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을 마시며 _ 구본영 평택대학교 패션디자인및브랜딩학과 교수

한글 우수성의 핵심은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비슷한 소리는 비슷한 모양으로 표기했다는 점이다

 

구본영 평택대학교 패션디자인및브랜딩학과 교수

[평택시민신문] 한글의 우수성을 말할 때 과학적인 글자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무엇이 과학적인 것이고, 그것이 한글의 우수성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흔히 한글의 과학적 설계를 말할 때 자음의 형태가 발성기관의 모양과 일치한다는 점을 지목한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의 문자생활에 그리 도움을 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발음기관의 모양을 상상해 가면서 한글을 익힌 사람이 없을 것이다. 결국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뜬 것은 발성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근거는 될 수 있지만, 한글을 만든 가장 기본적 가치인 쉽게 배우고 사용할 수 있는 글자로서의 가치에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한글의 창제절학이자 목적인 ‘어리석은 백성이 쉽게 배우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한글의 또 다른 제자원리에 있다. 비슷한 모양의 글자는 비슷한 소리를 표현한다는 점이다. 이는 자음과 모음 모두에 해당된다. 자음의 경우 기본 글자에 획을 추가해서 거친 소리를 만들었기 때문에 같은 계통의 글자들은 비슷한 구조(ㄱㅋ, ㄴㄷㅌ 등)를 갖게 되며 단순한 형태는 부드러운 소리를, 복잡한 형태는 거센소리를 표현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한다. 모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세로형태의 모음은 입술을 크게 벌려 소리 내고, 가로형태의 모음은 입술을 오무려 소리 낸다. 이렇게 비슷한 모양이 비슷한 발음을 표현하는 문자는 다른 문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한글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징이다. 즉, 체계적인 제자원리를 취함으로써 직감에 의한 문자의 활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훈민정음 해례 정인지서(序)에 “智者不終朝而會 愚者可浹旬而學(슬기로운 자는 하루아침을 마치기도 전에 (한글을) 깨우치고, 어리석자라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는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신 목적이 완전하게 달성됐음을 언급하는 내용이며, 비슷한 소리를 비슷한 모양으로 표기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가능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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