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한 책 하나되는 평택 연중 릴레이 기고 20 _ 이경희 한책하나되는평택추진위원

이경희 한책하나되는평택추진위원

[평택시민신문] 지난 연말 한책 후보도서로 어떤 책이 좋을지 고민하면서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이었다. 참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썩 마음에 들어오는 책은 없었다. 그러다 신간을 소개하는 코너에서 한 권의 책에 맘이 갔다. 전업 작가가 아니라 10년간 육체노동을 하며 글을 쓰고 있는 작가의 이력이 호기심을 유발하는 막 발간된 따끈따끈한 소설책이었다. 표지도 회색바탕에 잘린 발이 묶여 있어서, 기존의 책표지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한책 후보도서로 추천을 하고 선정기간 동안 순서를 기다려 책을 읽었다. 첫 느낌은 '이건 뭐지?'였다. 우화 같은 단편 속에 나의 머리를 후려치는 벼락이 들어 있었다. 짧고 명료한 그리고 읽기 쉽고 재미있다.

재미있다고 술술 넘어가지도 못한다. 한 꼭지마다 세상사 인간사가 다 들어있어서 발목을 붙들고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현실적이지 않은 상황이 판타지 같다. 하지만 이야기는 우리가 늘 겪고 간과하고 있는 인간의 이기심과 어리석음이 적나라해서 슬프기도 하고 부끄러웠다. 그리고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상황을 느끼게 해주어 고맙기도 했다.2017년 12월 27일. 조용히 세 권의 책이 세상에 나왔다. 매체에서는 '전에 없던 새로운 작가의 탄생'과 '세상에 없던 책'이 나왔다고 말한다. 인간들은 끝없이 읽고 배운다. 왜 읽고 배우는 걸까? 습관처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회색인간을 읽은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을 보면서 드는 의문을 적어 보았다.

ㆍ책의 형식은 고정되어 있나?
ㆍ틀에 박힌 책이 좋은 책인가?
ㆍ틀과 형식은 누가 만들었나?
ㆍ교육 받은 사람만이 책을 쓰나?
ㆍ어떤 책이 좋은 책인가?
ㆍ독자는 왜 책을 읽나?
ㆍ현재 읽는(형식의) 책만을 책이라 받아들이는가?
ㆍ주어진 책을 읽지만, 자기 주도적이지 못한 이유는?
ㆍ익숙함을 벗어나면 외면당해야 하나?
ㆍ간결하면 메시지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ㆍ책을 읽는 틀에 갇히지는 않았을까?
ㆍ미사여구와 지식으로 폼 나게 책을 쓰는 사람이 정작 도덕적이지 않다면, 그 책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위의 생각은 대체로 어른들의 독서 후의 반응을 보고 느낀 점이다.
 

ㆍ아이들은(초.중.고) 왜 <회색인간>에 열광하나?
ㆍ그동안의 출판물들은 가르치려고만 하지는 않았나?
ㆍ재미도 없고, 장황했고, 생각하기 전에 이미 다 알려주기도 했다. 그것도 교훈을 강조하면서.
ㆍ일부 작가는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지는 않았을까?
ㆍ간결하고 재미있는 문장 속에서 보물처럼 삶의 지혜를 찾아내는 아이들이 신기하다.
ㆍ가르치지 않아도 읽고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책이 좋은 책이 아닐까?
ㆍ아이는 어른의 스승이 맞는 것 같다.
ㆍ아이들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회색인간> 속의 이야기들처럼.
ㆍ암흑의 지저 세계 같은 현실을 사는 아이들에게 <회색인간>은 노래이고, 그림이고, 시가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회색인간을 읽으면서 명쾌했다. ‘이런 형식의 책도 좋구나’하고 무릎을 탁 쳤다. 짧은데, 생각을 무지 많이 하게 해서, 빨리 읽을 수가 없었다. 독자 입장(내 입장)에서는 심오했다. 한 편 한 편이 뒤통수를 후려쳤고, 반성하게 했고, 돌아보게 했다. 참 좋은 책이다. 훗날 이솝우화처럼 늘 사람들에게 회자되길 바란다.

웃기지만, 작가의 형식을 빌려 흉내 내보려 시도했다. 참혹했다. 한 줄도 제대로 써지지 않았다. 누군가 이 책을 가볍게 본다면, 직접 써 봐라. 김동식 작가는 천생 이야기꾼으로 태어난 사람인 것 같다. 그 보배를 눈 밝은 독자들이 작가로 만들었다. 배운 틀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읽던 것에서 조금만 어색해도 이게 문학이냐고 질문하는 사람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쓰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할, ‘세상에 없던 책’이 나온 것이다. 2018년은 회색인간을 만난 것으로 좋게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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