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우와 함께하는 자전거여행 ①

[평택시민신문] 편집자주_자전거를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널리 보급하는 운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평택에서도 건강과 레저뿐 아니라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타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평택시민신문>은 박환우 환경전문기자와 함께 인근에서 쉽게 접근하며 평택을 느낄 수 있는 자전거 여행길을 안내하고, 자전거 타기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시민들과 함께 펼치고자 하는 취지로 ‘박환우와 함께 하는 자전거 여행’ 코너를 만들었다. 독자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

9월 첫날 안성천을 건너 평택시 팽성읍 동쪽 변두리에 위치한 ‘대추리평화마을’을 다녀왔다. 자전거를 타고 유천동 넓은 들판을 달리니, 귓가를 스치는 바람과 벼이삭이 익어가는 황금들판을 보며 가을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폭염과 비바람 불던 고통의 8월을 이겨내고, 건강한 몸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을 들판을 돌아보니 풍요로운 마음이 든다. 평택시청에서 대추리평화마을까지는 약 10Km 거리에, 5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지인들과 자전거 타고 오전에 다녀오기에 적당한 거리이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친환경 교통수단 자전거 에코로드 행사를 매주 토요일 진행하고 있는데, 오늘은 17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다녀왔다. 중학생 아들과 함께 참가한 한 아버지는 처음 가보는 길을 30년 만에 오랜 시간 자전거를 탔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처음 가보는 길을 건강한 다리로 두 바퀴를 굴려 나가는 일은 행복이다. 근로시간은 줄어들고, 여가시간은 늘어나는 시대에 자동차 타고 장거리 여행을 자주 가기에는 부담스럽다. 자전거 타기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방에 간식을 챙기고 자전거에 몸을 싣고 우리 고장에 담긴 사연을 알아보면 더 특별한 자전거 여행이 될 것이다. 자가용 승용차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자전거를 타고 낮선 농촌 들판을 달리는 경험은 동심을 떠올리는 힐링이 될 수 있다. 다음날 다리 근육의 뻐근함을 감내한다면, 초보들도 가을 자전거 타기에 함께 참가할 수 있다. 승용차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농로, 꼬불꼬불한 오솔길을 따라 오래된 마을들을 탐험해보자.

대추리평화마을, 노와리는 경기도 평택시의 변두리, 충청남도 천안시의 경계에 자리한 동네이다. 오래전에는 안성천에 아산만 바닷물이 드나들어 경기도와 충청도의 경계였다고 한다. 지금의 팽성읍 지역은 안성천 물줄기의 남쪽에 위치해 전통적으로 충청도에 속했던 평택군으로, 평택시의 ‘평택(平澤)’이라는 지명도 평택군에서 유래됐다.

'대추리평화마을' 가는 길은 유천동 들판 농로를 통과해야 한다. 가을 논에는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유천동 들판은 충청도로 가는 1번 국도변에 자리했다. 1990년대 대규모 택지개발사업과 함께 국도 1호선, 38호선의 경로가 변경되어, 높은 도로가 시선을 가로막아 유천동 들판은 3곳으로 단절되고 말았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1. 평택시청을 출발해 2. 유천동 논길을 지나 3. 성환하수처리장에 들러 관계시설을 둘러보고 4. 대추리 평화마을에 도착해 마을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5-6. 평궁리 평택농악전수관에 들러 판굿연습을 관람한 후 군문교를 거쳐 평택시청으로 되돌아 오는 자전거 여행코스.

유천동을 지나 구1번국도 안성천 망건다리를 건너 농로를 통해 충청남도 천안시 성환하수처리장 입구 그늘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오래된 망건다리에는 자전거도로가 없어서 자동차들이 달리는 도로를 우리가 차지하고 빠르게 달려야 했다. 성환천 하류에 위치한 성환하수처리장, 가축분뇨공공처리장은 천안시 북부 지역의 생활하수와 가축분뇨를 처리해 성환천에 방류해 안성천으로 흘러들고 있다. 천안시 변두리에 위치한 성환하수처리장 주변 논에는 기업형 축사가 많이 보인다. 평택시, 안성시에 축사 신축이 어려워지자 새로운 축사 건축공사 현장도 여기저기 있다. 성환천으로 유입되는 수질오염물질이 증가해 안성천 수질에 나쁜 영향을 줄까 걱정된다.

성환하수처리장을 출발한 일행은 성환천을 건너 천안시 와룡2리 마을을 지나 평택시 노와리를 통과해 '대추리평화마을'에 도착했다. 멋진 한옥, 집집마다 설치된 태양광발전 시설을 보면 부유한 전원주택단지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대추리평화마을은 미군기지 확장으로 쫓겨난 분들이 자리 잡은 이주단지이다. 그곳에는 힘없는 농민들의 아픔이 숨어있다. 일본군이 주둔하던 곳에 1952년 미군이 비행기 활주로 등을 건설하면서 함정리, 내리, 대추리가 미군기지에 수용됐다. 대추리는 K-6 캠프 험프리 미군기지 안에 있었으나, 미군기지 확장으로 쫓겨났다. 2004년부터 3년간 미군기지 확장 반대투쟁을 계속했지만, 결국 2010년 노와4리 옆에 새로운 ‘대추리평화마을’을 조성해 44호만 자리 잡았다. 2018년 7월 미8군 사령부가 서울 용산 시대를 마감하고, K-6 캠프 험프리 신청사에서 개청식을 가졌다. 지금은 평택시 체험휴양마을로 선정되어 재미있는 체험프로그램과 교육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대추리평화마을을 나와 노와리 도로를 따라 평궁리를 향해 달렸다. 좁은 농로길은 비교적 안전하지만, 시내버스가 통행하는 도로에 나오면 자전거 타는 속도가 빨라져 교통사고의 위험은 높아진다. 함께한 중학생들은 속도감을 즐기고 싶어 달리고, 안전을 걱정하는 어른들은 아이들 단속하느라 목소리가 커진다. 도시화로 노와리 인구가 줄어들면서 부용초등학교노와분교는 2002년 폐교돼, 유치원 아이들이 안전하고 신나게 놀면서 배우는 경기도유아체험교육원으로 변경 되었다. 미8군 사령부의 평택이전으로 노와리 도로변에도 건축공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평궁리에는 평택농악보존회가 평택농악전수회관을 건립하고, 꾸준한 강습과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1986년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11-2호 평택농악의 보유단체로 평택농악보존회가 지정받았다. 우리 일행이 방문한 시간에는 평택풍물단 주말강습을 하고 있었다. 평택농악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이신 김용래 선생님께서 지켜보시는 가운데 마당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판굿을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웃다리농악 가락을 잠시 즐길 수 있었다. 평택농악의 맥을 이어가기 위해 토요일에 모여 연습에 집중하는 회원들의 모습에서 평택농악을 지키려는 뜨거운 몸부림을 공감할 수 있었다. 김용래 선생님은 1941년 천안시 출신으로 평택농악 최은창 명인과의 인연으로 평택에 뿌리 내렸다. 2000년 평택농악 예능보유자로 지정받았고 최은창 명인의 뒤를 이어 평택농악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성장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글: 박환우 2.1 지속가능연구소 이사 /
본지 환경전문기자

안성천에는 바닷물이 드나들었으나 아산만방조제가 막히자 크고 작은 포구는 모두 사라지고, 갯벌을 논으로 만드는 간척사업으로 지금은 농촌마을로 변했다. 평궁리 앞 한포들 농로를 통해 군문교 자전거도로로 올라갔다. 군문교를 건너는 다리위에서 내려다본 안성천에는 누런 황톳물이 힘차게 흐르고 있다. 폭염 속 녹조현상이 발생한 안성천 물줄기에 내린 폭우는 평택호에 새로운 활력을 주는 생명의 원천이다. 안성천 자전거길을 달려 유천지하차도를 통과해 유천동, 평택시청으로 돌아오니 점심식사 시간이 되었다.

매주 토요일 9시 자전거를 타고 시청앞 분수광장으로 모여 시원한 가을바람을 즐기러 가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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