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_ 한도숙 전 전국농민회 회장

"정치, 경제 사회문화 곳곳에는 아직도 친일의 후손들이 주인 행세 …
우리가 애써 외면한 기억들이 희미해지기 전에 청산해야할 것들을 청산해야한다"

 

한도숙 전 전국농민회 회장

[평택시민신문] 광복 73주년을 맞이한다.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가 해방과 광복의 기쁨을 만끽해야 한다. 그러나 어느 때 부터인가 태극기를 드는 것이 망설여지게 되었다. 아니 항일전사들이 피를 묻히고 독립투사들이 가슴에 품었던, 아니 삼천만 겨레가 손에 손에 들고 만세를 불렀던 그 태극기를 드는 것이 주저스럽다니 웬 망발이냐 싶을 터이다. 그런데 맘껏 흔들고 휘둘러야할 태극기가 요즘처럼 부끄러운 적은 없었다.

2016년 시작된 박근혜 탄핵촛불은 어쩌면 우리시대가 역사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때문에 생겨난 저항운동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박근혜를 지지하는 일단의 무리들이 태극기를 주요한 시위의 수단으로 삼아 국민들은 상당한 혼란에 빠지게 했다. 그래서 이들 집회를 ‘태극기집회’라고 부르지 않았던가. 그 집회의 상징에는 태극기뿐이 아니라 성조기도 같이했다. 그 현상을 학문적으로 정의 내린 바 없으니 어떤 현상인지 명쾌하게 답을 내릴 수는 없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자신들만이 진정한 국가의 주인이기에 태극기로 상징한 것이고 성조기는 미국이 혈맹이며 은인이라 생각하기에 함께 들었을 것이다. 한심한 일이다. 역사를 바로 알지 못하도록 교육 받아온 탓이 크다.

아직도 이른바 ‘뉴라이트’로 이름지어진 부류들은 일본이 우리를 근대로 이끌었다는 주장을 한다. 이른바 ‘식민지근대화론’이다. 그러나 그들은 일본이 이 땅에 철로를 부설하고 광산을 개발하고 신작로를 뚫고 바다를 메워 간척지를 만든 행위의 근본을 덮어버리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뿐인가. 정치, 경제 사회문화 곳곳에는 아직도 친일의 후손들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친일청산을 반대하던 자가 독립기념관장을 지냈고,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던 신문이 대한민국 일등신문이다. 친일이 불가피했다는 사람이 청와대 비서관에 있기도 했고 지난날 집권여당인 한나라당 국회의원 149명중 100명이 친일 청산법을 반대하는 나라가 해방 70년이 넘은 우리의 모습이다.

이자들은 이 땅의 모든 자원을 일제 자신들 손아귀에 넣고 산업국가로 발돋움 한 사실을 애써 보지 않으려 한다. 일제가 식민통치를 위해 분석한 ‘조선인의 사상과 성격’이라는 자료집에 보면 조선인은 독립심이 결핍되어 조선독립은 국민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일제는 이와 같은 조사를 바탕으로 조선인의 모든 사상과 성격을 개조해 놓으려 했다. 이것이 해방 후에도 교육에 그대로 남아 우리는 그것을 배우고 자랐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 힘으로 독립을 쟁취하지 못해서라는 소극적 변명으로 다시 미국의 속국으로 전락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우리는 독립투사들의 치열한 투쟁과 해방전사들의 지난한 대일 항전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것이 정부차원이든 아니든 간에 우리의 해방과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운건 분명하다. 따라서 우리는 승전국의 위치에 있어야 하지만 오히려 국제사회는 우리를 남북으로 갈라놓았다. 국제사회(미국)의 전쟁당사국 부인은 민족 자주적 정권을 세우지 못하고 우스꽝스런 해방. 광복을 맞이한 것이다.

남한만의 총선거로 정부를 다시 세웠지만 그 정부를 움직이는 세력은 ‘친일민족반역자’들로 채워졌다. 각료122명중 57명이 통치기관에서 부역한 경력자며 국회의원 851명중 338명이 총독부관료였으며 경찰 중 총경70% 경감40% 경위15%가 일경 출신이며 육참총장 8명이 일본군, 만주군 출신이었다. 일제총독의 통치아래 그들의 손과 발이 되고 눈과 귀가 되어주었던 ‘민족반역자’들이 정부수립 후 미국의 손과 발이 되어줌으로서 ‘민족반역자’라는 신분을 ‘세탁’하고 일제통치하나 다름없는 호의호식하는 행태가 발생한 것이다. 여기엔 정치적으로 권력을 잡는데 성공한 이승만의 반민족행위가 일조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식민지의 기억은 한민족의 정신사에 길고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채 호가호위를 하는 ‘민족반역자’들이 세상을 주무르고 있는 상황이라니 우리는 헛 세상을 살아온 것에 불과하다. 역사란 살아있는 기억이며 기억 속에 살아있는 우리와 타자의 정신과 현상의 연속이다. 97년 전의 해방, 광복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우리가 애써 외면한 기억들이 희미해지기 전에 청산해야할 것들을 청산해야한다는 것이다. ‘민족반역자’들이 득세하는 세상을 그대로 두어서는 아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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