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평택외국인복지센터장

[평택시민신문] 백인이 한국어를 몰라서 영어로만 하면 괜히 영어를 모르는 한국 사람이 미안해지거나 주눅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동남아 사람이 한국어를 모르면 바보같거나 함부로

대해도 될 것 같은 느낌을 갖기도 합니다. 반대로 한국어를 잘하는 동남아 사람을 대할 때는 똑똑한 사람처럼 느껴지거나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될 사람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출신 모국이 어디냐에 따라서 한국어 능력은 같은 사람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꿉니다. 그래서 외국인노동자들은 열심히 한국어를 배워야 합니다.
또 다른 필요 때문에 매주 일요일, 평택에서 200여 명의 외국인들이 하루종일 들락거리는 곳이 있습니다. 평택 농협사거리 근처에 위치한 평택외국인복지센터 한국어교실입니다. 한국어능력을 인정받아서 더 오래도록 안정적인 비자를 받기 위해서입니다.

평택외국인복지센터에서는 외국인들의 노동상담을 비롯해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생활하며 겪는 여러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활동들을 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공부하는 한국어학교도 있습니다.
매주 일요일 11시부터 초급반, 중급반, 토픽반 등 6개의 반에서 수업을 하는데, 학생들은 주로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는 비전문취업비자(E-9 비자)의 외국인노동자들과 취업을 한 결혼이주민들로, 평일에는 회사를 다니고 일요일에는 한국어 공부를 하는 분들입니다. 시설이 좋은 곳은 아니지만, 평택은 물론이고 천안, 아산, 화성, 그리고 멀리는 대전에서까지 한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그야말로 산 넘고 물 건너오는 외국인 학생들로 언제나 교실은 만원입니다.

그 중 한국어학교 초급반의 캄보디아 노동자 A씨(여)는 대전에서 평택으로 한국어 공부를 하러 오는 학생입니다. 일요일마다 회사에서 버스를 타고 대전역까지 간 후, 대전역에서 기차를 타고 평택역으로 이동, 그리고 평택역에서는 걸어서 한국어학교에 도착합니다. 그나마 센터가 평택역에서 가까워 다행이랄까. 왕복 4시간이 넘게 걸리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지각이나 결석을 한 적이 없고 매 시간 너무도 열심히 공부를 해서 1학기 모범상까지 받았습니다.
처음 개강을 할 때, A씨의 신청을 받았던 한국어학교 선생님도 ‘몇 번 나오다 말겠지’라는 생각을 했다가 A씨의 열정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하십니다.

이렇게 멀리서까지 힘들게 찾아오는 이유는 일요일에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는 시설이 터무니없이 적기 때문입니다. 평택을 포함해 한국에는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많은 곳들이 있지만, 대부분이 평일 낮 시간이나 토요일 오전으로 수업시간이 제한되어 있어 회사를 다니는 많은 노동자들은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주민이 우리말과 우리문화를 빨리 익혀 국민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으로 지역사회에 쉽게 융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무부의 사회통합프로그램도 있지만, 이 역시 대부분의 수업이 평일에 이루어지고 있어 노동자들은 참여하기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게다가 평택에서는 한국어 교육을 하는 곳이 평택 북부와 남부로 편중되어 있어, 안중이나 포승, 청북 등 평택 서부에 있는 노동자들은 한국어 공부를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올해 들어 한국어 공부를 하고자 하는 이주민들의 요구는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비전문취업비자(E-9 비자)나 방문취업비자(H-2)를 가진 노동자가 5년 이상의 숙련기능 인력에게 체류기간을 연장해 주는 점수제비자(E-7-4 비자)나 거주비자(F-2-6)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이나 사회통합프로그램(KIIP)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종종 회사의 사장님이나 관리자가 센터로 외국인노동자를 데리고 와서 과외를 해서라도 한국어 공부를 시켜달라고 요청을 하거나 전화로 한국어 교육을 문의하는 일도 있습니다. 일 잘 하는 외국인노동자가 없어지면 회사에 손실이 크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한국어능력시험(TOPIK)이나 사회통합프로그램(KIIP)을 통과해서 비자를 바꾸고 계속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정책이 단순인력을 단기순환하는 것에서 숙련되고 능력있는 고급인력을 장기 도입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 중요한 척도인 한국어능력을 상향평준화시키려면 교육여건이 보완되어야 합니다. 다들 잘하는 가운데 더욱 잘하는 사람들을 선발해야 하는 게 맞겠지요?
말이 통하면 임금체불과 폭력과 불필요한 갈등들도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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