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기자를 마치며 _ 정다슬 인턴기자 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정다슬 인턴기자
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평택시민신문] 지역신문이 지역을 바꿀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한 달 전에는 NO, 지금은 YES다. 나는 태어나서부터 평택에 24년 거주하고, 신문방송학과 학도였으면서 부끄럽게도 지역 언론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내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중앙 언론사뿐이라고, 평택지역에 일어나는 사소한 소식들은 나와 연관이 없는 것이라고 여겼다.

평택시민신문에서 한 달간의 기자 인턴을 마쳐가는 지금, 미국의 지역신문이 발달한 노스캐롤라이나 주를 방문하고 특집기사로 2007년에 작성된 ‘김기수의 미국지역 신문 연수기’는 작년 수업으로 들었던 장호순 교수님의 ‘지역사회언론’ 수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유심히 읽게 되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언론사 구조가 다르다. 미국은 각 주마다 시행하는 법이 다르고 땅이 넓기 때문에 중앙언론사가 개개인에게 영향을 미치기가 어렵다. 그래서 미국은 지역신문 중심으로 신문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또한 체인이 소유한 미국의 지역신문은 상업적이고 주주의 이익을 앞세우는 반면, 개인이 소유한 지역신문이 오히려 공공성이 더 높다고 한다.

미국 지역 신문 연수기에는 총 5곳의 미국 지역신문이 소개된다. 주민의 알권리를 위해 취재를 하던 중 현장에서 체포된 적이 있는 알라만스 뉴스, 퓰리처상을 수상한 워싱턴 데일리 뉴스, NIE활용교육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벌링턴 타임스 뉴스, 정부의 비공개 행정을 주민을 대표해 소송 걸어 승리한 아우터 뱅크스 센티넬, 광고주와 타협하지 않고 논조를 유지하는 웨이크 위클리 까지 모두 지역주민이 인정하는 성공한 지역신문사다.

특히 ‘워싱턴 데일리 뉴스’편은 나의 지난 한 달을 돌아보게 만든다. 마을 수돗물에 발암물질이 들어있다는 것과 시 정부가 이를 8년간 은폐해 온 것을 알게 된 워싱턴 데일리 뉴스 기자들은 수돗물 오염과 관련된 기사를 매일 약 6주간 계속 게재했다. 시민들은 더 이상 마을 수돗물을 이용하지 않게 되었고 시 정부는 상수원을 강에서 우물로 변경하며 연방정부는 수질에 관한 법률을 바꾸었다. 이 시리즈 기사로 워싱턴 데일리 뉴스는 퓰리처상을 수상하게 된다.

이것은 7월 말, 평택 단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평택시장은 단수의 원인을 수자원공사가 물을 적게 공급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평택시민신문의 박은석 기자가 취재 끝에 공무원이 평택시 상수도를 부실 운영하여 단수가 되었다는 것을 밝혀내고 시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거짓보고를 사과했다. 이에 평택시민들은 크게 분노했고, 시장은 공무원을 문책하고 종합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역 언론사로서 빛을 발한 날이었다. 한 사람의 사명감이 평택시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날 이후로 나는 지역 언론이 지역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지역 언론사여도 독자들이 읽지 않으면 소용없다. “신문을 만드는데 중요한 것은 신문에 무엇이 들어가는가, 무엇이 실리는가가 아니라 신문을 읽히게 하는 것이다” 라는 알라만스 뉴스의 톰보니 발행인의 말과 같다. 지역신문 만큼 독자에게 밀접해 있으며 많은 영향을 끼치는 언론도 없다. 평택시가 상수도원을 부실운영 했다는 것도 독자들이 보지 않는다면 기사를 내어도 언론으로서의 효과가 없는 것이다.

우리가 뉴스를 보는 까닭은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구하기 위해서이다. 뉴스 가치는 영향력, 근접성, 시의성, 갈등성, 특이성, 저명성 6개로 구성되어 있다. 지역 언론사의 장점은 바로 높은 영향력과 근접성이다. 자신과 가까운 거리에서 일어나는 일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파악하는 것이 바로 뉴스가 필요한 핵심이다. 그런 정보는 중앙 언론보다 지역 언론이 더 다양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지역 언론은 그 어떤 언론보다도 독자를 위한 언론이다. 독자들이 원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가 쓰여 진다. 기사를 읽고 독자들이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지역 언론이 해야 하는 일이며 가장 큰 힘이다. 결국 지역 언론은 지역을 바꿀 수 있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선 독자들이 지역 언론에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언론은 독자를 바탕으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지역 언론 역시 독자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자세한 취재를 바탕으로 쓰인 공정한 기사를 제공하는 것이다. 취재를 많이 하지 않은 기사는 티가 난다. 내용이 부실하지 않고, 한 사건에 관해 얽혀있는 이해당사자 모두를 취재하여 편중되지 않은 기사를 쓰는 것이 독자들로부터 외면 받지 않고 지역신문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더 나은 지역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결국 독자, 시민의 관심과 그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기자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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