적으로는 앎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활동이지만, 외적으로는 국가․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미래를 대비하는 중요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은 미래를 잘 대비하고 있는가?’ 묻는다면 ‘그렇다’고 확신에 찬 대답을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세계는 지금 가까운 미래조차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우리가 ‘질주하는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레이 커즈와일은 원시시대 3만년에 걸려 이룩한 기술의 발전이, 농업시대에는 3천년, 산업시대에는 3백년, 그리고 지식산업사회에서는 30년 만에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믿을 만한지 모르지만 2,060년이면 인류문명사의 빅뱅이 일어난다고까지 합니다.

과학의 눈부신 발달은 로봇의 출현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생명공학의 발달로 인간의 평균 수명은 해마다 연장되어 인간 수명 백세 시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미 군사용 로봇, 산업용 로봇이 개발되고 있고, 세계의 곳곳에서 인공지능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머지않아 인간형 로봇이 출현할 것입니다. 제레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을 부르짖으며 로봇의 출현으로 가까운 미래에는 인구의 4%만이 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근거 없는 막연한 주장이 아니라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이미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말이 낯선 말이 아니며, 우리나라도 청년 실업률이 도를 넘어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우리의 교육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입니다. 10년 전인 2008년에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학생들은 미래에 존재하지 않을 지식을 위하여, 미래에는 있지도 않을 직업을 위하여 하루 15시간씩 학교와 학원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라며 미래를 대비하지 못하는 한국교육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날 것을 경고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주입식 교육’, ‘입시교육’에 대한 비판과 함께 교육 당국에서는 서둘러 교과교실, 입시제도의 변화, 교원평가 등 많은 변화를 시도하였고 ‘지식’보다는 ‘창의와 인성’, ‘무엇을 할 수 있느냐?’ 하는 역량 함양에 중심축을 두며 교육과정의 변화를 시도해 왔습니다. 또, 한 편에서는 ‘배움 중심’ 교육이나 ‘교육공동체’를 강조하며 사회변화에 부응하여 돌파구를 찾고 있는 실정입니다. 교육관계자라면 보수주의자나 진보주의자나 모두 ‘미래 대비’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진로교육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교육자가 아니더라도 자식을 기르는 부모라면 누구라도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과거에는 한 번 배운 지식으로 평생을 써먹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지식의 변화주기가 빨라져 오늘 배운 지식이 내일이면 쓸모없어지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현재 지식교육에 매달리지도, 포기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빠른 변화 속에 우왕좌왕하며 아이들을 불행한 세대로 내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생을 아이들을 가르쳐온 저 역시 이 변화가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종종 저에게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미래에 유망한 직업이 무엇일까요?”라고 물어봅니다. 고등학고 1학년만 되어도 취업 준비생 언니와 오빠들을 보며 심각성을 느끼고, 제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 매우 난감합니다. 제가 직접 살아본 뻔한 인생도 아이들에게 제대로 가르치기 어려운데 경험하지도 않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해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저는 미래를 알지 못합니다. 많은 학자들이 미래를 예측하지만 이 역시 상상일 뿐입니다. 불과 30년 전 이 지구상의 수십억명 중 단 한명도 현재 우리 아이들이 끼고 사는 스마트폰의 출현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미래를 대비해 무엇인가 가르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까?”하고 오히려 되묻고, 대답 없는 아이들을 향해 ‘너희가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생각해 보라’며 몇 개의 활동단계를 제시합니다.

 

첫째,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친구들끼리 모여라.

둘째, 함께 논의하여 해결할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라.

셋째, 문제 해결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문제 해결방안을 논의하라.

넷째, 찾아낸 해결 방안을 실천하라.

다섯째, 실천결과를 주변에 알리고 공유하라.

 

제가 이렇게 하는 것은 제가 미래를 가르칠 수 없기 때문에 아이들 스스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겠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어떤 병원균이 출현할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보다 치료제 개발 방법을 알려주거나 강한 면역력을 길러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탈무드에서 ‘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 주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저는 새로운 시대라고 과거의 지식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미래를 대비시키는 데 과거의 경험은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미래는 별개의 세상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에서 이어지는 연속선상에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른 날이긴 하지만 이어져 있고, 내일도 오늘에서 이어져 있습니다. 내일은 분명 오늘과 다르긴 하지만 ‘해는 동에서 떠서 서로 진다’는 식의 변하지 않는 뻔한 진리는 이어집니다. 변화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미래가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처럼 갑자기 다른 세상으로 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분명히 과거와 이어진 세상이 전개될 것 같습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라도 사람이 사는 세상이라면 지금의 세상과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또 변화에 적응하는 주체가 인간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인간으로서의 기본을 튼튼하게 해 두면 어떤 변화가 오더라도 적응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것 같습니다. 세월이 가도 인간의 삶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을 인간 삶의 기본, 본질, 근본 이렇게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학에 대해 깊이 연구한 독일의 쉴러는 인간을 사유하고 판단하는 이성적 존재,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 무엇인가 창조하고 즐길 줄 아는 유희적 존재, 가치를 추구하는 윤리적 존재, 무엇인가 만들어 사용하는 도구적 존재 등 여러 특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내용은 이런 인간의 특성을 고려해 오랜 역사를 통해 인류가 경험한 것 중 각 분야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지적, 정서적, 신체적 활동을 선정해 놓은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정말 제대로 가르친다면 우리 아이들은 어떤 미래가 오더라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논어에도 ‘본립도생(本立道生)’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본이 서면 길이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뜻입니다. 아이들에게 인간의 기본을 가르친다면 미래의 길이 보일 것입니다. 뻔한 이야기지만 선생님이든 아니든, 우리 모두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려 열심히 배우고, 깊이 생각하고, 다양하게 만들며, 힘차게 뛰고, 즐겁게 놀도록 삶과 학문의 기본을 충실히 가르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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