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욱 수석교사(안일중)

단순한 시험을 통한 지식 평가의 일변도를 지양하고, 삶의 경험과

인격 그리고 도덕성과 인성을 고루 평가하여 교사를 선발해야

 

노진욱 수석교사(안일중)

[평택시민신문] 요즘 시대를 교단이 붕괴한 시대라고 한다. 학생의 인권이 강조되고 교사의 권위가 추락할 대로 추락하여,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옛말은 그야말로 오래전 이야기책 속에서나 나올 듯이 까마득하게 되어버렸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사에게 말대꾸하고 대드는 것은 다반사이고, 학부모들이 학교에 찾아와 막무가내로 항의하는 모습, 언론에서도 수시로 교사들을 고발하고 질타하는 모습을 보면, 이 사회 전체가 교사를 어느 집단 어느 직업을 가진 사람들보다 더 우습게 보는 것을 실감한다. 교육이라는 것은 본질에서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가르치는 사람을 존중하고 우러러보아야 효과가 있다. 배우는 자가 가르치는 자를 내려다보고 우습게 본다면 무슨 배움의 의욕이 생기고 배움의 효과가 있겠는가. 학창시절에 자신이 좋아하는 선생님의 과목은 졸지도 않고 시험공부도 매우 열심히 했던 기억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반대로 친구 중에는 어떤 선생님을 싫어하여 그 과목의 책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심지어 그 과목 시험지를 백지로 제출하는 사례도 볼 수 있었다. 따라서 교사의 권위와 존경은 교사의 위상을 젖혀두더라도 교육적 효과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교사 권위는 가장 밑바닥이다. 이 말은 곧 지금 우리나라 학교 교육의 효과 역시 바닥을 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과연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고 누구의 책임일까?

과거 우리나라 교육자의 위상은 지금과 극명하게 달랐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교육자의 위상이 높았다. 스승이라면 누구나 존경받았고, 높여줄 줄 알았다. 오죽하면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그렇다면 과거 조선 시대의 교육자와 지금의 교사 사이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우리는 그 차이점을 분석하여 지금 현대 교사들의 위상을 보강하고 교육의 효과를 높이는 기틀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조선 시대의 교육자와 현대의 교사 사이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나는 그 차이점을 배움과 실천 두 가지 측면에서 비교 분석해보려고 한다,

조선 시대 교육을 담당했던 사람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먼저 경험과 학식이 풍부했다. 가정에서도 아이가 6살이 되면, 어머니의 품에서 할아버지의 품으로 건네진다. 따라서 할아버지 방에서 할아버지의 심부름을 하고 할아버지를 받들면서 할아버지로부터 기본적인 학문과 인간이 갖추어야 할 소양을 익혔다. 가족 질서와 사회 질서 속에서 인간이 지켜야 할 윤리와 도덕을 몸에 함께 익히고 실천했다. 좀 더 자라 서당에 가면, 서당 훈장님 역시 마을에서 학식과 인격이 높은 연장자가 대부분이었고, 고등기관인 향교나 서원에 들어가면, 그곳의 스승은 그야말로 오랜 세월 정치를 하다가 고향에 돌아와 은일 하던 사대부이거나, 은거하며 평생 학식을 연마한, 그야말로 당대 최고의 지식인 학자였다. 정치적 사회적 경험적 학문적으로 최고의 경지를 이루고, 특히 그 행실이 만인의 존경을 받을만한 대 인격자가 교육을 담당했다.

그런데 지금의 교사는 어떠한가? 사범대학을 나와 임용교시에 합격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교단에 서서 선생이 된다. 만약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임용교시에 합격하고 고3을 담당하면, 학생과 교사는 불과 4, 5년 차이밖에 나지 않는 것이다. 사회적 경험과 지식과 인격의 완성도에서 예전의 스승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이런 결과 우리 교육은 인격 함양, 삶의 철학, 배우면 실천이 아닌, 단순한 지식의 전달과 축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필연의 결과를 가져온 것인지도 모른다. 교육의 효과는 교사의 능력, 그 이상을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현대 교육이, 그리고 현대 교사 체계가 다시 과거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분명 시대가 바뀌었고, 필요로 하는 지식 역시 과거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 교육자들의 모습을 통해 현대 교육의 보완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교사의 양성과 선발과정에서부터 단순한 시험을 통한 지식 평가의 일변도를 지양하고, 삶의 경험과 인격 그리고 도덕성과 인성을 고루 평가하여 교사를 선발해야 한다. 그리고 교사로 임용된 이후에도 교사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익히고 교육방법을 연구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여건을 부여하고, 정기적으로 교사들에게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 연수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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