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칼럼 _ 김우영 평택외국인복지센터

갑작스런 주 52시간제에 외국인 노동자들 어리둥절

한국 경제 어려워졌다며 잔업 있는 회사로 옮겨 달라기도

일 더하게 해달라는데…어찌해야 할지 새로운 고민거리

 

김우영 평택외국인복지센터장

[평택시민신문] 올해 들어 외국인복지센터의 일요일 한국어교실이 그야말로 미어터지고 있습니다. 한산하던 태권도교실도 더 수용할 공간이 없습니다. 외국인노동자들은 토요일에도 수업을 만들어 달라고 합니다. 잔업과 특근이 너무 적어진다고 걱정들입니다. 다른 이유들도 있겠지만 올해부터 바뀐 한국의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을 노동자 신분인 외국인들도 똑같이 겪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018년 2월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크게 보면 세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2018년 7월 1일부터 주당 근로시간 52시간을 지켜야 합니다. 50∼299인 사업장과 5∼49인 사업장은 각각 2020년 1월 1일, 2021년 7월 1일부터 법을 적용합니다. 다만 주 52시간제가 전면 시행되는 2021년 7월부터 1년 6개월간 30인 미만 사업장은 노사 합의를 통해 특별연장근로 8시간이 허용됩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 보호를 위한 강행 규정이기 때문에 노사가 합의해도 52시간 이상 일할 수 없습니다. 만약 이를 어기면 사업주는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둘째, 근로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 특례업종을 26개에서 5개로 줄이고 같은 방식으로 적용합니다. 셋째, 법정공휴일은 이전까지 일부 민간기업의 노동자나 공무원한테만 유급휴일이었지만, 앞으로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가 똑같은 권리를 누리게 됩니다. 설날과 3·1절, 부처님오신날, 어린이날, 현충일,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크리스마스, 설날과 추석 연휴 3일,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일, 임시공휴일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공휴일 유급휴일 규정 역시 기업 규모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20년 1월 1일 ▷30∼299인 사업장은 2021년 1월 1일 ▷5∼29인 사업장은 2022년 1월 1일부터 적용됩니다.

멕시코에 이어서 두 번째로 긴 노동시간을 줄여서 저녁이 있는 삶도 만들고, 일자리도 늘린다는 정책입니다. 늘어나는 여가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여가프로그램도 신설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노동자들은 어리둥절한 모양입니다. 돈 벌러 한국에 왔는데 일을 하지 말고 놀라고 하니 한국경제가 어려워져서 그렇다고 생각을 합니다. 잔업이 많은 회사로 가고 싶다고 무작정 사장님에게 사업장변경 사인을 해달라고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아마 시간이 많이 지나야 상황을 파악하겠지만 한국의 변화된 상황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늘어난 여가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을지가 의문입니다. 한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가활용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기는 어려운 현실이고, 외국인노동자 본인도 준비가 안 되어 있습니다. 아직은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많아지는 정도입니다. 발 빠르게 편법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는 친구들도 보입니다. 유학생들과 아르바이트 자리를 경쟁하는 상황도 생깁니다.

30인 이하 사업장이 절반 정도인 현실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외국인노동자들과 사업주의 심각한 고민거리가 되었습니다. 친분이 있는 회사의 사장도 벌써부터 회사의 근무시스템을 바꾸느라 고심 중이라고 합니다. 직원 20여명의 300인 이하 사업장이긴 해도 회사시스템이란 게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법적용 시점 전부터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랍니다. 토,일요일 특근을 완전히 없애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잔업 12시간 이하로 방향을 잡고 있는데, 주문 생산이 많아서 걱정이랍니다. 급한 주문 물량이 생기면 사장이 휴일이나 밤늦게까지 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숙련된 직원들이 해야 하는 일인데 신규 직원 채용도 어렵다고 합니다.

저녁이 있는 삶이 가족이 한국에 없는 외국인노동자들에게는 고역이 될 수도 있습니다. 늘어난 여가시간을 미래를 준비하거나 건강한 재충전의 시간으로 만들어가려면 필요한 게 많습니다. 일을 더 하게 해달라는 상담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지 못했던 외국인복지센터에도 시급한 숙제가 생겨버렸습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