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촌 여성 지원 내용 담긴 조례 추진

팽성 및 송탄 상인회, 조례 통과되면
“미군은 범죄자, 우리는 동조자” 반발

16일 간담회장에서 이번 간담회를 주관한 유승영 시의원에게 항의하고 있는 팽성 상인회 관계자.

[평택시민신문] 지난 16일 평택시의회는 ‘평택시 기지촌 여성 지원 조례 제정을 위한 의견수렴 간담회’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일부 팽성 및 송탄 상인회 관계자 및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평택시 기지촌 여성 지원 조례’는 개인의 존엄과 인권의 존중을 바탕으로 평택 내 기지촌 여성의 실태를 조사하고 이들에 대한 주거 및 생활안정을 지원함으로써 기지촌 여성의 복지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햇살사회복지회(대표 우순덕) 및 평택시민재단(이사장 이은우) 등이 제정을 추진해 왔다.

‘평택시 기지촌 여성 지원 조례안’을 살펴보면 ‘미군 위안부’라는 명칭 대신 ‘기지촌 여성’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국가가 ▲불법적인 기지촌 조성과 운영·관리 ▲불법행위 단속 면제와 불법행위 방치 ▲조직적·폭력적 성병 관리 ▲성매매 정당화·조장 등의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미군 기지촌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성매매에 종사한 여성도 ‘미군 위안부’로 불려야 한다고 주장돼 왔다.

실제 지난 2월 8일 ‘기지촌 미군위안부 국가배상청구소송’ 2심에서 고등법원도 ▲불법적인 기지촌 조성과 운영·관리 ▲조직적·폭력적 성병 관리 ▲성매매 정당화·조장 등의 국가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7월 24일 ‘평택시 미군위안부 지원조례제정을 위한 시민토론회’에서 팽성읍 안정리 일대 상인들이 ‘위안부’ 호칭을 사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자 햇살사회복지회 및 평택시민재단 등은 ‘미군 위안부’를 ‘기지촌 여성’으로 변경해 조례 제정을 추진했다.

조례안에는 기지촌 여성의 복지향상을 위한 평택시장의 책무 항목이 포함됐고, 생계유지비‧주거안정지원비 등의 기지촌 여성들을 위한 지원 내용도 담겼다. 또한 지원대상자를 선정하고, 기지촌 여성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기 위한 ‘평택시 기지촌 여성 지원 위원회’를 구성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른 시의원은 상인회 뜻에 동의 … 공감대 형성 부족 지적도

욕설‧비방‧위협적행동 등 간담회 난동은 “상식 벗어난 행위”

 

이러한 조례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해 유승영 평택시의회 의원의 주관으로 간담회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미군기지가 있는 팽성읍 안정리 일대의 상인들과 신장동 일대의 상인들 30여명이 회장에 들어와 간담회 진행을 방해해 결국 간담회가 무산됐다.

이들은 ‘평택시 기지촌 여성 지원 조례 제정을 위한 의견수렴 간담회’가 “반대 측 의견을 듣지 않는다”며 욕설 및 비방과 위협적 행동으로 항의의 뜻을 밝혔다.

또한 상인회 관계자들은 이 자리에서 ‘평택시 기지촌 여성 지원 조례’에 대한 반대의 뜻을 명백히 했다. 한 관계자는 “그들(기지촌 여성)을 도와주는 것은 좋지만, 그들이 ‘피해자’로 여겨지는 것은 찬성할 수 없다”며 “(기지촌 여성이 피해자가 되면) 주한미군은 범죄자가 되고, 우리는 범죄의 동조자가 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는 상인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며 “미군들이 범죄자로 몰리면 앞으로 (평택 거리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하는 이유를 밝혔다. 또 “기지촌 여성들은 빈곤했던 시절 스스로 선택해서 매춘을 한 것”이라며 자발적인 성매매 노동자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상인회의 강도 높은 반발이 일자 지역사회에서는 ‘기지촌 여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성급하게 조례 제정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의회 내부에서도 이번 조례에 대한 반대 의견이 나왔다. 정일구 평택시의회 자치행정위원장은 해당 간담회장에서 “상인회 분들의 (반대)논리에 전적으로 동의를 하고 있다”면서 “(기지촌 여성 조례는) 제 생각과 많이 다르다. (조례를 추진하는 의원들을) 잘 설득해서 생각의 전환을 가질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승영 의원은 “이번 일로 인해 지역 사회에서 의견 설득 과정이 필요하고, 국회나 경기도의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의 추이를 보자는 의견이 나왔다”며 “실질적으로 기지촌 할머니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템포를 늦춰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상인회가 단체로 간담회장에 나와 시의원과 시민단체 관계자, 그리고 기지촌 여성에 대해 욕설과 비방을 일삼고 위협적인 행동을 한 것에 대한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은우 평택시민재단 이사장은 “(상인회 관계자들이) 기지촌 여성들의 아픔에 함께 하지는 못할망정 공적인 자리에서 ‘양갈보, 창녀들에게 무슨 지원을 하냐’며 행패를 부리고 있다”며 “인간이라면 이럴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평택시의회의 한 의원도 간담회 난동에 대해 “상식을 벗어난 행위”라며 “향후 이와 같은 행위가 반복될 경우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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